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울은 마지막으로 당부하는 말로 전신갑주를 입으라고 한다. 그런데 이 모든 당부의 대상은 한 개인이 아니라 에베소서를 받아 읽는 다수의 사람들이다. 그래서 모든 동사는 복수형이다. 즉 전신갑주를 입는 문제 역시 각 개인이 매일 일어나서 (어제 벗어 놓고 잔 것도 아닌데) 오늘 아침 다시 전신갑주를 주워 입는 것이 아니라, 교회적 차원의 문제이다.
10절에 '너희가'로 시작하지만 원어에서는 '나의 형제들이여' 이다. 바울은 '평신도들아!' 라고 부르지 않고 '나의 형제님들이여!' 라고 부른다. '평신도'라는 말은 성경에 없다. 모두 주 안에 한 형제들이다. 또 '불 받어라!'라는 말도 하지 않는다. 오히려 '주님 안 그리고 그의 힘의 능력 안에서 강건해지십시오' 라고 말씀한다.
힘이라는 단어는 '이슼후스' 라는 말로 능력 힘 등의 뜻인데 '엑호' 즉 '가지다, 쥐다'가 어원이다. 그런데 '능력'이라는 비슷한 뜻의 단어가 또 나온다. 능력은 '크라토스'라는 단어인데 역시 '힘 혹은 능력' 등의 뜻이다. 거의 비슷한 단어 둘을 왜 사용하고 있을까? 크라토스라는 단어는 영번역에서 dominion으로도 번역되었다. 즉 그냥 힘이라는 뜻만이 아니라 그 힘과 능력이 미치는 범위이다.
'주님 안' 이라는 특별한 공간이 있고 동시에 그의 힘의 능력 범위가 있다. 힘은 에너지이지만 이 에너지가 흘러 능력이 되어 미치는 범위가 있다. 마치 3장 16절을 다시 읽는 느낌이다. 사실 우리가 많이 들은 능력을 뜻하는 '두나미스'라는 단어는 '강건'에 들어가 있다. '능력이 있게 하다'인데, 이러한 힘과 능력의 원천 안에서 그 흐르는 능력으로 우리가 강건하게 됨을 말한다.
그리고 그리스도의 몸으로서 한 마리(?)의 마귀를 대적하기 위해 한 몸으로 서야한다. 원어에는 '대적해 서기 위해'로 되어 있다. 마귀는 '여러 궤계, 메또데이아스' 즉 술수 모략 등을 쓰는데 잘못하면 속을 수 있다. 마귀는 그냥 힘으로 밀어부치는 것이 아니라 교묘하게 술수를 쓴다. 그래서 믿는 이들 가운데서도 진화론을 그냥 부담없이 받아들이는 이들도 있다. 어려서부터 그런 술수로 교육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진리로 돌아감이 필요하다.
우리의 싸움은 소위 '영적' 싸움인데, 그래서 대상은 영적 존재들이다. 사람들과 부딪히면서 맘 상하는 일이 생기게 되면 사람들이 싸움의 대상이 되어 버릴 수 있는데, 바울은 그것이 아니라고 증거한다. 사람들이 아니라 그 뒤의 악한 존재들에 대해 대적해야 한다. 그래서 '그누무시키 혼내 주세요' 라고 기도하지 않고 '그의 눈과 귀를 막고 있는 악한 이들을 묶으시고 부끄럽게 하소서. 그가 회개하게 하소서. 빛 비춰 주소서' 라고 기도한다.
그런데 그 상대가 막강하다. 특히 악한 영적 권세들의 위치는 하늘 즉 우리의 위에 있기 때문에 땅에서 싸우는 우리가 불리하다. 13절에는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전신 갑주를 입어야 함을 말씀한다. 여기에는 동사가 '입다' 외에도 '견디다' 그리고 '서다' 등이 있다. 전신 갑주만 입어서는 안되고 그 '악한 날'을 견디어 내고 마지막에 서기 위함이다.
14절에 다시 한번 '서라'는 명령을 한다. 갑옷을 입는 것도, 싸우는 것도 서서 한다. 잠에서 깨어 일어난다. 일어서서 진리, 의, 평안, 믿음, 구원, 말씀의 온전한 갑옷을 입는데, 모두 중요하지만 '말씀'이 '레마'임이 눈길을 끈다. '로고스'와 '레마가'가 별 차이가 없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지만, 차이가 없다면 단어가 다를 필요가 없다. 로고스는 하나님의 실제적인 말씀이라 한다면, 레마는 그 말씀이 즉각적으로 선포되어진, 특히 나에게 혹은 교회에게 오늘 이시간 들려지고 적용되어지는 말씀으로 볼 수 있다. 즉 하나님의 말씀이 존재하는 것과 그 말씀이 이 시간 우리에게 선포되고 적용되는 것에는 차이가 있다. 이럴 때 그 말씀이 검이 된다. 말씀은 데이터베이스로 남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populate되어 report가 나올 때 의미가 있다.
주님, 교회가 하나되어 서서 전신갑주를 입어 악한 영을 대적하고 견디며 서는 그림을 봅니다. 그 날에 온전히 서는 영광스러운 모습을 기대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여러 실패를 경험하고 서로 엉뚱한 이들을 대적하기도 하지만, 그리스도의 몸인 교회 안에서 하나로 온전히 주의 군사되어 서 있는 우리 되게 하소서. 서로 헐뜯는 것이 아니라 그 뒤의 악한 영의 궤계를 간파하게 하소서. 그리스도 안에 있게 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