기독교의 교리 중 (정확히는 캘비니즘) 인간의 전적 타락이 있다. 알미니즘은 조금 다를 수 있지만, 둘 다 성경을 인용하고 있기에 그 차이를 잘 이해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적어도 로마서 3장의 내용은 분명 모든 사람들이 죄 아래 있음을 분명히 하고 있는데, 어떻게 보면 너무할 정도로 일방적이라는 느낌이 든다. 그래서 타종교에서는 기독교는 먼저 인간을 죄인으로 만들어 놓고 그 다음에 용서한다고 비난하기도 한다.

그런데 과연 바울의 이러한 선언이 정말 너무한걸까? 그럴까봐 바울은 1장과 2장에서 하나님을 떠난 인간들의 죄악이 가득한 상태를 먼저 보여준 것 같다. 그리고 바울은 자신의 말이 아니라 '우리'라고 하며 이러한 것들에 대해 정상적으로 상태를 볼 수 있는 사람이라면 수긍할 것이라고 말한다. 처음 읽으면 반감이 생길 수도 있지만 다시 한번 곱씹어 읽어 보면 거부할 수 없는 진리임을 깨닫는다.

재미있는 것은 '다 치우쳐 (12)'라고 말하며 이러한 것에 대해 바울 자신 역시 자유하지 못함을 분명히 한다. '그들(13)' 안에 바울 역시 있고, ''가 있고, ''가 있다. .. 정말 슬픈 일이다. ㅠㅠ 하나님의 거룩한 율법은 이러한 사실을 분명히 보여주고, 결국 율법을 알건 모르건 모든 이들이 율법의 효력 아래 있으며, 그것은 다른 말로 죄 아래 있음을 증언한다.

의문이 생기는 것은, 정말 이 세상에 '법없이도 살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어떻게 된 것인가 하는 문제다. 정말 하나님을 믿지 않는데도 태생부터 착하고 남에게 해를 끼치지 않고 항상 온유하게 사는 사람들이 분명히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도덕적으로 완벽하다는 것이 율법에 비추어 온전하다는 뜻은 아니다. 하나님의 기준은 도덕을 초월하기 때문이다. 하나님이 계시지만 그 분께 관심을 갖지도 않고 '영화롭게도 아니하며 감사하지도 아니하'는 사람은 아무리 착해도 하나님이 인정하시는 선은 아니다. 더우기 '인간'으로서 아무리 착해도 인간이 행할 수 있는 악의 요소를 그의 실존에 소유하는 것은 부인할 수 없기에 그 역시 '다 치우'친 상태로부터 자유할 수 없다.

나의 이러한 상태가 보이는 것이 은혜요, 그렇기에 주님이 필요함을 알게 되는 것도 은혜다. 은혜 아래 있기 위해서는 내가 먼저 죄 아래 있고, 율법의 저주 ( 3:13) 아래 있음을 먼저 보아야 한다.

주님, 타락한 인간입니다. 동성욕을 행하지는 않았지만 그러한 죄의 기질이 내 안에도 있음을 부인하지 못합니다. 인간으로서 마귀까지 타락할 수 있고, 또 인간으로서 주님께서 함께 하시면 그리스도의 장성한 분량이 충만한데까지 이를 수도 있음을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