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사 음식과 주의 만찬 (레 10:12-20)

개인적으로 기독교 집안에서 태어났기 때문에 한번도 한국 전통 제사를 지내본 적이 없다. 하지만 다른 집들이 제사를 지내는 것을 대하거나 혹은 드라마에서 그러한 모습을 보면서, 언젠가 그 차려진 제삿상 음식을 먹으면 마음이 담대해진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성경이 말하는대로 이방인의 제사는 귀신들에게 하는 것이고, 이는 귀신과 교제하는 것이라서 (고전 10:20) 이런 말이 나온 것이라 생각되는데, 제사는 교제이며, 참된 교제는 함께 먹음으로 이루어진다.

주님께서도 계 3:20에 '볼지어다 내가 문 밖에 서서 두드리노니 누구든지 내 음성을 듣고 문을 열면 내가 그에게로 들어가 그와 더불어 먹고 그는 나와 더불어 먹으리라'고 하셨는데, 문제가 많고 교만했지만 그래도 그 정체성은 주님의 몸된 교회였던 라오디게아 교회에 대해 하신 말씀이다. 그들이 물질적 혹은 영적으로 많은 것들을 소유함으로 종교 행위나 행사들은 빈번히 행했지만, 정작 주님과의 교제는 등한시 했는데, 주님의 음성을 들을 수 없었고, 따라서 주님과 함께 먹을 수 없었다.

과거 아론과 그 자손들은 제사 후에 번제를 제외하고는 바쳐진 제물 중 얼마는 그들의 몫이 되어 먹을 수 있었는데, 이러한 것은 그들에게 먹고 사는 현실적인 도움도 되었겠지만 그보다는 더욱 살아계신 하나님과 교제하는 것을 의미했다. 그래서 거룩한 곳에서 거룩한 제물을 거룩하게 먹어야 했는데, 오늘 말씀 처럼 오히려 먹어야 할 제물을 먹지 않고 모두 태우면 (17절) 그 또한 규례를 어기는 것이 된다. 하지만 모세의 질책에 대해 아론은 '오늘 그들이 그 속죄제와 번제를 여호와께 드렸어도 이런 일이 내게 임하였거늘 오늘 내가 속죄제물을 먹었더라면 여호와께서 어찌 좋게 여기셨으리요' 라고 답하는데, 이 대답은 오늘의 성찬에 대해 우리에게 귀한 조언을 해준다.

예수님께서 주의 만찬을 처음 행하시며 '..이 잔은 내 피로 세운 새 언약이니 이것을 행하여 마실 때마다 나를 기념하라 .. 너희가 이 떡을 먹으며 이 잔을 마실 때마다 주의 죽으심을 그가 오실 때까지 전하는 것이니라 (고전 11:25-26)'고 말씀하셨는데, 과거 구약 시대에는 짐승을 잡아 제사를 드렸었지만 그러한 제사는 사실상 죄를 없이 하지 못했고, 따라서 유효하지 못했다 (히 10:4). 하지만 이제 주님께서 자신을 드려 단번에 죄를 없이 하셨는데, 그리스도는 그 피와 살이 우리가 먹고 마시며 누릴 하나님이 받으시는 참된 제물이시다.

그래서 우리가 제물 즉 제사음식을 먹을 때 주의해야 한다. 그 제물 즉 떡과 잔을 받음으로 주의 살과 피에 참여하며 우리는 주님과 교제함으로 그분처럼 변화하기 때문이다. 고전 11:27-29은 '그러므로 누구든지 주의 떡이나 잔을 합당하지 않게 먹고 마시는 자는 주의 몸과 피에 대하여 죄를 짓는 것이니라 사람이 자기를 살피고 그 후에야 이 떡을 먹고 이 잔을 마실지니 주의 몸을 분별하지 못하고 먹고 마시는 자는 자기의 죄를 먹고 마시는 것이니라'고 기록한다. 아론은 이 원리를 깨달았기에 남은 두 아들이 제물을 먹지 않았던 이유를 간파했고, 그 거룩하신 제물에 대해 두려움이 있었으며, 그에 따라 모세에게 답했고, 모세는 이러한 대답을 좋게 여겼다.  주의 만찬은 우리에게 참으로 누림이 되지만 동시에 두려운 것이다. 그래서 영광이다.

주님, 참된 교제 안으로 우리를 인도하소서. 죄에서 온전히 떠나고 주님의 살과 피를 함께 나눌 공동체가 곳곳에 서게 하소서. 우리에게 허락되고 우리가 누려야 할 참된 음식과 참된 음료는 그리스도이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