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말씀은 마태복음 8장의 백부장 이야기와 대조된다.  왕의 신하가 주님께 찾아와 자기의 아들의 병을 고쳐달라고 주님께 아뢰었는데 주님께서 이미 고침 받았으니 가라는 말씀을 믿고 내려갔더니 이미 아들이 나았다는 내용이고, 마태복음 8장은 백부장이 자신의 하인이 중풍으로 괴로와 하니 고쳐 달라고 했는데 주님께서 친히 가시겠다고 하시자 백부장은 감당을 못하겠다고 그냥 말씀이면 충분하다고 말하자 주님이 그 믿음을 칭찬하셨던 내용이다.  둘 다 고침 받았지만 주님의 태도는 완전히 달랐다.  오늘 말씀에는 주님의 책망과 한탄이 있었지만 마태복음에는 주님이 오히려 기이히 여기실 정도여서 그 이방인의 믿음을 칭찬했다.

그 둘의 차이는 무엇일까?  믿음의 깊이와 내용에 있다는 느낌이다.  왕의 신하는 주님께서 어떤 기적을 행하실 수 있는 기본적인 믿음과 바람은 있었지만 그러한 기적을 바라고 얻는 것이 주 목적이었다.  그래서 결과적으로 그와 그의 온 집안이 믿었지만 무엇을 어떻게 믿었는지에 대한 언급은 없다.  앞 구절의 사마리아인들은 주님을 ‘그 분 안으로 믿었’지만 왕의 신하와 가족은 그냥 ‘믿었다.’  반면에 백부장은 믿음의 원리를 알았다.  마태복음이라 주님 ‘안으로’ 믿었다는 말은 나오지 않지만 백부장은 영적 권위와 그 체계를 알았기 때문에 바로 그러한 것이 ‘주님 안으로’ 믿는 것임을 말해준다.  백부장은 이미 그의 신하가 나음을 얻기도 전에 주님 안으로 믿은 사람이다.  신하의 회복은 그의 믿음을 확증해주는 사건이다.

보통 ‘예수 믿어 구원 얻는다’라는 말을 하지만 ‘예수’ ‘믿음’ ‘구원’이 무엇인지 그 깊이와 내용에 있어서 난해할 때가 많다.  단지 머리 속으로 예수를 내가 믿고, 지옥 신세 면하고 천당가는 것이 내 믿음의 실체라고 한다면 내가 원하는 것을 얻고 그치는 그런 수준의 믿음이다.  물론 이러한 믿음도 분명 믿음이고 또 자신의 아들을 고치게 했던 믿음이지만 거기에 그치면 안된다.  계속 더 나아가야 한다.  그래서 결국은 주님 안으로 까지 믿어야 한다.  그래서 설령 아들이 고침받지 못한다 할지라도 주님 안에 있는 것이 바로 믿음이다.

성경에는 우리를 구원할 수 있는 믿음이 있고 그렇지 못한 믿음이 있음을 말한다.  약 2:14에는  『내 형제들아 만일 사람이 믿음이 있노라 하고 행함이 없으면 무슨 이익이 있으리요 그 믿음이 능히 자기를 구원하겠느냐』  라고 하며 여기서는 행함을 강조하지만, ‘믿음’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사실은 전혀 주님과 관계가 없을 수도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고 보면 역시 오늘 주인공도 ‘믿음’으로 자신의 아들이 고침받은 왕의 신하가 아니다.  그가 주님이 하신 말씀 (로고스)를 믿었기에 그의 아들은 고침 받았고 그와 그의 온 가족이 믿었다.  오늘도 주인공은 주님이시다.  그래서 구원은 주님 자신이시고 천국도 주님이시다.

그런데 주님께서 책망하시면서 ‘표적과 기사’를 언급하셨다.  쉽게 말하면 ‘신호와 기적’인데, 54절에는 이 사건이 갈릴리에서의 두번째 표적 즉 신호라고 말한다.  즉 이것이 무엇인가를 보여준다는 말인데 과연 무엇일까?  이 신호는 ‘갈릴리에서의 두번째’라는 말이 중요한 것 같다.  예루살렘에서도 표적을 행하셨던 주님이지만 유독 갈릴리에서의 표적이 중요한 것은 그의 출신지였기 때문이다.  이제껏 지난 30년을 함께 살고 그의 성장을 눈으로 보아온 이들에게 예수님은 전혀 신비스럽지 않았다.  ‘목수의 아들 아니냐?  우리 아이들과 같이 놀던 아이 아니냐? (마 13:55, 막 6:3 의역)’

(마 13:55) 『이는 그 목수의 아들이 아니냐 그 어머니는 마리아, 그 형제들은 야고보, 요셉, 시몬, 유다라 하지 않느냐』  (막 6:3) 『이 사람이 마리아의 아들 목수가 아니냐 야고보와 요셉과 유다와 시몬의 형제가 아니냐 그 누이들이 우리와 함께 여기 있지 아니하냐 하고 예수를 배척한지라』

2장 23절에는 예루살렘에서 주님의 표적으로 많은 이들이 주님의 이름 ‘안으로’ 믿었음이 나온다.  즉 주님의 표적이 그의 이름 안으로 믿게 했다.  표적의 목적은 많은 이들로 주님 안으로 들어오는 것이다.  즉 주님이 갈릴리에서 행하셨던 기적이 표적이  되었어야 함은 그를 이미 육신대로 알았던 이들이 주님 안으로 들어오게 함이었다.  사도 바울은 한번도 주님을 눈으로 뵌 적이 없지만 그리스도를 더 이상 육신으로 알지 않겠다고 했다.  『… 비록 우리가 그리스도도 육신을 따라 알았으나 이제부터는 그같이 알지 아니하노라』 (고후 5:16)  

주님, 나의 삶 속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이 모두 주님께 이끄는 표적이 되게 하소서.  일상적인 사건들 안에서 주님 안으로 더욱 들어가는 믿음을 얻게 하소서.  갈릴리에서 두 번이나 표적을 행하셨던 주님께서 오늘도 제 마음 속에 표적을 보이시고 그리스도를 더 알게 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