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 경계, 죄와 선 (약 4:11-17)
여러 한글 번역본들은 11절에 '율법'이라고 번역했지만 원어에는 정관사가 없어서 그냥 '법'이다. 지난 2장 9절과 10절에는 정관사가 붙은 법이라서 '율법'이라 해석하고 번역할 수 있지만, 4장에는 모두 그냥 '법'이다. 이러한 법은 소위 '자연법'으로 이해할 수도 있고, 하나님께서 정하신 기본적인 자연의 원리이며 법칙으로 생각할 수도 있다.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인간은 이러한 법의 제한을 받으며 살아가고 있는데, 천하만물이 모두 그렇다. 계절이 바뀌며, 이 땅에 살면서 중력의 법, 열법칙의 법, 기본 신체적 메타볼리즘의 법 등 인간이 만들지 않은 법들에 의해 살아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래서 법은 기본적으로 경계 혹은 바운드리를 만드는데, 여기에서 벗어나는 것이 바로 범법이고 죄가 된다. 야고보는 서로 비방하고 있지 말라고 권하는데, 이것은 결과적으로 법을 비방하는 것이고 그렇다면 법 아래 있는 자 혹은 법을 행하는 자가 아니라 그 법 위 혹은 그 법 자체를 주관하는 심판자의 위치를 취하는 것이라 말한다. 하지만 그 법을 주는 분은 오직 하나이시다. 여기 다시 개정역은 '한 분'이라고 번역했는데, 한국어에서 경어체로 '분'이라는 말을 넣은 것이겠지만 번역면에서는 정확한 것이 아니다. 법을 주시는 분은 단 하나, 하나님이시다. 그는 그 법에 따라 구원하시기도 하고 멸망시키시기도 한다. 그러면서 야고보는 '다른 이들을 판단하는 당신은 대체 누구입니까?'라고 묻는데 이말은 '네가 하나님이냐?' 라는 말이다. 우리는 정말이지 너무 자주 다른 이들을 판단한다. 그리고 그것을 넘어 비방하기 까지 한다. 사실 판단은 바울이 고전 5:3에 말한 것 처럼 필요하기도 하지만 바울은 동일한 단어를 고전 4:5에 '그러므로 때가 이르기 전 곧 주께서 오시기까지 아무 것도 판단하지 말라'고 말하기도 했다. 주의 영 안에서 우리는 판단함으로 경계를 할 필요가 있을 경우가 있지만, 마치 하나님 처럼 안하무인격으로 다른 이들을 판단할 수 없다는 것이다. 우리는 모든 것을 다 알 수 없기 때문인데, 특히 판단을 넘어서 비방을 하는 것은 마귀가 하는 일과 동일하다.
믿는 이들은 삶의 유한함을 인식하기 때문에 '“주께서 뜻하시면 우리가 살것입니다. 또한 이것 혹은 저것을 할 것입니다”라고 말한다. 그럼에도 가끔은 우리 자신의 한계를 잊고 허세를 부리며 자랑하기도 하는데 그러한 모든 자랑은 못된 것임을 말씀한다. 결국 우리 자신이 어떠한 존재인지 다시 생각해 본다면 결코 교만할 수 없는데, 인생은 정말이지 잠깐 나타나졌다가 사라지게 되는 안개라고 한다. 여기 동사는 모두 수동태인데, 그 누구도 이 세상에 자신의 의지나 힘으로 왔다가 또한 자신의 의지나 힘으로 사라질 수 있는 이들이 없기 때문이다. 혹 자살하는 이들이 자신의 의지로 사라지는 거라 주장 할 수 있을지 몰라도 결국은 모두 죽을 것이기에 그 또한 자기 힘이나 의지 자체로만 하는 것은 아니다.
결론적으로 우리는 '선을 행함을 인식한 자 (완료형)'가 그러한 선을 행하고 있지 않는다면 그것은 그에게 죄라고 야고보는 말하는데, 그는 '선행'에 대한 짐을 우리에게 짊어지게 하는 것일까? 결국 '선'이 무엇인지 아는 것, 그리고 우리가 과연 이미 그것을 인식했는지가 중요하다. '죄'와 마찬가지로 하나님을 떠나서는 '선' 역시 정의할 수 없다. 하나님을 떠나 하나님과 상관없이 사는 것을 죄라고 한다면 하나님을 따르고 순종하며 함께 무엇이든 하는 것이 선이다. 하나님이 판단하시는 것으로 우리도 판단하고 하나님이 하시는 것을 우리도 하는 것이 바로 선을 행하는 것인데, 주님께서는 요 14:12에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나를 믿는 자는 내가 하는 일을 그도 할 것이요 또한 그보다 큰 일도 하리니 이는 내가 아버지께로 감이라'고 또 요 6:29에는 '예수께서 대답하여 이르시되 하나님께서 보내신 이를 믿는 것이 하나님의 일이니라 하시니'라고 말씀하셨다.
주님, 피조물로서 저는 결코 교만할 수 없지만 가끔 허세를 부리는 저를 봅니다. 허망한 날이 이르기 전에 사람들이 깨닫고 주님께 눈을 돌릴 수 있는 기회를 허락하소서. 마지막 날이 가까와 오는 이 때에 주의 영이 더욱 능력으로 역사하시고 주의 충성된 종들을 능력으로 강하게 하소서. 주의 성령의 생명의 법 안에 사는 저희들 되게 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