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약의 서원에 대한 규례가 나온다. 6장에서는 ‘나실인에 대한 서원’과 그에 대한 규례가 나오고, 이제 30장에는 여자 아이와 아내의 대한 서원이 나온다. 재미있는 것은 남자는 물론이고 아이, 특히 여자 아이나 아내도 서원을 할 수 있다는 것인데, 이에 대한 결정권은 아버지 혹은 남편이 갖는다. 3절에는 ‘서원’과 ‘스스로 결심하려고 한 일’이 함께 나오는데, 그래서 서원은 ‘스스로 결심하려고 한 일’이고, 히브리어로는 ‘맹세’라는 단어와 같다고 한다. 구약에서는 맹세, 서약, 약속, 서원 등이 한 맥락에 있다.
그런데 만일 이 ‘스스로 결심한’ 것이 단지 마음으로 한 것이면 효력이 있을까? 사실 서원은 혼자서 마음대로 하는 것은 아니다. 말로 시인하고 맹세하는 것이지만, 레위기에는 서원에 대한 제물도 말씀하며, 혹시 서원을 지키지 못했을 때 드리는 제물도 있다. 그냥 생각으로 ‘해야겠다’ 라고 해서 효력이 있는 것은 아닌 것이다. 하지만 한나의 경우 처럼 진실된 마음으로 하나님께 드리는 기도에 대해서는 이를 기억하신다 (삼상 1:11).
구약의 첫 서원은 야곱의 서원인데, 창 28:20-21은 ‘야곱이 서원하여 이르되 하나님이 나와 함께 계셔서 내가 가는 이 길에서 나를 지키시고 먹을 떡과 입을 옷을 주시어 / 내가 평안히 아버지 집으로 돌아가게 하시오면 여호와께서 나의 하나님이 되실 것이요 / 내가 기둥으로 세운 이 돌이 하나님의 집이 될 것이요 하나님께서 내게 주신 모든 것에서 십분의 일을 내가 반드시 하나님께 드리겠나이다 하였더라’고 기록한다. 그런데 야곱은 사실 이 서원을 지키지 않은 것 같다. 하지만 나중에 하나님께서 이 서원을 기억하게 하시고 지키게 하신다 (31:13).
그 외에도 구약에는 여러 서원의 예가 나오지만 신약에는 바울의 서원을 볼 수 있는데, 행 18:18은 ‘바울은 더 여러 날 머물다가 형제들과 작별하고 배 타고 수리아로 떠나갈새 브리스길라와 아굴라도 함께 하더라 바울이 일찍이 서원이 있었으므로 겐그레아에서 머리를 깎았더라’고 기록한다. 아마도 나실인의 서약을 한 것 같은데, 여기에서 서원은 영어로는 vow, 헬라어로는 ‘유케’라는 단어로서 사실 ‘기도’를 의미한다. 그래서 야고보서 5:15 ‘믿음의 기도는 병든 자를 구원하리니 주께서 그를 일으키시리라 혹시 죄를 범하였을지라도 사하심을 받으리라’에서 ‘기도’와 같은 단어다.
구약의 ‘서원’이 ‘약속’을 의미하고 ‘맹세’와 같은 단어인 반면, 신약의 서원은 오히려 ‘기도’를 의미하며 그 차이는 율법과 은혜에 있다. 구약에서는 인간으로서 하나님께 무언가 서약하고 지킬 수 있다고 여겼다. 하지만 주님은 ‘도무지 맹세하지 말’라고 하신다 (마 5:34). 즉 인간의 능력으로는 서원도 맹세도 지킬 수 없다. 그래서 사도 야고보는 4:15에 ‘너희가 도리어 말하기를 주의 뜻이면 우리가 살기도 하고 이것이나 저것을 하리라 할 것이거늘’ 이라고 말씀한다. 다만 주 앞에 겸손한 마음으로 기도할 뿐이다.
아무튼 여자 아이와 아내에 대한 서원은 아버지나 남편에게 결정권이 있다. 신약 시대에는 맹세는 금하셨지만 하나님께서는 ‘..자기의 기쁘신 뜻을 위하여 너희에게 소원을 두고 행하게 하’신다 (빌 2:13). 하나님께서 주신 소원과 이상이 분명하다면 아버지나 남편도 어쩔 수는 없다. 하지만 믿는 가정의 질서는 가정의 머리인 아버지, 아내의 머리인 남편에 의해 세워지고 이는 구약이나 신약이 동일하다. 율법의 원리가 아니라 아버지 하나님과 그 분의 백성 간의 관계에 우선 기반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버지 혹은 남편은 소홀히 하지 말고 더욱 정신을 차리고 딸과 아내의 서원과 기도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그래야 올바른 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믿음의 딸과 아내 역시 아버지와 남편에 순종해야 한다). 家父長 전에 從主者 이다. (‘종주자’는 내가 만든 말이고, 현대적 표현은 跟隨主的人 이다)
주님, 아비로서 또 남편으로서 일방적으로 이끌려고 할 때가 얼마나 많은지요. 가정을 이끌기 위해서는 먼저 주님의 이끄심에 온전히 순종해야 함을 압니다. 일방적으로 요구한 것을 회개합니다. 아비도 남편도 주님의 사랑과 은혜가 너무도 필요합니다. 주 앞에 마음을 부드럽게 하소서. 주께서 능력의 말씀으로 오늘 우리 가정 안에 선포하소서. 우리를 살리소서. 새롭게 하소서. 세상적인 페미니즘의 가치관이나 가부장적인 사고를 버립니다. 주께서 기뻐하시는 가정되게 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