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 안에 (계 1:9-20)

그리스도인으로서 누리는 가장 귀한 복 중에 하나는 그리스도를 통해 아버지 하나님과 사귐이 있고, 또한 믿음의 형제들과의 교제이다. 그래서 '코이노니아'라는 말을 쓰는데, 이러한 귀한 교제를 요한은 밧모섬에 유배됨으로 강탈 당했다. 한 사람으로서는 교회가 될 수 없고 적어도 두 세 사람은 함께 해야 교회 혹은 엨클레시아로 모일 수 있는데, 이러한 상황이 요한에게는 불가능했다.

그럼에도 그는 계속 해서 영 안에서 그리스도와 교제했고 또한 공간상으로는 떨어진 형제들과도 교제를 했는데, 그래서 9절은 '나 요한은 또한 너희 형제요 환난과 예수 그리스도의 왕국과 인내에 동참하는 자라. 내가 하나님의 말씀과 예수 그리스도의 증언으로 인해 밧모라 하는 섬에 있었노라'고 기록한다. 이 '동참'은 '함께 교제하다 함께 나누다 (순 코이노노스)'의 의미이다.

당시 요한은 유배되어 밧모라는 섬에 갇혔었지만 이 시대 비슷한 상황에 있는 이들은 아마도 선교사들 아닐까 한다. 정착이 되어 교회를 섬기는 선교사들은 예외적이지만 정말이지 영적으로 섬같은 곳에 가서 홀로 복음을 지키며 전하려고 노력하는 이들은 자신의 신앙을 지키기는 물론이고 사는 것 자체가 버거울 것이다. 이를 위한 해결점은 주님과의 끊임없는 교제이고 그 비밀은 10절에 있다.

여러 한글 번역본은 10절을 '내가 주의 날에 성령에 감동되어' 혹은 '성령에 사로잡혀' 혹은 '성령이 임하여' 등등으로 번역되었는데, 킹제임스는 원어와 가깝게 '성령 안에 있을 때에'라고 했다. 원어에는 단지 '내가 그 영 안에 있었다 (혹은 되었다)'로 되어 있는데, 주님과의 끊임없는 교제는 이 시대에 바로 이 '영 안에 en Pneumati'에 있는 것에 그 비밀이 있다. 요한은 '영 안에' 있었다. 또 하나의 비밀은 '주의 날'인데, 이것이 요즘 말하는 '주일'인지는 분명하지 않다. 원어에는 정관사 '호'가 있어서 '바로 그 주의 날'을 의미하는데, 이 '주의'라고 번역된 '꾸리아께이'는 '주의 만찬'과 더불어 여기에만 사용된 단어다. '주의 날'은 '하나님의 때'와 마찬가지로 이해해야 하는데, 항상 돌아오는 주일이 아니라, 주께서 정하신 바로 '그 날'이다. 우리가 영 안에 있어도 특별한 계시는 주께서 정하신 때에 드러난다.

'영 안에' 있을 때 그는 뒤에서 큰 소리가 나서 뒤돌아 봤는데, 이것은 계속해서 '영 안'인지 아니면 생시인지 사도 바울의 경험처럼 분명하지 않다. 분명한 것은 이 모든 것을 그가 목격했고 처음 본 광경은 이제 더이상 인간의 모습이 아닌 신성하고 두려운 모습의 그리스도셨다. 주님께서는 11절(원어)에 8절과 비슷한 말씀을 하시는데, '시작과 마침 (혹은 완성)'이 아니라 '처음과 마지막'이라고 말씀하신다. '시작과 완성'은 사역을 말하지만 '처음과 마지막'은 역사 즉 시대와 시간을 말한다. 주님은 역사 안에서 사역을 완성하셨다.

이 때가 요한에게는 주님의 죽으심과 부활하심과 승천하심 후에 처음으로 영 안에서 주님을 보는 경험을 한 것인데, 주님께서 그에게 처음 말씀하신 것은 '기록하라 그리고 보내라'였다. 흥미로운 것은 이 명령은 모두 아오리스트 시제인데, 보통 주인이 종에게 명할 때는 현재진행형을 쓰지만 상대방을 존경할 때에는 아오리스트 시제를 쓰고 있다. 그리스도께서는 영원한 주시지만, 그의 동일한 생명을 소유하고 주님의 고난과 왕국과 인내에 동참하는 요한에게 주님은 격을 갖추어 말씀하신다. 그래서 '기록하시오 그리고 보내시오' 정도가 되겠다.

17절은 '두려워하지 말라 나는 처음이요 마지막이니' 라고 다시 '처음과 마지막'을 말씀하신다. 요한에게 있어 오신다는 주님은 계속 오시지 않고 그는 계속해서 '인내'해야 했는데, 주님께서는 이 '처음과 마지막'을 또 다시 말씀하신다. 아직 주께서 정하신 인류의 역사는 끝나지 않았다. 주의 재림은 분명히 있다.

18절은 ' 곧 살아 있는 자라 내가 전에 죽었었노라 볼지어다 이제 세세토록 살아 있어 사망과 음부의 열쇠를 가졌노니' 라고 하는데, 한번 죽었지만 이제 살아 있고 영원토록 살아있는 분으로서 사망과 음부의 열쇠 (혹은 자물쇠)를 가진 분이라고 말씀한다. 주님은 생명이시고 생명을 주시는 분이시다. 이러한 분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시는 것이 바로 '일곱 별과 일곱 금촛대'이다.

주님, 계시록이 새롭게 계시되기 원합니다. 영 안에 있어서 요한이 본 것을 보게 하소서. 우리가 두려워할 것은 오직 주님이시지만, 주님께서는 두려워 말라고 하심을 듣습니다. 주의 몸된 교회를 사랑하시는 주님, 홀로된 이들에게 힘이 되시고 성령에 충만하게 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