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로마서 15장이다.  로마서 첫 부분에 의아해 하던 문제가 여기서 풀린다.  그리스도 안에 있으면 더 이상 정죄함이 없고, 우리가 ‘스스로 선함이 가득하고 모든 지식이 차서 능히 서로 권하는 자’라는 행함과 정체성을 가졌음에도, 복음 및 하나님의 은혜는 물론 8장 이전의 모든 부정적인 것들에 대해 바울이 로마에 있는 믿는 이들에게 ‘다시 생각나게 하려고 하나님께서 내게 주신 은혜로 말미암아 더욱 담대히 대략 너희에게 썼’다는 것이다.

 

예전에 들은 말씀이었지만 삶 속에서 자꾸 잊는 것들이 많다.  이미 알고 있는 내용 혹은 교훈이지만 상황에 따라 적용이 쉽지 않거나 아니면 아예 잊어 버리는 것들이 생긴다.  아니면 나의 죄성으로 인해 ‘일부러 잊으려’ 하는 것들도 있다 (벧후 3:5).  이런 것들은 내 뼈 속에까지 기록되어 나의 존재가 주님의 말씀으로 조성되게 하지 않으면 평생을 배워도 내 것이 되지 않는다.  로마서는 그래도 잘 알고 있다는 소위 ‘근자감’ (근거 없는 자신감)이 있었지만 이번 큐티를 통해 다시 새롭게 다가온다.  다시 생각나게 한다.

 

일반 성도로서 다시 생각나게 하는 것이 필요하지만 사역자로서 상기하는 문제도 있는데, 1장의 ‘예수 그리스도의 종’인 바울은 이제 ‘예수 그리스도의 일꾼 (관리)’이자 ‘이방에 대해서는 하나님의 복음의 제사장 직분자’로서 그 자신에게 상기시키는 것이 있었다.  그의 사역에 있어 그가 많은 것을 알고 또 경험했지만, ‘그리스도께서 이방인들을 순종하게 하기 위하여 나를 통하여 역사하신 것 외에는 내가 감히 말하지 아니’했고, 또 그리스도의 이름이 불려진 (혹은 전해진, 원어 named의 의미) 곳에는 복음을 전하지 않기를 힘썼는데 그 이유는 남의 터 위에 건축하지 않기 위해서 였다는 것이다.

 

그래서 바울의 사역은 겸손했다.  주님과 동행하는 사역이었고, 주님과 동행하는 것이 그의 사역이었다.  더우기 한 하나님 아래 함께 일하는 다른 일꾼들의 사역을 인정했기 때문에 ‘남의 터 위에 건축하지 않’으려 했다.  이 ‘건축하다’는 ‘덕을 세우다’와 같은 단어인데, 성도들에게는 서로 덕을 세우는 것 즉 건축하기를 권했지만, 사역에 있어서 남의 터 위에 건축하는 것은 지양했다.  이러한 지혜와 겸손이 오늘 사역자들에게 필요하다.

 

주님, 주님의 말씀으로 조성되게 하소서.  제가 기억하고 싶어하는 것만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주님의 그 모든 풍성함 안에 거하게 하소서.  주님 말씀에는 생명도 있지만 사망을 경고하고 부정적인 것들도 있음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이러한 모든 것이 제게 은혜가 되게 하시고 오늘 저로 주의 말씀이 더욱 생각나고 풍성하게 되기를 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