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을 유대인들의 왕이라 고백한 빌라도 (요 18:28-40)
한글이나 영어 번역본들에는 잘 나타나 있지 않지만 헬라어 원본에서는 흥미로운 면을 발견할 수 있는데, 첫째는 여러 동사들의 시제가 과거임에도 불구하고 현재진행형이 많다는 것이고, 둘째는 헬라어는 기록만 가지고는 문장이 의문문인지가 정확하지 않다는 것이다. 현재진행형 동사를 많이 쓴 것은 아마도 당시 벌어지는 상황에 대해 현재 말씀을 읽고 있는 독자들로 하여금 몰입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일 수도 있지만, 마지막 40절 '바라바는 강도였더라' 문구가 원어로는 '바라바는 강도였었다' 즉 미완료 시제를 썼는데, 이것은 앞으로 바라바가 강도에서 새롭게 변할 수 있음을 암시하는 것 같다.
의문문이 포함된 구절들의 원어를 그대로 번역하면,
(요 18:33) 그러자 빌라도가 다시 재판정에 들어갔다 그리고 예수님을 불렀다 그리고 그분께 말했다. 네가 유대인들의 왕이다? 하매
(요 18:34) 예수님께서 그에게 대답하셨다, 네가 스스로 이것을 말하고 있다, 아니면 다른 이들이 나에 대하여 네게 말했다? (하시니)
(요 18:35) 빌라도가 대답했다, 내가 유대인이다?
(요 18:37) 그러자 빌라도가 그분께 말했다, 그러면 네가 왕이 아니다? (하니) 예수님께서 대답하셨다, 네가 나를 왕이라고 말하고 있다.
정도가 된다. 즉 의문문이나 기본문이나 순서와 내용이 같아서 말할 때는 아마도 끝을 올렸겠지만 문장상으로는 동일하다. 그래서 33절 빌라도가 주님께 '당신은 유대인들의 왕입니까?' 라고 물은 것이 '당신은 유대인들의 왕입니다'와 같고, 34절 주님께서 빌라도에 대해 말씀하셨던 것도 동일하며, 35절 빌라도가 '내가 유대인이냐?' 라고 말한 것 역시 '나는 유대인이다'와 같다. 흥미로운 것은 37절 주님께서 빌라도에게 굳이 '네가 나를 왕이라고 말하고 있다' 라고 말씀하신 것인데, 여기도 현재진행형을 써서 마치 빌라도가 주님에 대해 고백하듯 기록되었다. 정말 빌라도는 주님을 유대인의 왕으로 인정했던 것일까?
요 19:19-22에는 흥미로운 기록이 있는데, '빌라도가 패를 써서 십자가 위에 붙이니 나사렛 예수 유대인의 왕이라 기록되었더라 유대인의 대제사장들이 빌라도에게 이르되 유대인의 왕이라 쓰지 말고 자칭 유대인의 왕이라 쓰라 하니 빌라도가 대답하되 내가 쓸 것을 썼다 하니라'고 되어 있다. 주둔군의 우두머리로서 십자가에 달려 죽는 주님을 '유대인의 왕'이라 칭하며 업신여겼던 것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지만, 아마도 빌라도는 정말로 주님을 유대인의 왕으로 인정했던 것으로 보인다.
주님, 부지중에 주님을 인정하고 고백했던 빌라도가 그 후에 어떻게 되었는지 모르지만 '빌라도를 향하여 선한 증언을 하신 (딤전 6:13)' 주님의 그 증언으로 그 안에 무엇인가 일어났을 것으로 믿습니다. 우리가 알지 못하지만 우리 가운데 계속해서 주님의 구원의 역사가 일어나고 있음을 믿습니다. 오늘도 구원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