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스리는 자, 죄를 깨달아 용서받는 은혜 (레 4:22-35)
제사장에 대한 속죄제는 황소를 바치고 그 피를 성소의 휘장 앞에 일곱 뻔 뿌린다 (3-7절). 온 회중을 위한 속죄제 역시 마찬가지인데 (14-17절), 족장이나 평민의 한 사람에 대해서는 이와는 조금씩 다르다.
먼저 족장에 대해서는 숫염소를 제물로 드리고 번제물 뿔들에 피를 바른다. 평민의 한 사람에 대해서도 방법은 같지만 암염소나 어린양 암컷을 드린다. 바치는 제물은 다르지만 기본적으로 같은 방법으로 제사를 드리는 이유는 족장이 사람들 위에 있기는 해도 그들과 다름 없는 인생이기 때문이다. 문자적으로 '족장 (나씨)'의 의미는 '높여진 자, 족장, 왕자(지도자)' 등을 의미하는데, 이 말은 '견디다, 가져가다, 나르다' 등을 의미하는'나싸'에서 유래한 말이라고 한다. 즉 태어나기를 귀하게 태어나서 가만히 앉아서 시키기만 하는 사람이 아니라 '높여짐'으로 직접 먼저 본이 되고, (혹은 직접 본이 됨으로 높여져서) 다른 이들을 이끌며 거기에 따르는 어려움과 도전들을 견뎌내는 사람들이다.
신약에는 '다스리다'로 번역된 '프로이스테미'란 말이 있는데, '프로 (앞으로)'와 '히스테미 (서다)'의 합성어이며 딤전 5:17 '잘 다스린(원어 완료형) 장로들' 이라는 구절과 더불어 약 8번 나오는데, 그 의미는 '주재하다, 다스리다'는 물론이지만 '주목하다, 보존하다, 열심히 행하다'라는 의미도 있다. 개역개정역은 '누가 그에게 깨우쳐 주면' 이라고 번역했지만 원어에는 그렇지 않고 '그가 범한 자기 죄를 깨닫게 되면' 으로 되어 있다. 사실 누가 가르치거나 깨우쳐 주더라도 자신이 깨닫지 못하면 소용이 없는데, 이것은 28절 평민에 대해서도 동일하다. 아무튼 족장들이나 평민이나 제물은 다르게 하지만 속죄하는 법은 동일하다.
주님, 높은 자나 낮은 자나 주 앞에는 모두 동일한 인생임을 고백합니다. 높여진 자들은 겸손함으로 부지런히 다른 이들을 도우며 보살피는 마음 허락하시고, 특별히 우리 모두가 죄를 범할 때 깨닫게 하셔서 주님 앞에 정결함을 지킬 수 있도록 인도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