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가복음의 전개는 참 정신없이 빠르게 펼쳐진다. 마가복음에서 ‘곧(immediately)’라는 단어를 자주 발견할 수 있지만 오늘 말씀 이전의 3장 19절까지의 짧은 구절에도 장면이 5-6이나 바뀐다. 물론 시간적 차이는 있겠지만 그 기록은 빠른 전개를 보인다. 20절에는 주님께서 식사할 겨를도 없이 사역하시는 모습을 기록한다.
지난 3박 4일 동안 멕시코 티화나 두 곳 교회에 단기선교를 다녀왔다. 84명이 참가한 올해 단기선교는 이제까지 하던 것 처럼 VBS와 그 외 고아원 방문 등과 더불어, 지역 주민 거주지 페인트 해주기, 의료사역, 교회 청년들과 축구 시합 그리고 처음으로 티화나를 돌며 역사를 배우고 미국과 마주한 국경을 둘러보고 왔다. 세번째 다녀 오는 티화나 단기선교지만 이제까지는 사역교회와 고아원 등만 돌아다니다 올해 처음으로 짧게나마 티화나를 둘러보니 티화나라는 도시에 대해 좀 더 이해할 수 있었던 것이 좋았던 것 같다.
아무튼 3박 4일이 정신없이 지났는데 돌아보면 꿈꾼 것 같이 빨리 지나 갔다. 일을 하면서 생각도 하고 가능하면 평가도 하고 되도록 스케줄에 맞추어 잘 전개 해야 하는데 현지에서는 그것이 항상 쉬운 일은 아니다. 형편과 상황상 스케줄이 재조정되기도 하고 어떤 사역은 포기해야할 때도 있다. 저녁에 모여 좀 더 시간을 가지려고 했지만 아쉽게도 첫째 날만 가능했다.
오늘 말씀에 정신없는 상황이 발견된다. 첫째는 식사할 겨를도 없는 주님의 상황이다. 그 주위 사람들이 ‘그가 미쳤다 함일러라’ 할 정도로 정신없이 바쁘셨던 주님을 붙들러 (21절) 나올 정도로 주님의 사역은 정신없이 바쁘게 보였던 것 같다. 주님께서는 아버지 하나님과 교제하실 때는 조용하고 깊은 묵상의 시간을 가지셨지만, 사역에 임하셨을 때는 열심히 하셨음을 보여준다.
하지만 둘째로 정작 정신없던 이들은 주님을 붙들러 나온 그들이다. 재미있는 것은 ‘미쳤다’라는 말이 영어로 ‘beside himself’ 인데, 정신이 온전히 그 ‘안에’ 있지 않고 그 ‘옆에’ 나온 상태를 가리킨다. 하지만 사실 21절의 ‘친족’이라는 말이 ‘그 주위 사람’ 즉 beside 라는 말로 이해될 수 있어서 (이러한 단어 선택이 의도적인 것은 아니겠지만) 정신 없는 사람들은 ‘친족’ 즉 옆에 있는 사람들이었겠구나 라는 생각을 해본다.
세번째 정신없는 이들은 서기관들인데 그들은 성령이 하시는 일, 성령님을 귀신이 하는 것으로 모독하는 정신없는 실수를 한다. 아무리 악한 사탄이라도 그의 왕국에는 강력한 체제를 유지하는 시스템이 반드시 존재하고 그들 가운데 분쟁은 하지 않는다. 오히려 교회들보다 낫다. 얼마나 교회 가운데 정신없는 일들이 많이 벌어지고 있는가… 분열에 분열을 거듭하고 서로가 이단이라고 헐뜻고… 이래가지고는 강한 자 사탄의 집인 세상으로부터 세간인 하나님의 백성을 강탈하지 못한다.
이 ‘정신없음’은 오늘 본문 마지막 부분에 결말을 짓는다. 이제껏 ‘하나님 나라’를 설파해 오신 주님에게 ‘무리’들은 주님의 육신의 어머니와 형제들이 찾아왔다고 말하지만 주님께서는 ‘너희들 정신없구나. 내가 내 ‘친지’들만 특별하게 생각하는 줄 아느냐? 도대체 나의 어미와 형제가 누구냐? 하나님의 뜻대로 행하는 모든 이들 아니냐?’ 라고 말씀 하시는 것 같다.
주님, 만물의 마지막이 가까왔으니 정신 차리고 근신하여 기도하며 살게 하소서! 나의 정신이 세속에 유혹당하지 않도록 주님 나를 더 이끄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