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수 없이 많은 사람들이 부대끼는 복잡한 가운데서 갑자기 한 사람이 자신의 형제와 재산을 나누는 문제에 대해 주님께 도움을 구한다.  그렇게 복잡한 상황인데 이 재산 분배의 문제는 그에게 그 어떤 것 보다 중요했나보다.  재산 상속에 대해 지혜를 구한 것도 아니고 주님께 그의 형제에게 말 좀 해달라고 부탁한다.  아마도 주님이라면 ‘공평’하게 해 주실 것이라 생각 했나보다. 

 

그런데 그에게 있어 ‘공평함’이란 정말 공평함이나 손해보지 않는 것이 아니라 실은 ‘더 많이 갖는 것’이다.  그래서 주님께서는 그 마음을 아시고 ‘삼가 모든 탐심을 물리치라’고 말씀한다.  이 말씀은 단지 재산 분배를 요청하러 온 사람에게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개정역에는 ‘이 사람아’ 라고 되어 있지만, 원어에는 그냥 ‘사람아’ 라고 되어 있다 (물론 ‘이 사람아’라고 기록된 사본도 있을지도 모르겠다).  재물에 대한 문제는 그 누구에게나 동일하게 중요한 문제이고 지극히 현실적이며 항상 도전이 되는 것이다.  하지만 ‘사람’에게 재물에 대한 대답은 ‘삼가 모든 탐심을 물리치’는 것이다.  재산 분배가 적든 많든 아니면 아예 없든 본인에게 있어서는 현실적이고 답답한 문제일 수 있지만 ‘사람의 생명이 그 소유의 넉넉한 데 있지 아니’함을 분명히 하신다. 

 

‘사람의 생명’에서 ‘생명’은 ‘조에’인데, 이 단어는 다음에 나오는 부자의 비유에서 계속 ‘영혼’으로 나오는 단어 ‘ㅍ수케’와 비교되는 단어이다.  그래서 문자적으로는 ‘영혼’이 아니라 ‘혼’이며, 이 단어는 개정역 여러 곳에서 ‘목숨’이라고 번역되었다.  사실 천연적인 사람에게는 ‘ㅍ수케’만 있지 ‘조에’는 없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의 조에’와 ‘소유의 넉넉함’을 비교하신다.  아무리 가진 것이 많다해도 그것으로 ‘조에’를 얻을 수는 없다.  사람은 ‘조에’는 커녕 목숨조차 돈으로 어떻게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예수님을 믿으면 구원을 얻는다는 말은 사람에 따라 믿을 수도 또 믿지 않을 수도 있지만, 누구든 한번은 죽는다는 말에 대해 토를 달 사람은 없다.  이 부자는 부를 축적해서 오래도록 편히 먹고 살기 원했지만, 그 역시 시한부 인생임을 잊었다.  사실 우리 모두가 80, 혹은 그 보다 조금 더 짧게 혹은 약간 더 길게 사는 시한부 인생들이다. 

 

재미있는 것은 13절의 ‘한 사람’은 ‘나누기’를 원했는데, 이 부자는 그의 밭에 소출이 풍성해서 ‘쌓아’두기를 원했다.  주님은 부자의 비유를 말씀하시며 이 사람에게 ‘너는 나누어 달라고 하지만 결국은 쌓는 것이다. 정말 나누기를 바란다’ 라고 말씀하시는 것 같다.  ‘쌓아’라고 번역됐지만, 원어에서는 17, 18절의 ‘쌓아’와 19절의 ‘쌓아’ 그리고 21절의 ‘쌓아’가 다르다.  처음 두 ‘쌓아’는 ‘모으다’라는 의미이고, 19절은 ‘눕다, 펴놓다’의 의미이며, 21절은 ‘떼싸우리조’ 라는 말로 ‘모아서 쌓다’를 의미한다.  이 단어의 어원은 ‘떼싸우로스’인데, 예를 들어 ‘지혜의 보고’에서 ‘보고’라는 말이다.  성경 여러 곳에서는 ‘보화’ 혹은 ‘보물’로 번역됐는데, 원래 보물을 모아둔 ‘보고’라는 의미이다.

 

이 ‘떼싸우로스’에 대해 마 6:19-21은 “너희를 위하여 보물을 땅에 쌓아 두지 말라 거기는 좀과 동록이 해하며 도둑이 구멍을 뚫고 도둑질하느니라 오직 너희를 위하여 보물을 하늘에 쌓아 두라 거기는 좀이나 동록이 해하지 못하며 도둑이 구멍을 뚫지도 못하고 도둑질도 못하느니라 네 보물 있는 그 곳에는 네 마음도 있느니라”고 더 분명하게 말씀한다.

 

20절은 ‘영혼을 도로 찾으’시겠다는 것으로 번역됐는데, 원어에서는 수동태로 되어있어서 ‘네 목숨 (ㅍ수케)이 요구될 것이다’ 즉 자신만 알고 탐심으로 가득했던 부자의 영혼을 너그럽게 다시 하나님께 ‘돌아오게’ 하시겠다는 말씀이 아니라, 그의 목숨이 오늘 밤 ‘끊어짐’을 당할 것이라는 의미이다. 

 

미리미리 준비하며 축적해야 할 것이 있고, 그때 그때 나누어야 할 것이 있다.  재물은 나누고, 성령의 기름은 매일 비축해야 한다 ( 25). 

 

주님, 재물면에서는 나눌 것이 별로 없다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기회가 될 때마다 나눌 수 있는 마음 주심을 감사합니다.  나눔으로 생명이 더 풍성해짐을 믿습니다.  생명이 풍성함으로 성령의 여분의 기름이 비축됨을 믿습니다.  주님의 말씀과 생명을 서로 나누며, 또 필요한 것들 역시 서로 나눔으로 우리 가운데 변하지 않는 보물이신 그리스도와 주의 성령이 더욱 충만하시기 원합니다.  이 질그릇 안에, 보고이신 그리스도가 계심을 확인하기 원합니다.  그 안의 보화들을 더욱 서로 나누게 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