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위 자손은 항상 흥미롭다.  아론도 레위 자손이고 고핫 역시 레위 자손이지만, 아론의 자손들은 대제사장과 제사장들로 섬기게 되고, 지난 3 17절의 고핫 자손 및 레위의 다른 아들들인 게르손과 므라리는 회막 및 성물 관리를 맡는다.

 

재미있는 것은 ‘싸움에 나갈 만한 모든 자를 (1 3)’ 계수할 때는 이십 세 이상으로 정년이  없지만 회막 역사에 대한 나이에는 ‘삼십 세 이상으로 오십 세까지 (3)’라는 제한이 있다.  물건 옮기는 것이 무슨 대단한 일이기에 삼십 세까지 기다려야 하고 또 뭐가 그리 무겁기에 오십 세면 정년 퇴직일까?  20년 만 일하고 은퇴하는 것은 어찌 보면 꽤 좋은 직책이다.

 

직장에서 일을 하다 보면 가끔 내가 하는 많은 일들이 고등학생이어도 할 수 있는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고등학생에게는 쉬운 일이라도 맡기지 않는다.  그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것은 다시 말해 성숙에 관한 것이다.  회막 및 성물 등을 다루기 위해서는 다만 들고 이동하는 간단한 일이라도 삼십 세까지 기다려야 하는 중요한 문제로 여긴다.  그리고 나이 오십이 되면 몸이 예전 같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역시 그 일을 그만하게 한다.

 

같은 레위 자손이라도 아론의 자손들이 하는 제사장 직무를 고핫 자손들은 행할 수 없는데, 이는  신약에서 오직 참된 대제사장, 크고 ( 4:14) 영원하신 (6:20) 대제사장이신 그리스도의 유일성을 보여준다.  누구든 그리스도의 공로에 대해 자신이 무언가 더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그는 이단이 된다.  주님께서 우리를 위해 죽으신 것은 모든 의롭게 하심을 만족시키신다.  내가 세상을 위해 다시 죽을 필요가 전혀 없다 (물론 순교는 할 수 있지만, 순교가 그러한 의미로 해석된다면 곤란하다).

 

동시에 신약에서는 믿는 우리 모두가 제사장 되었음을 선언한다.  베드로 전서는 여러 이방 지역에 흩어진 그리스도인들 즉 유대인은 물론이고 이방인들을 포함한 이들에게 쓰여진 서신인데, 베드로는 2 9절에 ‘그러나 너희는 택하신 족속이요 왕 같은 제사장들이요 거룩한 나라요 그의 소유가 된 백성이니..’ 라고 기록한다.  소위 ‘만인제사장’을 말하는데, 엄밀히 ‘만인’은 아니고 ‘모든 믿는 이들’의 제사장 됨을 말씀한다.

 

더 이상 레위인들의 특별한 섬김이 없어진 지금 신약 시대에는 그리스도의 유일하심을 제외하고는하나님 앞으로 나아갈 때 다른 그 누구의 어떤 도움도 필요가 없고, 동시에 하나님의 어떠하심을 다른 이들에게 가져올 수 있는 능력을 부여받았다.  그래서 ‘평신도 사역’이라는 말은 한계가 있다.  주님은 이에 대해 마 23:13에서 ‘화 있을진저 외식하는 서기관들과 바리새인들이여 너희는 천국 문을 사람들 앞에서 닫고 너희도 들어가지 않고 들어가려 하는 자도 들어가지 못하게 하는도다’ 라고 말씀하신다.

 

그리스도의 생명 안에서 자라서 성숙하여 지고, 자신의 연약함을 앎으로 멈춰야할 때 멈출 줄 알며, 무엇보다 그리스도 안에서 모든 믿는 이들은 계급이 없는 형제임을 인정할 때 회막은 온전히 세워지고 그 참된 제사 업무는 이뤄진다.

 

주님, 모든 믿는 이들이 성숙함에 이를 수 있도록 서로가 서로를 돌아볼 수 있는 믿음 주소서.  거룩한 일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님을 봅니다. 동시에 주님의 백성, 하나님의 자녀라면 그 누구도 예외 없이 참여해야 함도 봅니다.  교회 생활에서, 공동체 속에서 또 오늘 하루 삶 속에서 하찮아 보이는 많은 일들이 거룩한 업무임을 깨닫게 하여 주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