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스갯 소리로 전통에 대해 각별한 한국 교회 사정에 피아노 이야기가 가끔 등장한다.  새로 부임한 목사님이 피아노를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옮기기 원했지만 ‘이제까지 그렇게 놨었다’는 전통을 중시하는 장로님들의 반대가 심하자 매주 아주 조금씩 옮겨서 1년 만에 옮겼다는 얘기다.  (그런데 이 이야기가 얼마나 유명한 일화였는지 나는 사실 직장 동료인 미국 형제에게 들었다.) 

피아노 위치에 대해 한 마디 하자면 어디에 놓던지 위 뚜껑을 열었을 때 청중이 내부를 볼 수 있게 위치해야 한다 (그랜드 피아노일 경우).  즉 청중에게 음이 잘 전달되도록 놓아야 하는 것이 원칙이다.  물론 찬양단의 위치와 지휘자의 위치에 따라 피아노 위치도 결정되겠지만 아무튼 뚜껑을 열어 놓았을 때 어디로 향하는가에 따라 놓는 위치가 정해진다.  그런데 현실에서는 그것이 항상 쉬운 문제만은 아니다.  교회 건물 구조나 각 인원 및 악기에 대한 배치에 따라, 그리고 큰 건물일 경우 자연음 보다 기계로 확성할 때는 위치에 대한 어프로치 역시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전통을 따르는 문제에 대해서 좋은 전통을 지키는 것은 문제가 없겠지만 전통이 하나님의 원래 뜻하신 계명과 부딪칠 때 항상 문제가 된다.  제자들이 밥먹기 전에 손을 깨끗이 씻지 않고 그냥 먹었던 것 같은데 위생을 중요시 하는 요즘 기준으로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주님은 이 사건을 계기로 깨끗함의 본질이 무엇인지 가르쳐 주시며 동시에 멋대로 자신들의 입맛에 따른 전통으로 하나님의 계명을 범하는 것이 얼마나 잘못 되었는지 보여주신다.

유대인들은 하나님의 계명 외에도 성경에는 없는 여러 규율들과 전통들을 만들어 냈는데 ‘하나님께 드림’을 위해서 ‘부모 공경’을 무시해도 되는 것으로 이해했다.  5절 말씀이 좀 어려워서 헬라어 원어에 도움을 구해도 잘 이해할 수 없었지만 쉬운성경과 우리말성경 등을 보니, 원래 부모를 봉양하기 위해 마련해 놓은 물질을 대신 하나님께 바치고 나서 부모에게 하나님께 대신 바쳤으니 이제 부모님께 드릴 것이 없습니다 라고 하는 것은 악한 것이라는 말씀이다.  정말 하나님께 바쳤는지 모르지만 그렇다해도 결국 이것은 하나님을 핑계로 얼마나 인간이 이기적으로 될 수 있는지 보여준다.

잘 생각해 보면 피아노라는 악기가 널리 쓰이기 시작한 것도18세기 중엽부터다.  이런 짧은 역사는 전통이라 할 수도 없다.

보이지 않으시는 하나님을 핑계로 나도 얼마나 자주 계명을 어겼는지.. 내가 자식으로 남편으로 또 아버지로 반드시 해야할 것들을 하지 못하고 합리화했던 적이 얼마나 많은지…  입으로 들어가는 것은 깨끗한 것으로 하려고 했지만 정작 내 눈과 내 마음과 생각으로 들어가는 것들에 대해서는 얼마나 분별없이 받아들일 때가 많았는지… 그리고 입으로 나오는 것들에 대해서는 얼마나 관대했는지…

주님, 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