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께 복종하며 서로가 서로의 밑에 자신을 둘 때 열매들이 나타남 (엡 5:15-21)
5장은 계속해서 명령들이 이어진다. 앞서 은혜로 구원을 얻었다고 (혹은 구원되어 졌다고, 수동태) 분명히 밝히지만 그 은혜 안에 있다는 것이 증명되려면 '행함들'이 따라와야 함을 분명히 하는데, 흥미로운 것은 많은 명령들이 중간/수동태로 되어 있다는 점이다. 즉 이러한 모든 명령에 순종하는 것 조차 우리의 의지나 힘에 의해서만 되는 것이 아님을 말한다.
15절은 '보라'는 명령으로 시작하는데, 이 명령은 능동태이다. 우리가 보는 것 조차 수동태일 필요는 없다. '걸으라' 역시 능동태이다. 흥미로운 것은 '지혜없는 것 같지 않게 그러나 지혜로운 것 같이' 라고 하는데, '지혜 없는 것 같지 않'은 것이 자동으로 '지혜로운 것 같이'가 아니라는 의미로 들린다. 지혜 없는 것 혹은 무지함이 없다는 것이 반드시 지혜 있다는 말은 아니기 때문인데, 지혜가 없다면 그것으로 있지 말고 '지혜가 있는 것 처럼' 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 16절은 '시간을 되사옴'을 말하는데, 우리는 과거 어둠이었기 때문에 (5:8) 우리 지난 삶은 하나님 앞에 계수되지, 즉 인정받지 못했었다. 이에 대해 시 90:12은 '우리에게 우리 날 계수함을 가르치사 지혜로운 마음을 얻게 하소서' 라고 기록하는데, 여기에도 '지혜'가 있다. 과거 우리가 헛된 것에 낭비했던 시간들을 이제 다시 찾아와야 하는데, '날들이 악하기 때문'이라고 말씀한다. 이것은 세상이 악하다는 의미인 동시에 삶 자체가 고생 (poneo 어원)이며 창조주를 떠나서는 삶은 의미 없는 고통 뿐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17절은 '주의 뜻'을 말한다. 이 주의 뜻이 무엇인지 바울은 간략하게라도 밝히지 않는 것 같지만 사실 이 모든 명령에 주의 뜻이 있다. 주의 뜻을 행하는 삶이 바로 의미 있고 지혜있는 삶이다. '주의 뜻이 무엇인지 이해하고 있으라'는 명령은 우리가 주의 뜻을 행하기에 앞서 우선은 적어도 이해는 하고 있어야 함을 말하는데, 2인칭 복수형 명령어로 되어 있어서 각자는 물론 교회로서 함께 이 주님의 뜻을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18절은 '포도주에 취하고 있게 되지 말라'고 명하는데, 포도주는 잘 쓰면 이로운 것이지만, 취하게 되면 '그 안에는 방탕이 있'다고 말하는데, 보통 '방탕'으로 번역한 asotia라는 말은 '구하다, 보전하다' 등을 의미하는 sozo에 a를 더하여 그 반대를 의미하는 말이다. 이 sozo는 '구원 soteria'과 연관된 단어이기 때문에 포도주 혹은 술에 취해 있는 것은 구원 받고 있지 못함을 의미한다. 즉 '방탕'은 '깨어 있는' 것과 반대이며 '보고 있으라'는 명령을 거스르는 것다. 그래서 '대신 영 안에 충만되어지고 있으라'고 명하는데, 앞에 포도주에 취하는 것이 중간/수동태인 것 처럼 이 '영 안에 충만되어지는' 것 역시 중간/수동태로, 성령에 충만되는 것은 우리의 의지만으로 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마치 술을 마시는 것 처럼 성령을 마시면 (고전 12:13), 영 안에서 충만되어짐을 말해주는데, 술에 취하려면 술을 마시는 것 처럼 성령에 충만되어지려면 성령을 마셔야 하며 거기에는 기도와 말씀 생활이라는 실재가 있다. 우리는 기도와 말씀으로 성령을 마신다.
18절까지가 개인적인 신앙 생활이었다면 19절 부터는 공동체적인 신앙 생활을 말하는데, 아무리 각자가 성령에 충만되어진다 해도 그것으로 끝나면 온전하지 않은데, 그래서 '서로 시편들과 찬송들과 영적인 노래들로 말하고 있으며 주께 여러분의 마음들로 노래하며 연주하며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 안에서 모든 것에 항상 하나님 아버지께 감사하고 그리스도의 두려움 안에 서로들 복종하여지고 있으라'고 명한다. 여기 모든 동사는 동사구로서 명령형이 아니지만, '복종하여지고 있으라'는 주된 동사이며 명령형이다. 즉 이 모든 행함은 그 결과가 '서로 복종되어짐'으로 나타나야 한다는 의미인데, 이 '복종 hupotasso'라는 말은 '자신을 다른 사람 밑에 두다' 라는 뜻이다. 참된 공동체로 나타나는 궁극적인 교회의 모습은 서로가 다른 이들 밑에 자신을 두는 혹은 그렇게 '되어지는' 것이다.
주님, 주님을 사랑하며 복종하기 원합니다. 주님의 뜻을 이해하며 바라 봅니다. 기도와 말씀으로 성령을 마십니다. 이러한 신앙생활이 있을 때 진정한 서로 간의 복종되어짐이 열매 맺을 것을 압니다. 우리 자신을 주께 온전히 내어 드리고 주께서 우리 안에서 역사하심을 보게 하소서. 다만 주께 붙어 있음으로 주의 성령을 더욱 마시기 원합니다. 감사로 충만한 오늘 하루 되게 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