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범죄의 심각성과 무지함의 죄 (레 4:1-21)

지난 1장의 제사가 인간의 죄 된 본질을 위함이었다면, 이번 4장은 '그릇 범함 (1절)' 즉 죄 된 '행동'에 대해 속죄를 위한 제사를 설명한다. 그래서 '속죄제' 라고 불리는데, '그릇'이라는 말은 원어로 '셰가고' 이며 '잘못하다, 무심코, 우연히, 우발적으로, 고의적이지 않게' 라는 의미다. 이러한 단서는 4장 뿐만 아니라 구약 전체에 기록된 것이기 때문에 소위 '일부러' 죄를 짓는 것에 대해서는 속죄가 없다. 이런 경우에는 먼저 자신의 죄를 깨닫고 회개해야만 한다. 우리 말 '자범죄' 라는 말에는 '우발적' 이라는 의미 보다 '자발적' 혹은 '일부러'라는 의미를 많이 포함하는 것으로 들리지만 적어도 구약의 경우 이렇게 일부러 죄를 지은 이들에 대해서는 율법에 따라 심판을 받는다.  그렇기 때문에 결국 속죄제 역시 하나님과의 관계 회복이 그 궁극적인 목적이며 따라서 '화목제 제물의.. 같이 할 것이요' 라는 언급이 계속되는 것이다. 속죄는 죄의식이나 정죄함에서 벗어나 홀가분해져서 다시 멋대로 살기 위함이 아니라, 더 이상 죄를 짓지 않고 주님과 동행하기 위함이다.

흥미로운 것은 이러한 속죄제는 먼저 제사장을 시작으로 '이스라엘 온 회중 (13절)' 그리고 '족장 (22절)' '평민의 한 사람 (27절)' 등 그 대상에 대해 순서와 모습에 차등을 두는데, 그럼에도 모두 '부지중에' 라는 단서를 두고 '(그 죄를) 깨달으면' 속죄제를 드리는 것이 기록된다. 제사장에 대해서는 '부지중에' 라는 말이 없는데, 기본적으로 그는 율법을 모두 알아야 했기 때문이며, 특히 '여호와의 계명 중 하나라도' 범할 때 속죄제를 드린다. 만일 지금 시대에 목회자들이 자신들을 성도들 위의 특별한 제사장직에 있는 이들로 생각한다면 기본적으로 성경 전체를 과거 제사장들이 알았던 정도로 모두 자세히 알아야 하며 '자범'적으로 죄를 짓지 말아야 하고, '하나라도' 범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물론 그렇다고 소위 '평신도' 즉 성도들은 죄를 지어도 된다는 말은 아니다)  제사장을 먼저 언급한 것은 그의 범죄가 자신의 범죄로만 끝나지 않고 나아가 '백성의 허물이 되'기 때문인데 (3절), '우리말 성경'은 '백성이 손해를 입었다면'으로 번역했다. 제사장직으로서 범죄하는 것은 일반 백성들의 범죄와는 비교할 수 없게 중하다.

13절은 '이스라엘 온 회중'의 범죄에 대해 말하는데, 먼저 제사장의 범죄를 다룬 후에 언급하는 것은, 제사장의 잘못으로 회중이 범죄할 때가 많기 때문이다. 지도자들이 하나님을 말씀을 제대로 가르치지 못했거나, 올바로 그들을 이끌거나 바른 본을 보이지 못했기 때문에 백성들은 '부지중에' 죄를 범하게 된다. 그래서 주님께서는 눅 23:34에 '..아버지 저들을 사하여 주옵소서 자기들이 하는 것을 알지 못함이니이다..' 라고 기도하셨다.  회중의 범죄함에 대해서는 그 모든 회중이 속죄제를 드릴 수 없기 때문에 '회중의 장로들이' 집행하는데, 그 외에는 모두 제사장에 대한 것을 동일하게 따른다. 이러한 언급은 얼마나 제사장직이 위대한지 다시 말해주는데, 제사장은 온 회중을 대표하여 하나님 앞으로 인도하며 중재하기 때문이다. 왕이 하나님의 권력을 행사하는 사람이라면, 제사장은 회중을 하나님께로 인도하는 사람이다. 그런데 이제 우리 모든 믿는 이들은 '왕족 제사장 Royal Priesthood'이 되었다. 우리는 이 땅에서 하나님의 능력을 행사하며, 동시에 사람들을 하나님께로 인도하는 부르심을 받았다.

일부러 범하는 '자범죄'는 심각한 것이지만, 그렇다고 알지 못하면 죄가 용서함 받을까? 4장 모두가 '부지중'을 말하기 때문에 당연히 그러한 범죄도 분명 죄임을 말하고, 따라서 몰라서 죄를 지었다는 말은 인정되지 않는다. 그래서 요일 3:6은 '....범죄하는 자마다 그를 보지도 못하였고 그를 알지도 못하였느니라'고 기록한다. 주님을 모르는 것 자체가 죄다. 기본적으로 알지 못하면 믿을 수도 없는데, '죄에 대하여라 함은 그들이 나를 믿지 아니함이요'라고 요 16:9에서 주님은 말씀하셨다.

주님, 아는 만큼 볼 수 있고 깨달을 수 있으며 행할 수 있음을 압니다. 다만 그렇게 하지 못하고 알면서도 주님을 대적해서 범죄하는 자범죄를 종종 행하는 저의 형편없음을 불쌍히 여기소서. 주님 앞에 회개함으로 돌아옵니다.  성령을 충만케 하셔서 저의 삶이 주님 앞에 열납되게 하소서. 오늘 나의 마음과 생각과 말과 행동이 주님 앞에 정결하며 받으실 만한 제물되게 하소서. 내 입의 말과 마음의 묵상이 주님 앞에 열납되기를 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