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거와 소망인 심판 (계 6:9-17)

보통 주님을 믿은 영혼 (정확히 말해서 혼, 푸쉬케)은 죽으면 '낙원'에 간다고 말하지만, 오늘 말씀에 의하면 '제단 아래'에도 있다 (9절). 계시록에서는 처음 나오는 단어지만 계속해서 6번 정도 더 나오는데, 계시록 기록연대와 문맥으로 보아 하늘에 위치한 것으로 보인다. 이 제단 아래에 '하나님의 말씀과 그들이 가진 증거로 말미암아 죽임을 당한' 혼들이 있고 큰 소리로 언제쯤이나 '땅에 거하는 자들을 심판하여 우리 피를 갚아'주실 것인지 탄원한다 (10절).

흥미로운 것은 보통 '주'를 '쿠리오'라는 단어로 쓰지만, 여기에는 '대주재 (데스포테스)'라는 말이 쓰였는데, 영어 depotism 이라는 말의 어원으로 '폭군, 군주, 전체정치' 등을 의미하는 말로 바뀌었다. 그 정도로 이 '데스포테스'라는 말은 절대권력을 의미하는데, 이 땅에서는 폭력을 일삼는 절대군주들이 등장하지만, 하늘의 대주재는 왕의 왕이시다. 하지만 오히려 이렇게 신실하게 증거를 지킨 이들에 대해 흰 두루마기를 주시며 아직은 조금 참으라 하신다.

원어에서는 그들 각자에게 흰 두루마기가 '주어졌다' 즉 수동태로 나오는데, '두루마리'는 말씀이지만, '두루마기'는 '두루막다'에서 온 말로 긴 옷을 말하며 '예복'으로도 번역되었다. 원어로는 '스톨레 stole' 영어로는 robe 로 번역되었다. 앞서 '흰 옷'의 '옷'은 '히마타야'로 몸을 두르는 '천'에 가깝다. 그리고 '아직 잠시 동안 쉬라'고 '말해졌다 (역시 수동태)'. 왜 모두 수동태로 되어 있을까? 직접 말씀하시면 더 위로가 되지 않을까? 아마도 이들은 '혼들'로서 몸이 아직은 부활되지 않은 상태일 것이다. 그래서 두루마기는 주어졌지만 아직 입을 수 있는 때는 아닐 것으로 보인다.

'그들의 동무 종들과 형제들도 그들처럼 죽임을 당하여 그 수가 차기까지 (쉬라)고 말해졌다' 라고 하는데, 주님께서는 이렇게 순교자들을 원하실까? 순교하지 않으면 안식은 주어지지 않는걸까? 그것은 아닐 것이다. 신실한 믿음을 지킨 자들 모두가 다 순교당할 수는 없는 것이고, 다니엘 처럼 천수를 누리는 이들도 적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이러한 사건을 역사적인 기록에서 찾으려고 하는 노력은 별 의미가 없는데, 이제 12절 부터는 아직 역사적으로 발생하지 않은 큰 사건들을 기록하기 때문이다. 계시록의 내용은 여러 사건들을 시간별로 점진적으로 기록하기는 했지만, 매우 상징적이며 또한 영적이다.

12절은 '여섯째 인을 떼실 때'를 기록하는데, '큰 지진'이 발생한다. 이 큰 지진 후에 해가 검어지고 달은 피같이 되는데, 아마도 그 정도로 해나 달의 모습에 영향을 줄만한 큰 지진일 것으로 생각된다. 즉 해나 달 자체가 검어지고 피같이 된다는 의미라기 보다는 지구상에서 관측되는 해나 달의 모습을 설명한다. 아마도 매우 거대한 화산활동이나 그에 맞는 지진 발생으로 인해 대기에 연기가 차서 해와 달의 모습에 영향을 주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 13절은 '하늘의 별들이.. 땅에 떨어지며' 라고 기록했는데, 물리학적 혹은 천체학적으로 이러한 일이 발생할 수는 없다. 이 또한 아마도 '별' 자체가 아니라 '별똥별'이 수 없이 땅에 떨어지거나 혹은 매우 큰 운석이 땅에 떨어져 큰 지진과 함께 땅에 큰 변동을 가져오는 것을 기록한 것으로 본다. 그래서 14절은 '하늘은 두루마리가 말리는 것 같이 떠나가고 각 산과 섬이 제 자리에서 옮겨지매' 라고 기록하는데, 하늘 역시 천체 전부를 의미하는 것 보다는 '대기권'을 가리키며 창세기에 기록된 과거 큰 지각 변동 같은 또 다른 거대한 지각 변동이 있을 것을 기록한다.

이에 따라 땅에 아직 사는 사람들은 놀라서 '굴과 산들의 바위 틈에 숨어' '산들과 바위에게 말하되 우리 위에 떨어져 보좌에 앉으신 이의 얼굴에서와 그 어린 양의 진노에서 우리를 가리라 그들의 진노의 큰 날이 이르렀으니 누가 능히 서리요'라고 하는데, 이 정도의 큰 혼란이 발생한 것에 대해 더 이상 '자연재해'라고 하지 않고 '보좌에 앉으신 이'와 '그 어린 양의 진노'라고 자백하는데, 이제 세상 사람들도 알게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람들이 몰라서 하나님을 거역하고 그리스도를 믿지 않는 것이 아니다. 복음은 말세에 그리스도인들에 의해서는 물론 여러 매체를 통해 분명히 전해진다.

주님, 참된 자유가 무엇인지 알고 그 자유를 살며 누리게 하소서. 주님을 대주재로 인정하며 모시는 일이 무엇인지 알게 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