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적 (아마 중2 정도?) 중고서적을 취급하는 책방에서 한 권 짜리 탈무드를 사서 읽은 적이 있다.  원래의 탈무드는 내용도 방대하고 출처가 분명하지 않아서 여러가지 설이 있지만 그 권위는 토라에 미치지 못한다.  ‘여호와를 경외하는 것이 지식의 근본(잠 1:7)’ 혹은 ‘여호와를 경외하는 것이 지혜의 근본이요 거룩하신 자를 아는 것이 명철이니라 (잠 9:10)’는 말씀처럼 지혜와 지식의 근본이 여호와께 있는 것을 말하는 성경에 비해 탈무드는 좀 인본주의적인 지혜를 말하고 좀 더 상황적이고 세부적인 처세 등을 다루고 있던 것을 기억한다.  최근에 탈무드 오디오북을 다운 받아 운전할 때 다시 듣고 있는데, 예전에 읽었던 내용들이 조금씩 다시 생각난다.

오늘 말씀은 솔로몬의 위대한 판결인데, 일반적인 해석도 있지만 탈무드 같은 입장의 해석도 역시 존재한다.  즉 이 내용을 이해하는데 솔로몬에게 하나님 주신 지혜가 빛을 발하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 외에도 하나님을 믿지 않는 유대인들 중에 다른 해석도 있는 것이다.

다윗이 왕권을 강화한 후 국가의 입지가 확실해지자 다음 왕권을 이어받은 솔로몬은 당시 강대국이었던 애굽의 딸까지 데려와 정략결혼을 할 수 있을 만큼 부강한 세력으로 등장한다.  하지만 솔로몬에게는 핸디캡이 있었는데, 이방인 어머니에게서 난 자식이라는 것과 그 위에도 많은 형들이 있던 것이다.  그래서 사실 왕위를 이어받을 적자(嫡子)는 아니었음을 잘 알았고 그것은 이미 다윗에게 왕위를 물려 받은 상태임에도 아마 그에게 많은 부담을 줬을 것이다.

그런데 오늘의 사건이 발생한다.  진짜 어미의 아들은 살았지만 가짜 어미가 산 아들을 요구한다.  그 때 솔로몬은 산 아이를 둘로 갈라 나눠주라고 말한다.  주목할 것은 28절에 ‘온 이스라엘이 … 두려워하였으니’라는 대목이다.  이러한 판결로 아들을 다시 얻을 수 있게 된 진짜 어미의 사건을 통해 이스라엘은 솔로몬의 지혜를 기뻐하고 감사해야 하는데 ‘두려워’했다.  과연 무슨 의미일까.

그래서 유대인들의 다른 해석은 이 사건이 진짜 일어난 사건이건 아니건 간에 솔로몬의 강인한 통치와 의지를 말해주는 것으로 이해한다.  즉 아직 살아있는 갓난 아이는 당시 이스라엘이고 가짜 어미는 솔로몬과 그의 세력들, 진짜 어미는 원래대로라면 왕위를 이어받았을 적통 왕자들과 그 남아 있는 세력이다.  그런데 가짜 어미는 이스라엘을 둘로 나누라고 한다.  계속해서 ‘법적 후계자들’이 왕권을 요구한다면 이스라엘을 둘로 나누겠다는 뜻이다.  그제야 비로소 진짜 어미는 아이를 살리기 위해 자기의 권위를 포기한다.

물론 판결에서는 진짜 어미에게 아들이 돌아갔고, ‘모성애’를 자극하는 것으로 보이는 그의 판결은 분명 지혜로왔지만, 아이를 반으로 나누라는 그의 명령은 아마도 위태했던 당시 형국에서 사람들을 두려움에 떨게 했을 것이다.  이러한 판결을 통해 솔로몬은 자신의 입지를 확실히 못박았다.  결론적으로 그의 생전 이스라엘은 놀랍게 번창했으며 왕국은 나뉘지 않았다.

그러고보니 지혜에도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하나님을 언급하지만 처세술적이고 인본주의적인 탈무드의 지혜고, 다른 하나는 정말 살아계신 하나님을 두려워하고 여호와를 경외하고 그를 아는 것으로 말미암는 지혜다.  지혜는 구약에서 건물을 지을 때 많이 언급됐는데, 예를 들어 성전을 지을 때 ‘지혜 있는 사람들’이 일을 맡았다.  오늘날에도 지혜는 하나님의 왕국을 건설하고 그리스도의 몸인 교회를 이루어갈 때 필요하다.  더우기 그리스도의 몸이 나뉘는 것을 막는데 필요하다.  한국 기독교는 물론이고 세계적으로 많은 도전을 받고 있는 기독교의 현실에서 교회가 연합되고 주의 몸이 갈리는 것을 막는 이 세대의 솔로몬의 가공할 판결이 필요하다.  나뉘고 갈리면 파멸한다.  솔로몬 후 북이스라엘 남유다로 갈려 파멸했던 것 처럼.

주님, 주님의 몸은 주의 것입니다.  ‘우리 공동체’라는 말은 있어도 ‘우리 교회’라는 말은 없음을 고백합니다.  오직 교회는 주의 것이요, 주의 소유입니다.  우리가 몸을 나눌 수도, 또 몸이 나뉠 수도 없는 것임을 인정합니다.  이 시대 주의 지혜로 가공할만한 연합을 이루소서.  각자의 적자(嫡子) 자격을 내려 놓고, 하나님 아버지의 양자됨 (sonship 롬 8)의 위치로 가게 하소서.  오늘 우리의 가정을 하나되게 하시고, 주의 교회를 하나되게 하시며, 주의 몸이 지어지고 주의 왕국이 굳건히 서게 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