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뜸이신 그리스도와 그 믿음을 지속하기 위해 터 닦임과 정착함이 필요함 (골 1:15-23)

주님은 '피조물'일까? 신약 여기에 단 한번 그리스도를 피조물로 묘사한 것처럼 들리는 구절이 나온다. 15절을 '그는 불가시적인 그 하나님의 형상, 각 피조물의 처음 난 자이십니다' 정도로 번역할 수 있는데, 이 '처음 난 자 πρωτότοκος'가 마치 그리스도께서 창조주가 아니라 창조된 존재로 들리는 것이다. '첫째 혹은 앞에'를 의미하는 πρῶτος와 '낳다, 태어나다' 등을 의미하는 τίκτω의 합성어라 더욱 그런 느낌을 받는데, 개정역은 '모든 피조물 보다 먼저 나신 이'라고 번역해서 더욱 그렇다. 하지만 '보다'라는 말은 없고 '먼저 난'은 형용사로 되어 있고 '모든 피조물들'이 아니라 '각 피조물'이다. 주님께서 피조물이 아니라 당연히 창조주이심에 대해, '태초'를 말하며 '만물이 그로 말미암아 지은 바 되었으니 지은 것이 하나도 그가 없이는 된 것이 없느니라'고 증거한 요한 복음 1:2-3에도 분명히 기록되어 있다.

그래서 이 '처음 πρῶτος'은 시간적인 면을 말할 수도 있지만 시간을 초월한 '처음' 혹은 '으뜸'을 의미한다. 이 동일한 단어가 계 2:4에도 '처음 사랑'이라는 말로 쓰였는데, 소위 말하는 '첫사랑'이라기 보다는 '으뜸되는' 사랑을 의미한다.  다시 18절에 '죽은 자들 가운데서 먼저 나신'에서 쓰였고, 바로 다음에 '만물의 으뜸'에서 '으뜸'은 이 'πρῶτος'의 동사형이다. 또한 시제를 통해서도 볼 수 있는데, 16절 '만물이 그에게서 창조되되'의 '창조되다'의 시제는 아오리스트이지만 바로 뒤 '만물이 다 그로 말미암고 그를 위하여 창조되었고'의 창조되다는 완료형인데, 보통 아오리스트 직설법은 과거로 해석하지만, 항상 그렇지는 않다. 만일 과거로만 해석한다면 완료형으로 충분하기 때문인데, 그래서 이 부분은 '만물이 그 안에서 창조되어지다'로 번역할 수 있다. 이것은 그가 '각 피조물의 처음 난 자'라는 의미가 과거 첫 창조의 '만물들 (복수)' 중에 시간적으로 먼저 피조된 것이 아니라 '각 피조물 (단수)' 즉 주님의 '으뜸'되심을 말한다. 그래서 17절은 '또한 그가 만물보다 먼저 계시고 만물이 그 안에 함께 섰느니라'고 기록한다. 시간적으로는 2천년 전에 성육신 하심으로 '태어나셨'지만, 이미 창조 전 부터 주님께서는 계셨다 (성경적인 시제로 말하자면 주님께서는 '계시다' 즉 에고 에이미 시다).

20-21절은 주님께서 원수였던 우리를 하나님과 화평케 하시고 화목케 하셨는데, 22절은 그 목적이 우리들로 아버지 앞에서 '거룩하고 흠 없고 책망할 것이 없는 자들로 그 앞에 세우고자 하'심이다. 그런데 이것은 23절의 조건이 따른다. 23절은 '만일 확실히 여러분이 터가 닦여졌음과 정착하여 그 믿음을 지속하고 있고 여러분들이 들은 그 하늘 아래 각 피조물 안에 선포된 그 복음의 그 소망으로 부터 요동쳐 지지 않고 있다면 (세울 것입니다 - 위 구절) 나 바울은 (복음의) 집사가 됐습니다' 정도로 번역할 수 있는데, 우리가 거룩하고 흠 없고 책망할 것이 없는 자들로 세워지기 위해서는 복음에 대한 믿음을 지속하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우리의 믿음이 지속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의미인데, 지속하는 근간은 '터가 닦여졌음과 정착함'에 있다.

흥미로운 것은 21절에는 우리가 '한 때' 하나님과는 떨어진 외부인들 그리고 원수들 이었음을 말하는데, 그 이유는 '못된 행실들'과 '사고적 διάνοια'인 면에 있다. 이 διάνοια는 '생각을 통한'이라는 의미로 죄인들 안에 조성된 하나님을 거부하는, 생각의 향방성을 의미한다. 그래서 이러한 '한 때'의 어떠함을 버리고 이제 믿음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것들을 이길 수 있도록 '터 닦여졌음과 정착함'이 필요하다. '터 닦여졌음'은 수동태이며 완료형으로 우리가 닦는 것이 아니라 터이신 그리스도께서 이미 닦으셨다 (고전 3:11). 그래서 이제 우리는 이 터를 바탕으로 정착해야 한다.

주님, 우리 마음과 생각의 향방이 주님을 계속 향하도록 인도하소서. 주께서 으뜸이시고 기준이시기에 다른 것을 향하거나 바라보지 말게 하시고, 온전한 터이신 그리스도 위에 우리가 세워지며 성장하게 하소서. 주의 말씀이 더욱 깊이 우리 가운데 역사하시며, 이 복음을 맡은 집사 같은 주의 참된 종들을 더욱 세우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