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말씀은 해설의 도움이 없었더라면 도무지 이해하기 힘든 내용이다. 물론 12절 이하로 설명이 나오기는 하지만 당시 정황을 모르고서는, 아니 안다고 해도 그 자체로는 금방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은 아닌 것 같다. 그 당시 이 말씀을 들었던 사람들은 혹시 이해할 수 있었을지 모르겠다. 그래서 이런 수수께끼 혹은 비유는 ‘귀에 걸면 귀거리 코에 걸면 코거리’라고 치부할 수도 있지만 예언의 말씀은 분명 그 전하는 메세지가 있다.
아무튼 당시 남유다 상황이 구한말과 현재의 대한민국을 보는 듯도 하다. 물론 구한말의 암울했던 처지와는 많이 다르지만 지금도 미국과 중국이라는 거대한 두 마리 독수리 사이 그리고 그 외에도 다른 여러 마리 매와 솔개들 사이에 놓인 한국의 상황은 쉽지 않은 듯 보인다. 40년 간의 일제 수탈과 6.25의 민족 상잔을 거치면서 피폐했던 구한말에서 아예 완전히 망해 버렸지만 이제 60여 년이 지나 세계에서 경제권 10위 안에 드는 강대국이 되었다. 유구한 역사와 무한한 잠재력이 있는 민족임을 다시 한번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그런데 자세히 보면 한국의 위치는 경제적인 면에서만 10위 (혹은 10-12위)이다. 미국의 캘리포니아 일개 주를 나라로 치면 한국은 캘리포니아보다 아래에 위치한다.
그래서 한국인으로서 놀라운 발전에 자부심을 갖지만 동시에 잊어서는 안되는 것이 이러한 발전이 우리의 힘만으로 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미국의 많은 경제적 정책적 외교적 원조가 있었고 냉전 당시 미국의 핵우산이 북한과 소련에 대해 군사적으로 뒤를 받쳐주고 있었고 (당시 DMZ에 핵이 설치되어 있었다고 한다. 지금은 아마 오래 전에 철거 됐을 것.) 더우기 전에는 잘 알지 못했지만 현재 전 세계의 해로는 미국과 서방 강대국들의 군함과 잠수함들이 곳곳에서 해상 무역로를 밤낮 지키고 있기에 자유롭게 왕래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그래서 전략적으로 우선적이지 않은 지역들은 빈틈이 보이는 대로 21세기인 오늘날에도 해적들이 출몰한다.
미국은 여러 가지 많은 문제점과 도전들이 대면하고 있지만, 아직도 본토 외에는 나설 수 없고 주위 수 많은 국가들로 둘러 쌓여 상대적으로 많은 잠재적 문제에 노출되어 있는 중국으로는 견줄 수 없는 강대국이다. 한국으로서 중국과의 무역은 미국을 넘어섰고 앞으로도 계속 증가할 것으로 보이지만, 우방은 아직도 미국이다. 태프트 가츠라 밀약을 시작으로 한국에 대해 미국이 저지른 많은 악행과 실수는 분명 있었지만, 대한민국은 더 많은 것들을 미국으로부터 받아왔고, 아직 전시 작전 통제권을 미국으로부터 넘겨받기 힘든 상황에 있는 ‘큰 물가에 심긴 종자’의 모습이 현실이다.
위치적으로 답답하지만 그래서 한국은 하나님께 더욱 의뢰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 개인적인 면에서는 내가 전후좌우로 압박을 받는 상황에 있다는 것은 그만큼 하나님께서 나를 통해 무언가를 하실 수 있고 당신의 영광을 드러내실 수 있는 기회가 된다. 평안히 잘먹고 잘사는 것은 분명 감사한 일이지만 그 안에서는 하나님의 다이나믹한 역사하심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가 별로 없다.
하나님의 임재하심과 그의 능력과 역사하심을 오늘 나의 삶에 더 초청해 드리기 원한다. 내가 분투함으로 뭔가 하는 것도 가능하지만 우선 나를 멈추고 하나님의 중재하심을 모셔 드리기 원한다. 나의 내면의 갈등 안으로, 또 나의 가정의 관계 안으로 주님을 초청한다.
주님, 항상 선과 악 사이에 갈등하는 내 안으로 또 여러 도전이 존재하는 나의 삶 안으로 그리고 여러 문제가 지속하는 주님의 교회 안으로 주님을 초청합니다. 내 앞에 보이는 거대한 두 마리의 독수리가 가로막고 있지만, 진정한 하늘의 주인이신 그리스도께 의뢰하기 원합니다. 나의 위치와 정체성을 겸손히 깨닫기 원합니다. 그럴 때 주님께서는 저를 주님과 더불어 하늘에 두실 줄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