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시절 사회학을 전공하면서 가장 흥미롭게 여겼던 주제가 Social Stratification 즉 소위 '사회 계층'이었다. 계층은 어떻게 발생하며, 이는 피할 수 없는 것인가? 바람직한 계층 구조는 무엇이고 이에 대해 순기능이 있다면 어떤 것인가? 과연 민주주의가 좋은 것인가 아니면 공화주의가 더 현실적인가? '모두 다 평등하게 못 사는' 공산주의 조차 그 안에 계층은 더욱 뚜렷하게 나타난다.
오늘 말씀을 사회학적 관점으로 본다면 그 어느 현장에서도 발생할 수 있는 문제였다. 레위의 증손인 고라와 몇몇 사람들 특히 그 중 지도자층의 250명이 모세와 아론을 대적해서 일어난다. 그들의 불만은 '너희가 분수에 지나도다 회중이 다 각각 거룩하고 여호와께서도 그들 중에 계시거늘 너희가 어찌하여 여호와의 총회 위에 스스로 높이느냐 (3절)'라는 말에서 나타나듯이 모세와 아론 그리고 상대적으로 높아 보이는 지위를 누리는 다른 레위 자손들에 대한 것이다.
재미있는 것은 이러한 대적함에 모세는 '듣고 엎드렸'다. 고라의 반론이 모두 틀린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라는 생각인데, '회중이 다 각각 거룩하고 여호와께서도 그들 중에 계시'는 점은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레 19:2는 '너는 이스라엘 자손의 온 회중에게 말하여 이르라 너희는 거룩하라 이는 나 여호와 너희 하나님이 거룩함이니라'고 말씀했고 출애굽한 자체가 이스라엘 백성이 세상 다른 백성들과는 다름을 증명해 준다. 그래서 모세는 그 맞겨진 권위로 그들을 바로 벌하지 않고 우선 주님께 여쭙는다.
하지만 그들이 잊은 것은 '거룩함'에는 두 가지가 있다는 것인데, 하나는 거룩하신 하나님께서 구별하셔서 거룩하게 하신 것, 즉 그 내용 자체는 다른 것과 일반이지만 하나님께서 구별하셨기에 거룩함을 입은 것이 있고, 다른 하나는 하나님의 말씀을 지켜 행함으로 그 자체가 하나님을 닮아 신성하게 되는 것이다. 지난 15:40에는 '그리하여 너희가 내 모든 계명을 기억하고 행하면 너희의 하나님 앞에 거룩하리라'고 말씀하는데, 바꿔 말하면 계명을 기억하고 행하지 않는다면 거룩함을 입은 하나님의 백성이라도 하나님 앞에 그 거룩함을 증명할 수 없다는 의미가 된다.
그런데 문제는 이 광야의 환경과 이스라엘을 현재의 교회로 이해하려고 할 때 생긴다. 교회를 이스라엘 백성의 선상에서 이해하려고 할 때 매우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는데 특히 로만카톨릭에서 볼 수 있는 많은 성직 계급을 그대로 답습할 때 소위 말하는 '유기적인 교회'의 모습은 불가능하게 된다. 교회가 마치 이스라엘 백성을 대신하는 것으로 여길 수도 있지만, (그리고 그렇게 교육받은 때도 있었던 것 같지만) 구약 여러 말씀에서는 하나님과 이스라엘 백성이 영원한 규례와 언약으로 맺어졌음을 볼 수 있고, 계시록에서 조차 '이스라엘 자손 열두 지파의 이름들 (계 21:12)'은 유지된다. 다만 14절에는 '어린 양의 열두 사도의 열두 이름'이 함께 있다.
교회의 목회자들이 자신들의 권위를 모세의 그것과 같이 놓으려고 할 때 아무개 목사처럼 '진짜 여자 교인은 자기 앞에서 빤스를 내리고 진짜 남자 교인은 집문서를 가져온다'는 입에 담기도 역겨운 말들을 내뱉게 된다 (진짜 이렇게 말했는지도 의심이 갈 정도다). 영적인 권위가 권력, 돈, 성 등과 섞이면 패망이다. 모세가 하나님 앞과 사람들 앞에 당당했던 것은 그가 '나귀 한 마리도 취하지 아니하였고 그들 중에 한 사람도 해치지 아니'했으며 (14절) 그의 '생각대로 그것들을 행하지 아니'했기 (28절) 때문이다. 성직이 성직되기 위해서는 이러한 자기에게 주어진 영적 권위가 얽매이게 될 수 있는 것들에 대한 철저함이 필요하다.
오늘 날에는 주님께서 육성으로 말씀하지 않으신다. 그래서 더 쉽지 않지만, 기록된 구약과 신약을 통해 성령께서 이제 '아들 안에서' 우리에게 말씀하신다 (히 1:2). 이 의미는 예수님께서 하신 말씀만이 하나님 말씀이라는 것이 아니라, '아들 안에서' 즉 누구든 분명 주님 안에 있을 때 그 안에서 말씀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그래서 사도 바울의 말씀도 동일한 하나님의 말씀으로 받는다 (살전 2:13).
주님, 주님의 겸손을 배우기 원합니다. 내가 비교하려고 하는 것은 나의 열등감과 죄됨을 폭로합니다. 오직 주님 안에 거함으로 모든 것을 초월하는 믿음 얻기 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