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생명의 말씀 제목이 '실패한 자리에서 다시 시작하는 회개 기도'라고 했지만 나는 '회개'라는 것을 찾아볼 수도, 더욱이 베드로가 '기도'했다는 것을 찾아 볼 수가 없다. 만일 베드로가 통곡한 이 사건이 회개 기도였다면 다음 장에는 그가 담대히 '맞소, 나는 예수의 추종자요. 나를 잡으시오!'라고 외치는 장면이 기록되었어야 했지만, 그는 모든 것을 포기한 것 같은 모습을 보인다. 이에 대해 요 21:3에는 "시몬 베드로가 나는 물고기 잡으러 가노라"고 기록한다.
그래서 이 때 베드로의 심히 통곡함은 닭이 우는 신호를 통해 주님 말씀이 생각남으로, 전에 'I will never'이라고 두번이나 외쳤던 것이 결국은 자신의 종교성이었음이 발각된 것에 대한 아픔에 의한 것이었고, 그것은 그가 영적으로 실패했음을 뼈저리게 깨닫게 한 것이었다. 결국 자기 연민에 빠진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이다. 물론 이를 통해 후에 반성하는 마음이 왔을 수는 있다.
이 장면은 창세기에서 야곱이 얍복강에서 천사와 씨름하던 것을 떠오르게 한다. 야곱은 천사와 씨름하다 마지막에 환도뼈가 부러짐으로 (혹은 이탈됨으로) 그가 손을 들었지만, 후의 기록을 보면 그 역시 회개한 것이 아님을 알게 해 준다. 사람의 어리석은 아집과 자존심은 끈질기게 죽기를 거부하는 자아에서 오는 것이기 때문에 쉽게 부서지지 않는다.
아마도 위와 같은 제목이 정해진 이유는 우리가 갖는 '회개'에 대한 개념 그리고 '기도'에 대한 개념이 매우 종교적으로 변질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회개'는 무조건 '통곡'해야 하고 '기도'는 적어도 몇 시간 무릎꿇고 기도해야 제대로 된 기도라는 생각은 모두 종교성(행 17:22)에서 비롯된 것이다. 진정한 회개는 내가 잘못했음을 깨닫고, 생각과 가치관을 바꾸는 것이고, 기도는 시간과 장소, 그리고 신체 자세의 여부를 떠나 나의 마음이 주를 향하고, 나의 영으로 (영 안에서) 주와 교통하는 것이다. 이러한 것이 없다면 우리의 기도와 회개는 세상 수많은 종교에서 보이는 여러 행위나 행실과 차이가 없다.
베드로의 실패를 조금 더 생각해 보면, 어떤 이들은 그가 아직 성령 충만하지 않아서 그런 실패를 했다고 해석하기도 한다. 오순절 성령 강림 이후 사실 베드로는 담대히 선포함으로 삼천명을 회심하게 하는 놀라운 일을 해내기는 했다. 하지만 말씀을 좀 자세히 읽어 보면 그가 혼자 한 것이 아니라 '열한 사도와 함께 서'는 (행 2:14) 것이 있기에 가능했다. 한번의 성령 체험이 모든 것을 해결하지 않는다.
갈 2:12-13을 보면 더욱 확실해 지는데, 육신의 눈으로는 주님을 본 적이 없는, 다른 사도와 비교하면 까마득한 애송이 같은 바울은 '야고보에게서 온 어떤 이들이 이르기 전에 게바가 이방인과 함께 먹다가 그들이 오매 그가 할례자들을 두려워하여 떠나 물러가매 / 남은 유대인들도 저와 같이 외식하므로 바나바도 저희의 외식에 유혹되었느니라'라고 기록하며 그 많은 능력과 영적인 일들을 경험한 수제자 베드로도 아직 온전하지 못했음을 폭로한다.
하지만 후에 베드로는 벧전 5:5-6을 통해 '젊은 자들아 이와 같이 장로들에게 순종하고 다 서로 겸손으로 허리를 동이라 하나님은 교만한 자를 대적하시되 겸손한 자들에게는 은혜를 주시느니라 / 그러므로 하나님의 능하신 손 아래에서 겸손하라 때가 되면 너희를 높이시리라'고 기록하며 자기 연민에서 해방받고 주 앞에 겸손한 자로 변화한다. 이러한 변화는 그의 영성으로부터 온 것이 아니라, 먼저 그의 실패에 대해 주님께서 베드로에게 세번 '네가 나를 사랑하느냐'라고 물으시며 이에 대해 다루심으로 해방시키신 것으로 시작한다.
나의 영성이 영적인 것이 아니라 오히려 종교적이라는 것이 드러날 때 나는 매우 실망하고 영적으로 실패자임을 뼈저리게 느끼지만, 그러한 체험을 통해 주님께서는 다시 나를 부르시고 과거의 실패에 대해 다루심으로 다시 서게 하신다. 영적인 여로는 순례자의 길이기 때문에 단 한번의 회심이나 영적 체험이 평생을 보장하지 않는다. 매 순간 주님의 은혜가 필요하고, 나의 자아를 포기하며 자기 연민에 사로잡히지 않아야 그 길을 갈 수 있다.
주님, 시시때때로 나의 영성이 가짜임이 드러나는, 주님과 관계없는 종교성임이 폭로되는 것을 경험합니다. 그리스도와 관계없는 모든 것들은 과감히 포기하고 떠날 수 있도록 인도하여 주소서. 나의 여러 실패의 경험들에 대해 주께서 다루시고 다시 기회 주시고 세우심을 인해 감사하며 기뻐합니다. 형제들과 '함께 서'게 하시고 주의 능하신 손 아래 겸손함을 추구하는 귀한 마음 오늘 하루 충만케 하소서. 주의 은혜를, 주의 영을 사모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