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은 하나님의 아들이며 하나님의 본체이심에도 불구하고 십자가를 지시기 전 마음의 무거움에 대해 하나님 아버지 앞에 가지고 나아가서 기도하신다.  동시에 그가 특별히 사랑하시던 제자 셋을 함께 데리고 가서 기도하자고 하신다.

앞에 놓인 문제들을 해쳐나가기 위해 사람들은 여러 방법을 동원한다.  그냥 쉰다든지 여행을 간다든지 수다를 떤다든지 오락을 하는 등 방법 외에 친구나 친지들에게 도움을 구하기도 하고 상담을 받기도  한다.  하지만 믿는 이들의 기본은 우선 먼저 기도하는 것이다.

오늘 제목이 ‘기도만큼 확실한 준비는 없습니다’ 인데, 나는 ‘기도로 준비하는 것’에 대해 많이 생각하지 못한 것 같다.  보통 기도하면 뭘 해 주십사 원함을 가지고 하나님 앞에 나가는 것, 그리고 좀 더 고차원이라면 기도로 주님과 동역함을 생각하게 되는데, 기도로 나를 돌아보고 또 주어진 상황 그리고 앞으로 올 도전에 대해 나를 준비하는 것에 대해서는 많이 생각하지 못한 것 같다.

여러 뒤숭숭한 상황이 올 때 그 상황을 놓고 기도할 수 있지만, 막상 하다보면 무엇을 위해 기도할지 모를 때가 많다.  하지만 적어도 그러한 상황에 휘둘려 내 믿음에 손상이 가는 일이 없도록, 그리고 내가 해야할 것에 대해 나를 준비하는 것은 가능하다.

여러 정황에 대해 위해서 기도할 수 있지만, 많은 경우 나의 기도가 상황을 바꿀 수 있지는 않은 것 같다.  세월호 사건의 경우도 그렇고, 내 개인적인 여러 도전들도 그렇다.  하지만 나 자신을 그러한 상황에 대해 준비 시킬 수는 있다.  그리고 보통 그 해답은 내 십자가를 지는 것이다.

오늘 본문의 기도라는 단어는 προσεύχομαι 로 ‘기도를 드리다’는 뜻이다.  빌 4:6, 7에는 ‘아무 것도 염려하지 말고 오직 모든 일에 기도와 간구로, 너희 구할 것을 감사함으로 하나님께 아뢰라 그리하면 모든 지각에 뛰어난 하나님의 평강이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너희 마음과 생각을 지키시리라’  라고 말씀한다.  여기에서의 ‘기도’는 위의 단어의 명사형이다.  그리고 ‘간구’는 δέησις 로서 원하는 것을 달라고 청하는 것이다.  거의 모든 경우 시험에 드는 이유는 돌아보면 나의 마음과 생각을 지키기 못해서이다.  기도와 간구로 감사함으로 아뢰어 내 마음과 생각을 지켜 준비하면 많은 시험을 이길 수 있다.

에베소서 6:18에는 ‘모든 기도와 간구로 하되 무시로 성령 안에서 기도하고 이를 위하여 깨어 구하기를 항상 힘쓰며 여러 성도를 위하여 구하고’ 라고 말씀하는데, 여기서 기도와 간구도 같은 단어이다.  재미있는 것은 ‘무시로’ 항상기도할 수 있도록 이것을 위해서도 기도하라고 말씀한다.  즉 기도할 수 있게 기도하라고 한다.

딤전 2:1에는 ‘그러므로 내가 첫째로 권하노니 모든 사람을 위하여 간구와 기도와 도고와 감사를 하되’  라고 말씀하는데, 여기서 도고는 ἔντευξις 으로 ‘방문하여 말함’ ‘인터뷰함’ ‘무엇을 달라고 함’ ‘대화함’ 즉 상담에 가깝다.  하나님께 상담하는 것이다.  중간에 끼어들지 않고 항상 이야기를 들어주시는 하나님은 최고의 상담자이시다.

그런데 본문에서 궁금한 것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왜 주님께서는 기도를 중간 중간에 쉬고  제자들에게 세 번이나 오셨을까?  그리고 왜 정작 사랑의 아빠 아버지 하나님은 응답이 없었을까?

주님은 제자들이 함께 기도로 도와주기를 바라셨다.  그에게 힘이 되어 주기를 바라셨다.  물론 제자들은 그러지 못했지만 아버지께 기도만 하신 것이 아니라 그의 제자들의 도움도 필요하셨다. 

여기에서 목회자들의 고충을 본다.  많은 목회자들은 자신들의 고민과 갈등에 대해 하나님 아버지 앞에 나가나는 것이 우선이다.  하지만 그들을 위해 기도하고 이해하고 고민을 들어줄 사람들도 필요하다.  목회라는 것이 제대로 하려면 얼마나 힘든 것인가…  물론 하나님의 도우심과 함께 하심으로 전혀 힘들지 않다는 사람도 있을 수 있지만, 목회는 해산의 고통을 감내하는 일이다.  결코 그냥 사람들을 관리만 하는 일이 아니다.  물론 관리도 쉽지 않지만…

그리고 아버지께서 응답이 없어셨던 이유는 주님께서 그 응답을 이미 알고 계셨기 때문인 것 같다.  주님은 십자가를 피할 수 있게 해달라고 기도하신 것 같지만 사실은 자신이 반드시 십자가를 지셔야 함을 한번 더 확인하신 것 같다.  그래서 사랑의 ‘아빠 아버지’ 하나님은 응답하지 않으셨다.

기도로 준비하신 주님은 기꺼이 십자가를 지시지만, 기도로 준비하지 못한 제자들은 주님을 버리고 도망친다.  이것이 기도로 준비하는 자와 기도를 하지 못한 자의 차이다.

주님, 성경에서는 기도함으로 많은 상황을 이기고 승리한 것이 나오지만 정작 오늘 나에게 필요한 것은 상황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나를 준비하는 것임을 알았습니다.  나의 마음과 생각을 주님 앞에 놓습니다.  교만과 숨겨진 죄, 그리고 쓸데 없는 자존심을 내려놓고 하시고 성령에 충만케 하소서.  조그만 시험들 마다 이겨낼 수 있도록 나를 준비시켜 주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