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가보지는 못했지만 옛 콘스탄티노폴리스였던 이스탄불에 있는 성 소피아 성당은 기독교인들에게 여러 감정이 교차하게 하는 건물이다.  그 웅장함과 당시 상상하지 못할 정도의 인력과 기술력 그리고 예술인들을 총동원해서 건축된 산물로서 신비스러움을 자아낸다고 하는데, 사진으로만 봐도 정말 대단하다.  하지만 후에 이슬람 세력에 소아시아 전체가 넘어가면서 소피아 성당 역시 십자가는 떼어지고 이슬람의 초승달이 대신 오르고 주위로 첨탑들이 세워진다.   건물 내부 역시 휘황찬란한 소위 '성화' 위에 이슬람 특유의 기하학적인 그림과 무늬가 덧입혀 졌다.  이제는 무슬림들의 모스크가 되어버렸지만, 관광을 위해 덧입혀진 무늬를 부분적으로 떼어내고 원래의 그림이 드러나도록 했다. (정정: 현재는 박물관이 되었고 종교적인 장소로는 사용되지 않는다.)

 

문제는 원래의 그림을 자세히 보면 성경적인 내용이긴 하지만 한면으로는 우상숭배로 변질될 수 있는 면이 다분히 있다는 것이다.  예수님과 여러 성인들의 모습을 상상하여 그려 놓았는데, 당시 기독교인들이 과연 이 그림을 어떻게 대했는지 상상하기 어렵지 않다.  분명 그러한 그림들에 대해 절했을 것이고 그것은 우상 숭배였다.  비잔틴의 멸망 원인이 다양하지만 영적으로는 이러한 것도 분명 그 원인이 되지 않았을까?

 

그런데 과연 이러한 문제가 천주교만의 문제일까?  개신교는 개혁을 했다고는 하지만 많은 부분 천주교의 많은 것들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고, 실행면에서는 어쩌면 더 우상적인 면들을 볼 수 있을지 모른다.  왜 교회당을 '성전'이라고 하고 ‘강대상’을 ‘제단’이라고 하며 저주를 상징하는 십자가는 그렇게 휘황찬란하게 만들어 놓고 꽃은 그리도 화려하게 장식하는가?  물론 십자가를 떼어 버리라는 것도 아니고, 꽃을 우상이라고 생각하고 경배하지도 않겠지만 이러한 것들은 장식을 넘어 종교적인 요구 사항이 되어 버린다.  그래서 교회당에 (건물에 대해 예배당 혹은 교회라는 표현을 쓰는 것을 자제하기 위해 교회당이라고 함) 와서 장식이나 시설이 별로면 사람들은 외면한다.  과한 장식이 보이지 않으시는 참되신 하나님 만나는 것을 방해한다는 것을 잊고 그러한 분위기가 마치 하나님의 임재로 느끼려고 한다.  우상이다.

 

오늘 말씀에는 이스라엘 족속의 장로들이 성전 어두운 방에서 우상 숭배를 하는 것도 말하고 있는데, 많은 교회들의 소위 ‘당회’ 모임을 일반 교인이 봤다면 크게 실망할 수 있는 것들이 많다.  물론 기도로 시작하겠지만, 기도 후에는 각자 자신들의 생각만을 말하고 경우에 따라 서로 언쟁한다.  당회에서 정말로 겸손한 마음으로 각 안건들에 대해 마음을 모아 함께 기도하며 하나님의 인도하심과 빛비추심을 구하는 당회는 정말 찾기 힘들다.

 

이러한 것들에 대해 하나님은 ‘가증하다’라고 말씀하신다.  사람들이 하나님에 대해 관심하지 않고 다른 것 특히 잘먹고 잘사는 것 또는 쾌락, 우상 숭배, 일월성신 숭배 등에 마음을 빼앗길때 ‘가증하다’ 하신다. 

 

오늘 말씀은 정말이지 희망이 없는 것 같지만, 그래도 우리에게 아들을 내어주신 하나님의 사랑을 알기에 절망적인 말씀도 희망적으로 들린다.  12절에 장로들은 ‘여호와께서 우리를 보지 아니하시며 여호와께서 이 땅을 버리셨다 하느니라’고 말하고 그 결과로 우상을 의지해 보려고 하지만, 이러한 문제를 재기하는 분은 여호와시다.  즉 ‘너희의 지도자들은 내가 너희를 버렸다고 절망하고 있구나.  하지만 나는 내 백성을 버리지 않는다’ 라고 말씀하시는 것 같다.  전 장에서 ‘남은 자’를 언급하셨기 때문이다. 

 

또 18절에는 ‘그러므로 나도 분노로 갚아 불쌍히 여기지 아니하며 긍휼을 베풀지도 아니하리니 그들이 큰 소리로 내 귀에 부르짖을지라도 내가 듣지 아니하리라’고 말씀하시는데, 하나님은 ‘식언치 않으시 (민 23:19)’기에 그의 말씀은 이루시지만, 동시에 다시 읽어 보면 오히려 사랑이신 하나님의 애타는 마음을 읽을 수 있다.  마치 부모가 말을 듣지 않는 자녀들에게 경고하는 소리같다.  정말 듣지 않으시겠다는 것이 아니라 그렇게 애타는 마음으로 알아 들으라는 말씀으로 들린다.  하나님은 사랑이시기 때문이다.

 

주님, 주위를 보고 나를 보면 정말 주님의 ‘다 이루셨음’에 의심이 갈 때가 많습니다.  주님의 사역 특히 교회는 실패한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 가운데 남은 자들이 분명 있고, 여러 곳에 신실한 주의 종들과 백성들이 있음을 압니다.  주님께서는 ‘내게 주신 자 중에 내가 하나도 잃어버리지 아니하’시는, 주님의 백성을 결코 버리지 않으시는 분임을 믿습니다.  이 마지막 때를 분변하고 교회로 주님의 사랑의 경고를 듣게 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