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장 1절부터 자신을 예수 그리스도의 노예라고 밝힌 바울은 로마서 전체를 통해 자신의 정체성과 직분을 말하는데, 오늘은 특히 그의 전도자 (복음 전하는 자) 로서의 모습과 ‘섬기는’ 자로서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러한 모습은 바울만이 아니라 그리스도 안에서 남을 섬기는 모든 성도들의 모습 또한 보여준다.
고린도에서 로마서를 쓰면서 스페인으로 가는 길에 예루살렘과 로마를 거쳐 가기를 원했던 바울은 예루살렘에 들리는 것이 ‘성도를 섬기는 일’을 위해서라고 한다 (25절). 15장에서 ‘섬기다’는 단어를 몇번 썼는데,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25절에서 쓰인 단어는 ‘디아코네오’라는 단어로 어원은 ‘디아코노스’이며 그 뜻은 ‘섬김’이지만 여러 곳에서 ‘집사’로 쓰였다. 즉 ‘집사’는 섬기는 자들인데, 지금 바울은 그 집사의 섬기는 일을 한다고 말한다. 재미있는 것은 ‘디아코네오’는 집안 업무를 맡아본다는 의미이고 곁에서 시중을 들거나 다른 이들의 필요를 위해 거들어 준다는 등의 뜻이지만, 그 중요한 의미 중 하나는 ‘나눠주다 dispense’ 특히 음식이나 생필품을 다른 이들에게 나누어주는 것을 의미한다. 즉 이 ‘성도를 섬기는 일’은 영적인 나눔도 있겠지만 여기에서는 특별히 예루살렘에 사는 성도들 중 궁핍한 이들에게 절실히 필요한 ‘물질’을 ‘나누어 주는’ 일이다.
또 다른 섬김은 지난 16절에 ‘나로 이방인을 위하여 그리스도 예수의 일꾼이 되어’ 라는 구절 중 ‘일꾼’이라는 단어 ‘레이투르고스’로서, 위 ‘디아코노스’는 8, 25, 31 절에서 쓰였지만 이 ‘레이투르고스’는 27절 ‘이방인들이 그들의 영적인 것을 나눠 가졌으면 육적인 것으로 그들을 섬기는 것이 마땅하’다는 말씀에서 다시 쓰였다. 보통 섬긴다는 단어는 ‘디아코노스’를 많이 쓰지만, 이 ‘레이투르고스’는 그와는 조금 다른 의미가 있는데, 그 어원이 ‘백성 혹은 사람들’을 의미하는 ‘라오스’와 ‘일’을 의미하는 ‘에르곤’이 포함된 합성어에서 왔다. 즉 이것은 어떤 정치적 직분을 나타낼 수 있는데 ‘장관’ 혹은 왕의 신하, 대사, 혹은 성전에서 섬기는 제사장 등을 의미한다. 재미있는 것은 지금 바울이 ‘영적인 것을 나눠 가졌으면 (partake) 육적인 것으로 그들을 섬기는 것 (레이투르게사이)’이 마땅한데, 이 육적인 섬김이 단순히 돈 몇 푼 주어주는 것이 아니라 장관이나 제사장 직분의 섬기는 일을 하는 것임을 말씀하고 있다.
‘섬기는’ 것은 종으로서 옆에서 시중드는 의미도 있지만, 필요한 물질을 서로 나누며, 또한 ‘그리스도의 충만한 복을 가지고 (29절)’ 가서 ‘나누어 주는’ 것도 포함한다. 큐티를 서로 나눌 때 이러한 영적 ‘섬김’이 있고, 큐티를 적용할 때 디아코노스가 이루어진다.
주님, 함께 섬기며 서로의 필요를 나누고 ‘그리스도의 충만한 복을’ 나눌 때 더욱 풍성해 짐을 깨닫습니다. 집사의 직분을 귀히 여기게 하시고 주님의 한없고 풍성한 복을 인해, 또 한량없이 공급되는 성령으로 오늘 섬기는 일을 하게 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