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우주의 신비, 그리스도와 교회 (골 1:24-2:5)
1장에는 바울이 집사가 되었음을 두 번이나 말하는데, 그는 사도이고 복음 전하는 자이며 교사이고 또한 장로를 세우는데 있어서 그 역시 장로이지만, 하나님의 일을 하는 면에 있어서는 '일꾼' 즉 원어로는 '집사'이기도 했다. 23절은 '나 바울은 (복음의) 집사가 됐습니다'라고 말하는데, 곧이어 24절은 '이제 나는 여러분을 위한 고통들을 기뻐하며 그리스도의 남은 고난들을 그분의 몸 된 교회를 위해 내 육체 안에 대신 채웁니다'라고 말한다. '집사'의 임무는 일을 하는 것이지만, 또한 '고통들'을 당하는 것도 포함하는데, 때에 따라 일하는 것이 즐거울 수도 있지만 많은 경우 고통들이 따르기 때문이다. 즉 바울이 말한 '그리스도의 남은 (혹은 모자른) 고난들'은 '일'에 관계된 것이지 그리스도의 구속 사역을 대신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이 '채우다 ἀνταναπληρόω'라는 말은 성경 여기 단 한번 나오는 말로 '대신 혹은 대적'을 의미하는 ἀντί와 ἀναπληρόω의 합성어인데, 이 ἀναπληρόω는 또 '각, 몇' 등을 의미하는 ἀνά와 25절의 '채우다 πληρόω'의 합성어이다. 그리스도의 완전한 구속 사역은 분명 이미 다 이루셨다. 하지만 그 복음을 전하는 집사들은 그 일을 감당하기 위해 따르는 고난들을 채워야 한다.
이러한 고난들 (혹은 압력, 박해, 환난)은 '교회'를 위한 것과 깊은 관계가 있는데, 그래서 다시 25절은 '이에 (교회) 대해 하나님의 말씀을 채우기 위해 여러분 안으로 내게 주어진 하나님의 경륜을 따라 내가 집사가 됐습니다'라고 또 말한다. '하나님의 경륜'에서 '경륜'은 문자적으로 '집-법'이라는 말로 하나님의 집안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법, 특히 하나님의 생명과 그 풍성하심이 흐르며 분배되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집사'라는 말은 마치 집사가 집의 일 특히 음식이나 필요한 것들을 나눠주는 일을 하듯 '분배하다 혹은 나누다'에서 왔기 때문에, 바울은 일꾼 즉 집사로서 다른 어떤 것 보다도 하나님의 어떠하심을 나누는데, 그것이 바로 하나님의 경륜이며, 이에 따라 집사가 되어 일을 한다고 말한다. 흥미로운 것은 26절은 '신비 μυστήριον'라는 말을 하는데 27절에도 등장하지만 모두 중성 명사이다. 그래서 앞에 말한 '하나님의 말씀'이 남성 명사이기 때문에 그것을 가리키기 보다는 그 앞서 25절 '이 (여성 명사)' 즉 교회를 가리키는 '그 몸 (중성)'을 말한다. 바로 이 '교회'가 '시대들과 세대들에 걸쳐 감춰졌던 신비였는데 이제는 그의 성도들에게 나타나졌습니다'라고 말한다. 교회라는 것이 이리도 귀한 것이다.
그런데 '그 신비'가 교회인 동시에 27절은 '이 신비'라고 다시 언급하면서 '곧 여러분 안의 그리스도, 영광의 소망이다'라고 또한 말한다. 결국 그리스도와 교회는 하나이며 신비임을 밝히는 것이다. 교회는 그리스도의 몸이기 때문에 그리스도와 하나이며 또한 동일하게 드러난 신비이다. 이것이 이해가 될까.. 이해가 쉽지 않기에 신비다.
'그리스도의 몸' '여러분 안의 그리스도' 그리고 28절의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모든 사람을 성숙하도록 세우기 위함' 모두가 그리스도와 교회가 하나이며, 교회인 우리가 그리스도에게 까지 성숙해지는 것이 신앙 생활과 우리 삶의 목적임을 말한다. 29절에는 바울 역시 이 목적을 위해 '싸우며 수고하고 있다'고 하는데, 우리가 분투하며 추구할 것은 세상에서의 성공이 아니라 '내 안에서 능력으로 일하시는 분의 일을 따라 싸우며 수고하는' 것이다.
2장 1절에도 이 '싸움'을 말하는데, 특히 '최대한의 싸움을 소유하고' 있음을 말한다. 싸움을 '하는' 것과 '소유하는' 것에는 차이가 있는데, 단지 '하는' 것은 외적으로만 끝날 수 있지만, '소유하는' 것은 내 안에 혹은 우리 가운데 지켜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2절은 이러한 싸움의 목적이 '이는 그들이 마음으로 위로를 받고 아가페 가운데 연합하여 (안으로, 그리하여) 그 이해의 확실함의 모든 모든 풍성 안으로 하나님과 아버지와 그리스도의 신비의 깨달음 안으로 (깨닫게 하려는 것입니다)'라고 말하는데, 개정역에는 '하나님의 비밀인 그리스도'라고 사본 중 하나를 바탕으로 번역했고, 그리스도께서 교회와 더불어 하나님의 비밀이신 것은 맞지만, 또 다른 사본에서는 위와 같이 '하나님과 아버지와 그리스도의 신비'로 되어 있다. 사실 하나님도 비밀 혹은 신비이시고 그리스도 역시 비밀하신 분이지만, '하나님과 아버지와 그리스도'를 신비라고 기록한 사본은 하나님과 아버지와 그리스도를 하나로 말하고 있는 것이 되는데, 3절 '그 안에는' 이라는 말이 남성 단수 대명사이며 앞의 '하나님' '아버지' 그리고 '그리스도' 모두 한 분임을 나타내기 때문이다. 이 역시 신비다. '그 안에는 지혜와 지식의 모든 보고들이 감춰져 있습니다'라고 하는데 '보고'는 '보화들'을 담은 궤짝이다. 여러 보화들을 담은 보고가 복수로 되어 있어서 '그 지혜와 그 지식'의 모든 보고들이 이 분 안에 있다고 한다. 지혜와 지식은 세상 학교나 과학에 있지 않고 바로 하나님 안에 있다. 그리고 또한 그와 동일한 그리스도와 또한 그리스도와 연결된 하나된 교회 안에서 누린다. 얼마나 우리는 이러한 지혜와 지식을 누리기 위해 교회를 추구했으며 최대의 싸움을 소유하고 있는가..
주님, 바울이 말한 이 모든 진리와 신비를 주님의 몸된 교회로 알며 누리게 하소서. 주님을 사랑하며 그 아가페 안에서 함께 엮어져 가게 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