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에는 성인 남자가 머리털과 수염을 미는 것은 수치스러운 일이었다.  특별한 사역을 감당하는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성인 남자에게는 율법으로도 머리털과 수염에 대한 규율이 있었다.  그런데 하나님께서는 이스라엘 백성들에 대한 심판의 예표로 에스겔의 머리털과 수염을 밀라고 명하신다.  어제는 인분으로 (나중에는 소똥으로) 떡을 구워먹는 것을 명하시더니 오늘은 더 나아가 털을 미는 명령을 하신다.  사실 털을 미는 것은 소똥으로 떡을 굽는 것 보다 에스겔에 있어 더 수치스러운 일이었을 것이다.

 

생각해 보면 이스라엘은 원래 하나님의 규율을 지킴으로 이 땅에 하나님의 영광스런 어떠함을 드러내는 특별한 부르심을 입은 민족이었다.  그래서 원래 성인 남자의 영광과 자존심처럼 하나님의 풍성한 머리칼과 수염이 되었어야 했다.  하지만 오히려 이방인들이 행하던 악보다 더 악한 일을 행함으로 (6, 7절) 하나님의 영광을 가렸다.  이러한 명령을 하시는 하나님의 마음을 헤아려 보면 에스겔을 통해 당신의 영광과 자존심에 상처를 입으시는 아픔을 읽을 수 있다.  하나님은 이스라엘을 심판하시지만 당신의 백성이기에 그 심판은 하나님의 머리털과 수염을 미는 것 같은 아픔인 것이다.

 

오늘 주님의 백성들은 어떠한가?  세상의 조롱거리가 되고 있는 여러 사건들을 본다.  이방인들 보다 더 타락한 이유에 대해 ‘이는 그들이 내 규례를 버리고 내 율례를 행하지 아니하였음이니라 (6절)’ 라고 말씀하신다.  즉 하나님의 백성의 타락의 요인은 외부적인 것도 있겠지만 근본적으로 하나님의 규례를 버리고 율례를 행하지 않은 것이다.  교회는 하나님의 규례와 율례에 집중하는가?  아니면 세상에 지친 영혼들을 '쉬게만' 하는 위로의 말씀에만 급급하고 혹 기복이나 번영만을 전파하는가?  서로 사랑하라는 새 계명을 교회는 얼마나 많이 선포하고, 건물 관리를 넘어 이웃을 살리는 참된 사역을 하고 있는가?  그리고 나는 또 어떠한가?  내 삶 만을 살려고 바둥거리고 정작 하나님의 명령은 계속 미루지 않았는가?  아.. 아비가 아들을 먹고 아들이 아비를 먹는 일이 벌어진다면 끔찍한 일이다…

 

주님, 하나님을 믿는다고 하면서도 정작 내 자신에게만 관심하고 하나님은 아주 저 멀리 계신 분으로 여기는 적인 얼마나 많은지요..  우리는 주님의 영광이 되어야 하는데 많은 경우 그렇지 못했음을 고백합니다.  이러한 우리라도 주님의 영광으로 삼으시고 하나님 아버지의 자녀로 삼으심을 감사합니다.  과연 우리의 어떠함이 아니라 주님의 은혜임을 인정합니다.  오늘 주께서 주신 이 귀한 날 주님의 명령을 따르게 하시고, 만물의 마지막이 가까옴을 볼 수록 ‘정신을 차리고 근신하여 기도하며 무엇보다도 뜨겁게 서로 사랑 (벧전 4:7-8)’ 하게 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