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는 특히 대화하는 사람들의 관계에 따라 경어 속어 그리고 호칭이 달라지기 때문에 사실은 종적인 사회면이 강하다고 할 수 있다.  종적인 면이 강한 일본의 경우도 우리만큼이나 특이하지 않다.  예를 들어 우리가 ‘부장님’ 혹은 ‘사장님’ 이라고 부를 때 꼭 ‘님’을 넣지만 일본에서는 그냥 ‘부장’ ‘사장’ ‘교수’ 등으로 말한다.  즉 나이 어린 사원도 ‘박사장 안녕하세요?’ 라고 말하는 것이다.  중국어와 영어는 말할 것도 없다.

모르는 남자들이 서로 한자리에 만나게 되면 민증까고 서열부터 정하는 한국인의 모습에서 경어와 호칭은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아마도 이런 전통은 유교적인 전통에서 온 것이라 생각되는데, 조선조에서 숭유억불 정책을 하기 전에도 호칭이 큰 문제였는지는 궁금한 일이다.  오히려 그 전에는 이름들을 그냥 불렀을지도 모른다.

하여튼 호칭의 문제는 교회 내에서도 이슈가 될 수 있는데, 교회에서의 호칭은 목사, 부목사, 전도사, 장로, 권사, 집사, 안수 집사, 간사, 성도 등 여러 가지가 있는 것을 본다.  여기에는 성경에 없는 부목사, 전도사, 권사, 안수 집사, 간사, 성가사, 예배사 등도 있다.  ‘교역자’라는 말도 하고 ‘부교역자’라는 말도 한다.  아마도 카톨릭에서는 몇 개 더 있을 것이다.  그런데 성경을 보면 그 어느 경우에도 ‘빌립 집사!’라고 부르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 말은 ‘집사’라는 말은 직분 즉 그러한 일을 하는 사람이다 라는 구분이지, 호칭이 아니었다는 뜻이다. 

하지만 오늘날 특히 한국(한인) 교회에서 호칭을 잘못 부르면 큰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예를 들어 집사님이 장로님이 되었는데 계속해서 집사라고 부른다던가, 전도사가 목사가 되었는데 계속 전도사로, 아니면 집사로 부르면 마음이 상하고 화가 날 수도 있는 문제이다.  아… 왜 그럴까?  직분이 아니라 계급으로 여겨서 그런 것 아닐까?  ‘난 너희들과 달라’ 라는 생각 때문 아닐까?

나는 아마도 28세 때 처음 집사가 된 것 같다.  그리고 29세 때는 감리교 만의 독특한 ‘교육사’ (신학을 하지 않은 사역자), 그리고 30세 때 신학을 시작해서 약 12년 동안 전도사로 불리다가 이제는 사역을 쉬면서 다시 ‘집사’로 불린다.  전에 아는 사람들은 아직도 전도사로 부르고, 보다 더 전에 아는 사람들은 ‘선생님’, 그리고 요새 새로 알게된 사람들은 집사로 부르는데, 여러 분들과 섞이다 보면 호칭 문제로 나까지 애매할 때가 있다.  처음에는 전도사 호칭이 낯설었고 약간 전에는 집사가 낯설었다.

여기에서 나는 다시 성경으로 돌아 가야 함을 느낀다.

주님이 우리를 부르시는 호칭은 ‘종’ (실은 노예, 둘로스)이다.  이것은 우리가 ‘주님’이라고 부르는 ‘주종’관계에서이다.  물론 하나님과 우리의 관계에는 여러가지 모습이 있지만, 주님께서 우리에게 나중에 하실 말씀은 둘 중 하나이다.  마태복음 25:21과 26절의 『그 주인이 이르되 잘 하였도다 착하고 충성된 종아』와 『그 주인이 대답하여 가로되 악하고 게으른 종아』의 그 ‘노예’이다.  소위 천국에 없는 것이 많이 있는데 죄, 사망, 눈물 등이 없지만 목사, 집사, 선교사 등 호칭들이 없어진다 (24장로는 남게 되는데, 이들이 천사라는 해석도 있다).

성경에서는 믿는이들 간의 관계를 말씀하면서 다 ‘형제’라고 말씀하신다. (마 23:8) 그러나 너희는 랍비라 칭함을 받지 말라 너희 선생은 하나요 너희는 다 형제니라  (마 23:9) 땅에 있는 자를 아버지라 하지 말라 너희의 아버지는 한 분이시니 곧 하늘에 계신 이시니라  (마 23:10) 또한 지도자라 칭함을 받지 말라 너희의 지도자는 한 분이시니 곧 그리스도시니라.  서로를 부르는 호칭은 ‘형제’이다.  주님의 말씀이다.

(내가 이렇게 썼음에도 불구하고 쉽지 않은 문제이다.  ‘우리 문화’에 맞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퍼스펙티브스를 배우면서 선교할 때 선교지에 ‘우리 문화’를 강요하거나 전달하는 것은 맞지 않다 라고 배웠는데, 그것은 서구인의 시각에서 ‘서구 문화’를 강요하는 문제이지, ‘성경적 문화’는 분명 전달해야 한다고 본다.  (고전 11:14-16) 만일 남자에게 긴 머리가 있으면 자기에게 부끄러움이 되는 것을 본성이 너희에게 가르치지 아니하느냐 / 만일 여자가 긴 머리가 있으면 자기에게 영광이 되나니 긴 머리는 가리는 것을 대신하여 주셨기 때문이니라 / 논쟁하려는 생각을 가진 자가 있을지라도 우리에게나 하나님의 모든 교회에는 이런 관례가 없느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