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까지 잠언 여러 곳에서 지혜가 외친다 혹은 소리를 높인다 등 지혜를 의인화한 문장이 많았다.  오늘 말씀 1절 역시 지혜가 하는 많은 것들을 여러 형태의 동사로 표현했다.  그래서 조금만 묵상해 보면 지혜는 어떤 추상 명사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기원이 있고 또한 지혜 자체가 하나님의 아름다운 속성임을 알게 된다.

5-6절 말씀은 계시록 22장 17절을 연상시킨다.  ‘성령과 신부가 말씀하시기를 오라 하시는도다 듣는 자도 오라 할 것이요 목마른 자도 올 것이요 또 원하는 자는 값없이 생명수를 받으라 하시더라’ 또 동시에 ‘내 살을 먹고 내 피를 마시는 자는 영생을 가졌고 마지막 날에 내가 그를 다시 살리리니 (요 6:54)’의 말씀도 생각난다.  지혜가 ‘나의 음식을 먹고 나의 혼합한 포도주를 마시라’ 그러면 ‘어리석음을 버리게 되며 생명을 얻는다’ 라고 한다.   마치 주님께서 제자된 이들에게 ‘…너희가 내 말에 거하면 참 내 제자가 될 것이다 그리고 진리를 알 것인데 진리가 너희를 자유하게 할 것이다 (요 8:31-32)’ 라고 말씀하시는 듯 하다.   그러고 보니 정말 구약은 신약의 그림자고 잠언이 왜 성경에 포함됐는지 알겠다.  잠언 역시 주님을 드러낸다.

1절에 ‘지혜가 그의 집을 짓고’라고 말씀하는데, 주님 역시 ‘내 아버지 집에 거할 곳이 많도다 그렇지 않으면 너희에게 일렀으리라 내가 너희를 위하여 처소를 예비하러 가노니 (요 14:2)’라고 말씀하셨다.  그리고 초청하신다.  재미있는 것은 1절에서는 지혜가 자기의 여종을 보내어 초청하지만, 계시록 22:17에서는 ‘성령과 신부’가 초청하신다.  그런데 잘 읽어보면 ‘성령과 신랑 (그리스도)’가 아니라 ‘성령과 신부(교회)’가 초청하신다.  성령님 역시 그리스도께 우리를 이끌고, 이 땅의 유일한 그리스도의 신부인 교회 역시 그리스도께로 인도한다.

그런데 지혜와 그 여종과는 반대로 13절에는 미련한 여인이 등장하는데, 그녀는 ‘자기 집 문에 앉으며 성읍 높은 곳에 있는 자리에 앉’았다 (14절).  그리고 헛된 말로 유혹하는데 ‘떠들며 어리석어서 아무것도  알지 못’한다 (13절).  목소리 큰 사람이 이긴다고 하지만 진리는 떠들지 않는다.  세상은 소리로 음악으로 광고로 또 여러가지 방법으로 끊임없이 떠들고, ‘자기 집 문’ 그리고 ‘높은 곳에 있는 자리에 앉’아서 자기를 PR하지만 그 내용은 제한된 인생 즉 허무 밖에는 없다.  서로를 밟고 올라가서 정상에 서면 아무것도 없다.  그리고 올라가다 죽는다…  하지만 지혜를 얻는 자들, 그리스도를 얻는 자 또 그리스도께 얻은 바 된 자들은 생명을 얻는다.  그 날이 많아지고 생명의 해가 더한다 (11절).

그래서 생각해 본다.  정말 크리스천들이 이 땅에서 높은 지위와 권력을 추구해야 할까?  그리고 그런 면에서 하나님의 나라가 확장되는 것일까?  물론 성경적인 법안을 상정하거나 통과시키는 것을 위해서라면 백만 그리스도인들 보다 크리스천 국회의원 한 명이 더 효과적일지도 모른다.  더우기 요즘 동성혼이 통과되고보니 더 그런 것 같다는 느낌이다.  하지만 동시에 이러한 일들로 인해 기도가 늘었고 나눔이 늘었고 양과 염소가 드러나고 있는 것 같다.  세상 지위를 얻는 것 역시 하나님께서 주신 사역이라면 분명 순종해야 겠지만 우리가 찾아야 할 '위엣것' (골 3:1-2)이 무엇인지는 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그러고 보면 성경에 정말 ‘하나님 나라의 확장’이라는 뜻의 구절들이 있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그것의 주체가 우리에게 있는지.. 혹시 우리가 잘못 이해하고 있나?  분명 하나님 나라는 이 땅에 이루어져야 하고 그것을 놓고 주기도문에서도 ‘나라가 임하옵시며’ 라고 기도하지만, 주기도문을 말씀하신 얼마 후에 주님께서는 ‘그러나 내가 하나님의 성령을 힘입어 귀신을 쫓아 내는 것이면 하나님의 나라가 이미 너희에게 임하였느니라 (마 12:28)’고 말씀하신다.  임함과 확장은 다를 수 있고, 또 하나님 나라의 확장이 복음 전파를 의미하는 것이면 틀린 것은 아니겠지만 하나님 나라는 이미 온전히 존재하고 존재해 왔다.  온 우주가 하나님의 소유고 하나님이 왕으로 계시기 때문이다.

하나님 나라는 우리의 힘과 노력으로 이루어 지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선물이라는 김세윤 박사의 말이 생각난다.

주님, 지혜이신 그리스도 주님께서는 오늘도 저에게 말씀하십니다.  세상에서 권력을 쟁취하거나 높은 자리에 앉지 못한다 하더라도 이미 하늘 위 보좌에 좌정하신 그리스도와 더불어 앉히신 것을 상기합니다.  이 땅에서 더욱 겸손해야 하늘에서 높여짐을 봅니다.  주님, 주의 왕국을 위해 맡은 바, 부르심에 합당한 일을 하지만, 주의 왕국이 이 땅에 온전히 임하심이 나의 노력에 의하지 않고 오직 주님의 선물임을 인정합니다.  오늘도 우리 가운데 지혜가 되시고 왕국이 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