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고 에이미 이신 주님과 함께 (계 1:1-8)

영번역은 The Revelation of Jesus Christ 라고 시작한다. 원어에는 정관사 '호 the'가 없지만 영어 문법상 정관사가 없으면 이상하기 때문에 정관사를 넣었다. 대신 원어에는 '하나님'에 정관사가 붙었는데, 영어는 그냥 대문자 God으로 해서 바로 그 유일하신 하나님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이 '계시'로 번역된 단어는 ἀποκάλυψις로 원래 의미는 '떨어지다, 멀다'를 의미하는 '아포'와 '숨기다'를 의미하는 '칼룹토'의 합성어로 '나타나다 드러나다'를 말하는 동사형 '아포칼룹토'에서 왔지만, 라틴계 언어로 번역되면서 (아마도) 이 계시록 내용 때문에 영어 apocalypse라는 말은 '계시'가 아니라 '파멸' 혹은 '종말'을 의미하게 되었다. 하지만 이 말은 성경 여러 구절에서 '나타내다, 드러내다, 계시하다' 등으로 쓰였다.

그래서 사실 이 계시록의 핵심은 종말이 아니라 하나님의 영원한 통치하심과 그의 백성이 누릴 영화를 드러낸 책이며, '속히 일어날 일들 (원어로는 급함 안에)'에 대해 기록했는데, 이 '급함 안'은 시간적으로 급한 것을 의미하기 보다는 다른 의미가 있다. 만일 시간적으로 급한 것이라면 이러한 기록을 할 필요도 없었을 것이다. 3절은 '행복한(이다) 이 대언의 말씀들을 읽고 있는 자 그리고 듣고 있는 자, 그리고 그 안에 기록된 그것들을 지키는 자들은. 이는 그 때(카이로스)가 가깝기 때문이다' 라고 기록하는데, 이 '행복'은 일반적으로 이해하고 있는 행복이 아닌, 하나님의 복이며, 이 '때' 역시 '크로노스' 아닌 '카이로스'이기 때문에 이미 2천년이 지난 지금이지만 아직도 '급함 안'에서 가깝다. '시간'이라는 개념은 물리학적으로도 난제이며, 인간의 이해를 뛰어넘기 때문이다.

이 카이로스가 가까운 이유는 4절 중 '장차 오실 이'로 번역된 부분이 원어에는 '오고 계시는' 즉 현재진행형으로 되어 있기 때문인데, 이러한 동사형태는 22:20 '이것들을 증언하신 이가 이르시되 내가 진실로 속히 오리라 하시거늘 아멘 주 예수여 오시옵소서'에서 '오리라'와 '오시옵소서'의 시제와 동일하다. 즉 원어는 '내가 속히 오고 있다' 그리고 '오고 계시옵소서' 인데, 이러한 시제는 현재 벌어지고 있는 일임을 말함과 동시에 곧 드러날 일들을 의미하며 믿는 우리에게 소망을 준다. 주님께서는 승천하셨지만 동시에 '볼지어다 내가 세상 끝날까지 너희와 항상 함께 있으리라 (마 28:20)'고 하셨다. 주님은 하늘 보좌에 계시지만 동시에 우리와 함께 하시며 또한 오고 계시다.

4-5절을 원어에서 직역하면 '요한은 아시아에 있는 일곱 교회들에게 (편지하노니) 은혜가 여러분에게, 그리고 평강이, 그 이시고 그 이셨고 그 오고 계시는 분으로부터, 그리고 그분의 보좌의 목전의 일곱 영들로 부터 그리고 예수 그리스도로 부터. (그는) 그 증인, 그 신실하심, 죽은 자들의 장자, 땅의 왕들의 통치자 (이시다) 우리를 아가페하고 계시고 그의 피를 통해 우리의 죄들 밖으로 우리를 놓으시고' 정도가 되는데, 때는 흘러 더 이상 예루살렘에는 교회가 존재하지 않고 이제 무대는 아시아로 바뀌었다. 이 때 요한의 심정은 어땠을까? 쉽지는 않았겠지만 바로 이러한 '때'에 그리스도께서는 그에게 이러한 '아포칼룹시스'를 보여 주시고 아시아 일곱 교회들에게 편지하게 하신다.

신약의 문안 인사인 '은혜'와 '평강'을 말하지만, 흥미로운 것은 이 '그 이시고 그 이셨고 그 오고 계시는 분'과 '그분의 보좌의 목전의 일곱 영들' 그리고 '예수 그리스도' 모두 '~로부터'가 붙어있다. 이 셋은 하나라는 의미임과 동시에 그리스도의 신성을 증거한다. 이러한 그리스도는 승천하셨지만, '그 증인, 그 신실하심, 죽은 자들의 장자, 땅의 왕들의 통치자'이신데, 우리를 아가페하고 계시고 (현재진행형) 그의 피로 우리의 죄들을 사하셨다.

이정도만 해도 대단한데, 6절은 예수 그리스도께서 '하나님이시며 그의 아버지에 대해 우리를 왕국과 제사장들로 만드'셨다고 한다 (원어참조). 벧전 2:9는 '그러나 너희는 택하신 족속이요 왕 같은 제사장들이요 거룩한 나라요 그의 소유가 된 백성이니..'라고 기록하는데, 우리가 이렇게 된 것은 바로 예수 그리스도께서 그렇게 만드셨기 때문이다. 또 '그분께 영광과 통치가 세세토록. 아멘' 이라고 기록하는데, 우리가 알던 알지 못하던 그리스도는 세세토록 그 영광 가운데 통치하신다. 이러한 주권 혹은 통치를 깨달을 때 인내 안에 신앙 생활이 가능하다.

7절은 '보시오, 그가 구름들과 함께 오고 계신다'로 시작하는데, 개정역 처럼 '구름을 타고' 오시진 않는다. 여기 전치사는 '위 ep' 혹은 '안 en'이 아니라 '함께 meta'인데, 이 '구름'은 히 12:1 '구름 같이 둘러싼 허다한 증인들' 처럼 주님의 증인들과 함께 오신다는 의미이다. '그리고 모든 눈이 그를 볼 것이다 그리고 그를 찌른 이들도, 그리고 땅의 모든 족속들이 그분 위에 통곡할 것이다 그렇다! 아멘!'라고 이어지는데, 주님 오실 때 죽은 이들이 부활할 것을 말한다. 하지만 주님께서 오시는 그 때, 그의 백성은 휴거를 통해 하늘에서 주님과 함께 구름 처럼 임하지만 땅의 모든 족속들은 땅에서 그의 재림을 보고 통곡할 것을 예언한다.

8절은 '나는 그 알파와 그 오메가, 시작과 완성이다 라고 주 그 하나님 그 이시며 그 이셨고 그리고 그 오고 계시는 그 전능자께서 말씀하고 계신다'라고 기록한다. 여기 '나는 ~이다'는 '에고 에이미'인데, 요한 복음에서 많이 나온 것이며, 구약의 '여호와'와 같은 맥락이다. 오직 주님만이 '에고 에이미, 나는 ~이다'시다. 그는 '그 알파와 그 오메가, 시작과 완성'이시기 때문이다.

주님, 요즘처럼 주님 오시지 않을 것 같은 때가 없고 또 요즘처럼 주님 곧 오실 것 같은 때가 없는 듯 합니다. 주의 백성들로 깨어 있을 수 있도록 일곱 영들이 더욱 역사하소서. 주님의 말씀이 이루어지며 그 때 그 구름 안에 함께 있기 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