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엘이 사사시대를 끝내고 왕국시대가 시작되도록 쓰임받은 인물이라면, 다윗은 왕정을 통해 성전시대를 준비하며 그 아들 솔로몬대에 이르러 왕국 시대가 꽃피는 것과 더불어 드디어 성전시대가 열린다.
흥미로운 것은 성전시대를 여는 솔로몬이지만 왕으로서 그의 첫 방문지는 당시 하나님의 궤가 있지도 않은 기브온 산당을 택한다 (3절). 다윗이 이미 ‘예루살렘에다 궤를 위하여 장막을 쳤 (4절)’기 때문인데, 언약궤가 기브온에 옮겨진 것도 그리 역사가 길지 않았지만 솔로몬은 여호와의 궤가 현재 모셔진 곳이 아니라 과거의 장소를 택한다. 아직은 솔로몬에게 지혜가 부족했던 것일까? 아니면 백성들의 습관을 의식해서였을까? 왕상 3:4은 동일한 상황에 대해 ‘이에 왕이 제사하러 기브온으로 가니 거기는 산당이 큼이라 솔로몬이 그 제단에 일천 번제를 드렸더니’라고 기록하며 ‘산당이 큼’을 언급한다. 백성들은 ‘큰’ 것을 좋아하고, 그 역사는 잠간이었을지라도 그 임팩트는 컸을 것이며, 따라서 그 전통은 계속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후에 이 ‘산당’은 두고두고 올무가 된다.
다윗과 솔로몬의 시대를 보며 주님께서 가져오신 ‘하나님의 왕국’ 혹은 ‘하늘 왕국’을 묵상하게 되는데, 주님께서 (사람들은) ‘묵은 것이 좋다 (즉 묵은 것, 옛 것을 좋아한다 눅 5:39)’라고 하신 말씀이 생각난다. 현재 로만카톨릭을 포함하여 세계에서 가장 큰 종교가 기독교지만, 과연 그 가운데 주님께서 말씀하신 하나님의 왕국이 나타났는가 반문해 보면 의구심이 든다. 많은 사람들이 믿지만 그 믿음은 사사시대 처럼 ‘사람마다 자기 소견에 옳은 대로 행하였 (삿 17:6)’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정말 주님 말씀하셨던 그 왕국의 실체의 나타남은 오히려 아주 작은 것이 아닌가 생각되는데, 이런 면으로 하나님의 왕국은 ‘강소국’이다. 사실 솔로몬의 치리 아래 강국으로 변모한 이스라엘이지만, 그 지경은 동일하게 한정되어 있다. 하지만 14-17절의 말씀은 하나님이 함께 하신 그 때 이스라엘은 매우 강한 왕국이었음을 시사한다.
주님, 사사시대는 끝나고 이제 왕국시대가 꽃을 피우며, 특히 성전시대가 도래했음을 봅니다. 참된 성전이신 주님으로 인해, 우리 자신이 임마누엘이신 하나님을 모시며 성전되었음을 배우지만, 우리는 여전히 옛것에 익숙하고 그것들을 편히 여깁니다. 교회를 아직도 건물로, 특히 큰 교회 건물로 여기며 그러한 것들을 사모합니다. 이러한 마음에서 우리를 해방하여 주시고, 건물이 크건 작건 그 안에 주님의 함께 하심으로 강소국되는, 하지만 진정으로 영원한 강대국인 하나님의 왕국이 어떠함을 보며, 그 안으로 들어가며, 또한 살게 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