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큰 히트를 친 디즈니의 새 애니메이션의 제목은 우리 말로 겨울 왕국이지만 그 원제는 Frozen (얼어붙은)이다. 디즈니는 왜 한국 제목처럼 멋있게 'Kingdom of Winter'이라고 하지 않고 Frozen이라고 했을까? 난 처음 20분만 보았기 때문에 아직 전체에 대한 이해는 어렵지만, 두 가지 면에 대한 생각이 든다. 

첫째는 소위 '마이다스의 손' 혹은 원죄라는 것이 생각나고, 둘째는 인간의 섞여버린 영과 혼의 잠재능력이다.

닿는 것이면 모두 금으로 변하는 능력의 손인 마이다스 (혹은 미다스)는 나중에 딸까지 만져서 금으로 만들어 버린다. 닿는 것이면 모두 얼어붙게 하고 얼음과 눈을 만드는 손을 가진 엘사는 그 능력을 처음에는 재미있게 사용했지만 그것으로 동생을 하마터면 큰 위험에 빠뜨리게 되자 외부와 접촉을 피하고 혼자 지내게 된다. 그리고 아담의 무화과 나무 잎사귀 옷 같이 자신의 손을 장갑으로 가린다 (그 장갑은 얼어붙지 않는 것 같은데 이건 또 무슨 마법?)

자신의 능력이나 어떠함이 사람을 해칠 수 있다는 것을 아는 것은 두려운 것이다. 로마서 7장 15절에는 "나의 행하는 것을 내가 알지 못하노니 곧 원하는 이것은 행하지 아니하고 도리어 미워하는 그것을 함이라" 라고 말한다. 내가 선한 의도로 한 것이 도리어 남에게 피해를 주고 심지어는 죽게 까지 할 수 있다는 것은 정말이지 두려운 일이다.

어렸을 때 여기저기서 소위 '부정탄다'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물론 우리 가정은 크리스천 가정이었기 때문에 주로 밖에서 그런 말을 많이 들었지만, 동시에 성경 말씀 안에서도 '구별'에 대한 언급이 많았다. 예를 들어 '오른 손'과 '왼 손' 등이 그것이다. 항상 오른 손은 '옳은 손' 혹은 '바른 손'으로 말씀하여 왼손은 상대적으로 '부정타는' 손일 수 있다는 인식이 있었다. 더 나아가서 나의 죄 된 모습을 봤을 때, 내가 만지는 모든 것이 부정해 질 수 있다는 의식도 생기게 되었다. 천진난만한 갓난 아이를 만지면 혹시 나의 부정이나 죄가 그 아이에게 전해지지 않을까 라는 염려를 했던 적도 있었던 것 같다.

그와 동시에 궁금했던 것은 옛날 조선시대나 인도의 카스트 제도 속에서 왜 다른 두 계층의 사람들이 결혼하면 항상 두 사람 모두 낮은 계층으로 전락하거나 낮은 계층은 계속 낮은 계층에 남아있게 되는 것일까 하는 문제였다. 나중에 좀 더 생각해 보니 물이 섞이는 원리로 이해할 수 있었다. 즉 깨끗한 물과 더러운 물이 섞이면 깨끗한 물도 더럽게 된다. 그런데! 이 원리를 깨뜨리는 것 하나가 있는데 그것은 왕과 결혼하는 것이다. 이 경우 왕은 그대로 그 위치에 있고, 오히려 '성은'을 입은 하위 계층의 여인은 순식간에 신분이 상승한다. 대장금에서 연생이가 성은을 입어 기미상궁이 된 것으로 통쾌하게 보여준다. 구약에도 제단이 여러 가지 것들을 정결하게 만들었다. 즉 하나님은 부정한 것을 정하게 하신다. "소경들이여 어느 것이 크뇨 그 예물이냐 예물을 거룩하게 하는 제단이냐 (마 23:19)"

마찬가지로 부정했던, 특히 이방인 신분으로 몹시도 부정했던 우리들이 주님을 알고 그 분을 만짐으로 우리의 부정과 죄가 모두 끝난 것은 정말이지 후련하고 통쾌한 일이다. 원죄의 문제도 해결되고 더우기 우리의 신분도 상승한다.

하지만 아직 둘째 문제가 남아 있는데, 그것은 하나님께서 워낙 잘 만드신 우리의 존재 자체, 즉 믿지 않는 이들에게는 그들의 죽은 영과 섞여 버린 '혼' 그리고 그 잠재력이 막강하다는 문제이다. 인간이 이제껏 이룬 업적은 정말이지 대단하고 눈부시다. 그리고 계속 하나님을 도전하려고 바벨탑을 쌓고 있다. 우리가 소위 '영적'이라고 여기는 것들에 우리는 조심해야 할 필요가 있다. 그것은 어쩌면 영적인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인간의 잠재 능력은 가공할 만한 것이어서, 집중하고 열심을 내면 마치 하나님 흉내를 낼 수도 있다. 문제는 정말 우리가 하나님의 임재 안에, 그리고 그 분의 다스림 안에 항상 살고 있는가에 있는 것이다. 아마도 우리 모두에게 엘사의 능력이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그 재능과 열심으로 하나님을 위해 일한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날 "그 때에 내가 저희에게 밝히 말하되 내가 너희를 도무지 알지 못하니 불법을 행하는 자들아 내게서 떠나가라 하리라(마 7:23)"라는 청천벽력 같은 말을 들을 사람들이 있음을 본다.

영화 제목이 '프로즌'임을 다시 한번 상기해 본다. 그리고 전체를 본 후 한번 더 생각해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