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 뿌림 후에 기름 바름이 있음 (레 14:21-32)

가난한 자가 나병에서 나을 경우 정결해 지는 절차에 있어 모든 것은 동일하고 제물만 좀 더 값싼 것으로 대치하는데, 다만 속건제물은 어린 숫양으로 동일하다. 이는 나병이 자범적인 행위로 인한 결과이며 그에 대해서는 동일한 대가 혹은 제물로 값을 치러야 함을 말한다. 생각해 보면 나병 환자는 그 병에서 고통받는 동안은 치료만 가능하다면 어떤 방법이든 쓰기 원했을 것이고, 또 나으면 무엇이든 드리고 싶어하지 않았을까? 하지만 이제 정말 완치가 되어 제사를 드리는데 그의 형편상 쉽지 않다. 이러한 현실적인 상황에 대해서도 하나님은 그 방법을 마련하시는데, 중요한 것은 그럼에도 이러한 모든 제사 절차는 동일하다는 것이다. 이 또한 이 한 사람에 대해 온전히 받으시고 세우시려는 하나님의 은혜를 보여 주는데, 그리스도의 은혜는 차별이 없음을 엿볼 수 있다 (롬 3:22, 10:12).

흥미로운 것은 앞서 14절에 '속건제물의 피를 취하여 정결함을 받을 자의 오른쪽 귓부리와 오른쪽 엄지 손가락과 오른쪽 엄지 발가락에 바'르고 또 '정결함을 받을 자의 오른쪽 귓부리와 오른쪽 엄지 손가락과 오른쪽 엄지 발가락 곧 속건제물의 피 위에 바'르며 (17절), 마지막으로 '그 정결함을 받는 자의 머리에 바르'는데 (18절), 이것과 동일하게 25절과 28, 29절은 기록한다. 즉 속건제물과 그 피 그리고 기름을 바르는 것은 동일하다.

피가 먼저 뿌려지고 그후에 기름이 발라지는데, 피흘림으로 구속 곧 죄사함을 얻고, 기름이 발라짐 특히 머리에 바르는 것은 성령의 임하심을 예표한다. 행 2:3은 '각 사람 위에 하나씩 임하여 있더니'라고 기록하며 성령께서 각 사람 위에 부어지셨음을 증거한다. 믿을 때 이미 성령을 받고 따라서 내주하시지만 (요 20:22), 또한 이렇게 위로부터 임하시는 역사도 있다. 과거에 나병 환자였던 자가 고침 받는 것은 이렇게 죄사함 뿐만 아니라 기름 바름도 따른다. 하지만 순서는 먼저 피이고 그 다음에 기름이다. 우리는 주님의 죽으심을 믿고 그 공로를 값없이 받고 예비하신 성령을 선물로 받았다.

지난 5장 6절에 제사장이 '속죄하다'라는 말이 영어로 forgive가 아니라 atonement라고 했었는데, 역시 18절과 29, 31절도 마찬가지로 atonement이며 히브리어로는 '카빠르' 즉 죄나 허물을 '덮어주는' 것이다. 결국 이것은 죄에서 놓여 자유하게 되는 것만이 그 목적이 아니라 궁극적으로는 주님과 교제할 수 있도록 길을 마련하는 것이다. 주님을 떠나는 것이 죄요, 주님께 돌아오는 것이 바로 용서받고 의로움을 얻는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피와 기름 둘 다 필요하다.

주님, 주님의 피로 사시고 성령의 기름 부으심으로 새롭게 하신 주님의 몸된 교회를 강건하게 하소서. 주님과 교제함으로 날마다 주님의 거룩하고 정결한 신부로 준비되게 하소서. 주의 피를 인해 감사드립니다. 새롭게하시고 우리를 세우시는 기름을 인해 기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