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례대로 드리고 명령대로 행할 때 하나님께서 받으심 (레 9:15-24)

가끔 은혜라는 말을 너무 오용해서 문제가 되기도 하는데, 고후 6:1에는 '..하나님의 은혜를 헛되이 받지 말라'고 명한다. 우리가 그 중한 하나님의 은혜를 가볍게 받으면 오히려 방탕한 것으로 바꿀 수도 있다 (유 1:4). 은혜가 참 은혜 되기 위해서는 그 신비를 더욱 부지런히 살피고 배우는 것이 필요한데 (벧전 1:10), 과거 여러 제사에 대한 규례는 배우 복잡하고 따르기 쉽지 않지만 신약시대라고 은혜를 빌미로 우리 마음대로 우리 방법대로 하나님께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16절은 '또 번제물을 드리되 규례대로 드리고' 라고 기록하는데, 이 '규례'라는 말은 '미스빳'으로 '정의, 공의, 심판, 다스림' 등을 의미하며 가끔 '규례, 관습' 등의 의미로도 쓰였는데, '심판하다, 다스리다'를 의미하는 '샤빳'이 그 어원이다. 10장 9절에도 '규례'라는 말이 나오지만, 이 말은 문자 그대로 '정해진 규칙'을 의미하는 '쿠카'라는 말이다. 그래서 사실은 '쿠카'를 쓰는 것이 더 나았을 듯 한데 '미스빳'을 썼다. 이 미스빳이라는 단어는 5장 10절에도 이미 번제물에 대해 '번제물의 방식대로'라고 하며 쓰였는데, 오늘도 역시 '번제물'에 대해 기록되었다.

이 번제물에 대해서는 레위기 1장부터 기록된 매우 중요한, 제사 혹은 제물 중에 제일 처음 드려지는 것인데, 다른 제사도 마찬가지지만 이 번제물에 대해서는 특별히 '규례' 혹은 '방식' 혹은 '심판, 공의, 정의'에 따라 드려져야 한다. 번제물은 제물을 완전히 다 태우는 것이고, 따라서 사람 (제사장이나 아론의 후손들)을 위해서는 남는 것이 없는, 하나님을 모르는 사람에게는 허비로 보이는 제사다. 하지만 이러한 희생과 허비를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위해 당신 자신을 온전히 드림으로 보여주셨는데, 그리스도는 온 율법을 완성하신 즉 그 율법의 모든 요구를 충족하신 분이시다. 따라서 번제물로서의 그리스도의 죽으심을 통해 모든 인류는 하나님 앞에 더 이상 죄에 대해서는 문제가 없게 되었다 (요 1:29, '세상 죄, 단수'). 다만 이제는 이러한 진리를 '믿지 않는 것'이 죄가 된다 (요 16:9).

이 '규례'로 번역된 '미스빳'에 해당하는 신약의 헬라어 단어는 아마도 '의 (디다카이오수네이)' 일텐데, 마 3:15을 시작으로 특히 로마서에는 32번이나 언급되었다. 하지만 어쩌면 오히려 '경륜'이라는 말이 더 가까울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드는데, 엡 3:2은 '너희를 위하여 내게 주신 하나님의 그 은혜의 경륜을 너희가 들었을 터이라'고 기록한다. 개역개정은 '경륜'으로도 번역하고 '청지기'등으로도 번역했는데, 원래 이 원어 '오이코노미아'라는 단어는 '오이코스 (집)'과 '노모스 (법)'의 합성어로 영어에서는 economy, stewardship, dispensation 혹은 administration 등으로 번역되었다. 즉 하나님의 집인 교회 안에서 모든 것들이 이루어지고 분배되며 경영되는 것을 말하는데, 여기에는 크게 '분배'와 '다스림'이 있다. 이러한 다스림과 분배는 하나님께서 정하신 방법 즉 그 분의 의를 따라야 하는데 바로 하나님의 의 (롬 1:17, 고후 5:21)이고 그리스도의 의(벧후 1:1)이다.

우리가 아무리 좋은 것을 드린다해도 그리스도를 통하지 않고는, 그분 자신이 드려진 것을 믿지 않고는 하나님께서 우리의 섬김이나 경배를 받지 않으신다. 오직 그리스도만이 율법을 온전히 이루시고 그 요구를 완성하신 분이시기 때문이다. 따라서 하나님의 규례, 심판, 공의, 다스림 등 모두는 그리스도 안에서 발견되며 그를 통해 나타나기 때문에 우리는 그 분 안으로 믿고 그 안에서 발견되며 그 분의 명령을 따라야 한다. 그럴 때 하나님께서 영광을 받으신다 (고후 1:20, 4:15, 빌 2:11, 벧전 2:12).

주님, 구약의 모든 신비와 비밀이 그리스도 안에 있음을 봅니다. 그리스도의 이 아름다우심을 우리가 더 보며 더 누리게 하소서. 진정 그리스도를 통해 우리가 아버지께 올 수 있음을 고백하며 선포합니다. 우리의 모든 경배가 헛되지 않도록, 참 번제물 되신, 우리를 위해 온전히 허비되어지신 그리스도 만을 높이게 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