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67년 감비아에서 납치되어 미국에 노예로 끌려온 쿤타 킨테와 그의 후손들의 삶과 고난을 서술하고 있는’ 유명한 소설 Roots는 결국 자신의 뿌리에 대한 이야기이다.  우리 나라 사람 중에 진짜 양반 후손은 몇 백 년 혹은 천 년 넘는 족보를 가지고 있다.  자신의 뿌리를 아는 것은 곧 자신의 정체성을 아는 것이다.

오늘 말씀에는 재미있게도 귀환하는 백성 중에 조상이 이스라엘에 속했는지 밝힐 수 없는 사람들이 있고, 또 제사장 중에도 자신의 계보를 알 수 없어 직분을 행하지 못하는 자들도 있다.  그리 길지도 않았던 시간이었지만 이스라엘 백성들은 이미 자신들의 뿌리를 망각하고 또 자신들의 직분도 잊은 것 같다.  이민 사회를 사는 우리 한인들의 모습을 보는 듯 하다.

하지만 자신의 선조가 이스라엘 사람임을 밝힐 수 없었음에도 귀환하여 성전 재건에 참여한 사람들은 그 정통성을 넘어 하나님의 사역에 동참한 이들이다.  마치 이 시대의 평신도 선교사들 같다는 생각이다.  우리의 정통성은 하나님이 주시는 감동이요 우리가 맡은 직분이며 성령 하나님이시다. 

오래 전 척스미스 목사님의 설교 중에 목사 안수에 대해 말씀하시면서 우리가 흔히 이해하기로 목사 안수를 거쳐 올라가면 결국 사도들의 안수에 이르게 된다고 생각하게 되는데 그것은 사실이 아니라고 못 박았다.  사실 이 시대의 목사 안수의 뿌리는 정확히 밝힐 수 없다.  그래서 목사 안수의 권위는 인정하지만 그것이 시대를 거슬러 올라가서 결국 사도들의 안수를 계승한 것에 대해서는 정통성을 확인할 수 없다.  오직 성령이 우리에게 일을 맡기신다.

또 하나 재미있는 언급은 예물을 드린 ‘어떤 족장들’의 이름은 빠진 것이다.  이들이 헌물한 양은 어마어마한데, 지금 단위로 금만 2천만불이 넘는 돈이다.  이것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헌금을 많이 하는 사람들의 이름을 돋보이게 하고 영광을 드러내는 오늘날 교회와는 달리 예물을 드린 이들의 이름은 후에 영광을 독차지 할까봐 기록하지 않는다.  오직 주님을 위해 헌신한 이들의 이름과 자손만이 기록되었다.  주신 분도 주님이시요 다시 취하시는 이도 주님이시다.

마지막으로 나의 관심을 끈 것은 우림과 둠밈을 가진 제사장이다.  구약에서는 이것을 가진 제사장이 아니면 지성물을 먹을 수 없는데* 우림과 둠밈을 가진 제사장은 과연 어떻게 '일어나는' 것일까?  신명기 33:8에서 그 답을 찾는다.  『레위에 대하여는 일렀으되 주의 둠밈과 우림이 주의 경건한 자에게 있도다 주께서 그를 맛사에서 시험하시고 므리바 물 가에서 그와 다투셨도다』 즉 그러한 제사장은 ‘경건’해야 하고, 주님께 받은 시험을 통과하며 삶 가운데 많은 다툼을 겪은 영적인 경험을 갖춘사람인 듯 하다.  이러한 이에게 우림과 둠밈 즉 하나님의 뜻을 성찰할 수 있는 권한이 주어진다.  오늘도 이러한 사람들이 많이 일어나기를.

마지막 때를 기록한 계시록에서 7:4-8은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소위 ‘십사만사천’에 대해 기록하는데 이들은 유대인들이다.  그 바로 다음 9절에는 '셀 수 없는 무리' 즉 유대인과 이방인의 수에 대해 기록한다.  문제는 벌써 2천 년이 지난 지금 유대인들은 자신이 어떤 지파에 속한지 모른다는 것이다.  이 문제는 유대인 친구에게 물어봐도 동일하다.  하지만 하나님은 그 가운데서도 일하신다.  바로 오늘 말씀이 그 해답을 쥐고 있는 것 같다.  특히 유전학의 발달로 DNA검사를 통해 자신의 뿌리를 찾는 일은 지속적으로 발전하고 있다.  마지막 때에 다시 성전이 세워지고 옛 제사로 돌아가기 위해 유대인들 중 우림과 둠밈을 가진 제사장이 일어나고 그 외 여러 것들이 회복될 수 있는 가능성이 여기에 있다.  하지만 사실 이 모든 것들이 우리와는 상관이 없다.  우리는 이미 그리스도의 피로 모든 죄가 사함받고 그의 성전이 되었으며 우리가 밟는 땅이 성지가 되기 때문이다.

주님, 나의 뿌리, 나의 정체성, 그리고 나의 삶에는 큰 차이가 있어 괴리를 느낍니다.  하지만 이 시대에서도 동일하게 역사하시는, 아니 오히려 더 강하게 역사하시는 주님이 계심을 믿습니다.  오늘 우림과 둠밈보다 더 정확한 살아계신 하나님의 성령을 가진 사람으로서 성령을 한량없이 받는 은혜를 누리게 하소서.

*(라 2:63) 『방백이 그들에게 명령하여 우림과 둠밈을 가진 제사장이 일어나기 전에는 지성물을 먹지 말라 하였느니라』  (느 7:65) 『총독이 그들에게 명령하여 우림과 둠밈을 가진 제사장이 일어나기 전에는 지성물을 먹지 말라 하였느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