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말씀을 은혜의 측면으로 해석한다면 좀 불공평한 것 같다.  만일 은혜를 말하는 것이라면 ‘일’을 하는 것과는 아예 상관없이 (롬 4:5) 한 데나리온을 받아야 할 것 같은데 각기 다른 시간에 일을 시작했더라도 모두 일을 하기는 했기 때문이다.  정말 은혜라면 일의 여부를 떠나서 아예 길에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줘야 하는 것 아닌가?  그런데 주님은 이 말씀에 대해 역시 ‘천국은 마치’로 시작하신다.  그리고 몇 고대 사본에는 16절 ‘이와 같이 나중 된 자로서 먼저 되고 먼저 된 자로서 나중 되리라’는 말씀 후에 22:14 처럼 ‘청함을 받은 자는 많되 택함을 입은 자는 적으니라’는 구절이 발견된다.

‘천국은 마치’ 라고 하시면서 그 주체는 ‘집 주인’임을 밝힌다.  그런데 8절에는 ‘포도원 주인’이 등장한다.  이 둘은 같은 인물인가?  거기에 ‘청지기’도 있다.  개역에는 ‘청지기’라는 단어가 약 10번 나오지만 여기 있는 청지기는 ‘에피트로포스’라는 단어로 다른 곳의 청지기인 ‘오이코노모스’와는 다른 단어이다.  재미있는 것은 갈 4:2에 “그 아버지가 정한 때까지 후견인과 청지기 아래에 있나니” 에서 에피트로포스를 후견인으로, 오이코노모스를 청지기로 번역했다.  이 둘은 비슷하게 매니저라는 뜻이지만 ‘오이코노모스’라는 말에는 ‘오이코스’ 즉 집을 뜻하는 말이 포함되었기에 전반적으로 집에 관계된 매니저를 뜻하는 것 같다.  하지만 에피트로포스는 그 외의 맡은 바 책임이 있는 매니저이고 오늘 말씀은 포도원을 관리하는 사람으로 보인다.

그렇게 이해한다면 이 ‘집주인’과 ‘포도원 주인’이 다른 사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 포도원 주인이 모두에게 한 데나리온 씩 주자 일꾼들은 11절에는 ‘집 주인을 원망’했다.  왜냐하면 그들을 모은 것은 포도원 주인이 아니라 집 주인이었기 때문이다.

주님은 왜 이런 비유를 들으셨을까?  바로 19절 마지막 부분에 주를 따른 제자들 그리고 앞으로 주를 위해 많은 것을 버리는 이들에 대해 말씀하시며 ‘그러나 먼저 된 자로서 나중 되고 나중 된 자로서 먼저 될 자가 많으니라’로 맺으신 후 다시 또 20장에서 비슷한 비유를 드시는 것이다.  즉 이 일꾼들은 은혜로 구원받는 일반적인 주의 자녀들을 의미하기 보다는 하나님의 복음의 사역을 맡은 일꾼들을 의미하는 것 같다. 

13절에는 “주인이 그 중의 한 사람에게 대답하여 이르되 친구여 내가 네게 잘못한 것이 없노라 네가 나와 한 데나리온의 약속을 하지 아니하였느냐”고 말씀하는데, 이 ‘친구여’라는 말은 ‘에타이로스’로 ‘동지, 친구, 파트너’ 등 매우 친근한 말이다.  마치 스패니쉬의 ‘아미고’ 같은 말이다.  (사실 아미고는 꽤 친근한 말인데 좀 다른 느낌으로 쓰일 때가 많다) 즉 이 모집한 일꾼들은 주님께서는 ‘친구’로 부르신다.  재미있는 것은 고전 3:9 “우리는 하나님의 동역자들이요 너희는 하나님의 밭이요 하나님의 집이니라”고 말씀 하는데, 이 ‘주인’은 ‘일꾼’들을 ‘동역자’들로 보신다.  그리고 ‘하나님의 밭’이며 또 '하나님의 집’인 믿는 이들이 있다.  그리고 이들 일꾼들은 모두 처음 약속한 ‘한 데나리온’을 받았다.  한 데나리온은 하루 품삯인데, 이들은 그 사역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모두 받았다.

여기서 문제는 아침 일찍 부터 와서 열심히 일한 이들이 특별한 대우를 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주의 종들’ 중 이런 특별 대우를 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종종 있는 것을 본다.  포도원을 이루어 많은 포도를 얻었으니 이제 포도를 따먹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포도원 주인도 아니고 더우기 청지기도 아닌 일꾼의 신분으로 한 데나리온 이상을 바란다.  한 데나리온은 오직 주를 섬긴다는 영광과 그  즐거움이 되어야 한다.  ‘하나님의 동역자’라는 것 자체가 얼마나 영광스러운가!  노동과 그에 따른 대가의 원리로 보자면 15절 “내 것을 가지고 내 뜻대로 할 것이 아니냐 내가 선하므로 네가 악하게 보느냐” 라고 말씀하는 주인은 못되 보인다.  하지만 주인은 선하시다.  일거리 없이 세상에서 방황하는 이들에게 하나님의 동역자로 포도원에서 일하게 하신 분이시다.  얼마나 감사하고 영광스러운가!

하지만 이 영광 보다는 세상의 삯에 연연하게 되면 ‘이와 같이 나중 된 자로서 먼저 되고 먼저 된 자로서 나중 되리라 청함을 받은 자는 많되 택함을 입은 자는 적으니라’는 말씀이 따라온다.  주의 동역자들이 먼저 은혜를 취하고, 그 은혜에 취하기를!

주님, 은혜로 구원얻어 성장함으로 주께서 각자 일을 맡기실 때 열심히 일한 대가가 우리 눈에 작은 것에 대해 불평할 수 없음을 배웁니다.  오히려 주께서 부족하고 미련한 자를 충성되이 여기셔서 일을 맡기심을 감사하게 하소서.  주님의 동역자로 주님의 섬김을 배우게 하소서.  한 데나리온으로 감격하며 감사하게 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