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육신: 하늘이 열린 사건 (요 1:43-51)

다른 복음서에도 예수님께서 제자들을 택하시는 장면들이 기록되는데, 앞서 '돌'이라 칭하신 시몬 베드로를 만나신 다음 날 갈릴리로 가셔서 빌립을 발견하시고 '나를 따라오라'고 말씀하신다. 여기 '발견하다'는 능동태로 주님께서 빌립을 찾으셨음을 말하는데, '따르다'라는 말은 앞에도 나왔지만 앞서 두 제자들은 자발적으로 주님을 따랐던 것에 비해 빌립에게는 주님께서 따라오라고 직접 명하신다. 44절은 이 빌립이 안드레와 베드로의 도시 벳새다 출신임을 밝힌다.

빌립은 주님의 명을 듣자마자 주님을 따른 것 같은데, 빌립 역시 나다나엘을 (능동적으로) 발견한다. 그리고 그에게 '모세가 그 법 안에 기록한 그 분 그리고 여러 선지자들이 (말한) 나사렛으로부터의 요셉의 아들 예수를 우리가 발견했다'라고 말한다. 빌립은 얼마나 주님을 잘 알고 있었기에 베드로 보다 더 먼저 이러한 고백을 하며 더 나아가 전도를 하고 있는 것일까? 주님은 빌립을 찾으셨고 그에게 자신을 계시하셨다. 주님이 부르시는 이들은 주님을 알게 된다. 즉 주님을 아는 사람은 주님이 부르신 이들이다.

이러한 빌립의 전도에 나다나엘은 '나사렛 밖으로 무슨 선한 것이 있었을 수 있을까?'라고 반문했는데, 이러한 그의 반문은 매우 현실적인 것이었음은 물론 그의 지식과 갈망을 보여 준다. 모세가 기록한 메시야는 나사렛이 아니라 다윗의 도시에서 나와야 하며, 나사렛은 꽤 떨어진 깡촌이었고, 특히 유다 땅에 비해 영적으로 정통성이 많이 떨어지는 지역이었다. 흥미롭게도 주님은 레위 지파가 아니라 유다 지파 출신이신데, 구약의 '나실인' 발음이 '나사렛'과 비슷하다. 하나님의 계획과 또 그 성취는 종종 인간의 예상이나 상식을 뛰어 넘는다.

빌립은 그에게 '오고 있으라 그리고 보십시오' 즉 '와서 보세요'라고 부탁하는데, 아마도 나다나엘은 나이가 좀 있던 것으로 생각된다. 빌립은 주님께서 메시야이심을 알았지만 이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기에는 지식도 부족하고 나이도 더 많은 빌립을 설득하기 쉽지 않았던 듯 하다.

주님께서 나다나엘이 오는 것을 보시고 '보시오. 참된 이스라엘인, 그 안에 거짓이 없습니다'라고 말씀하신다. 앞서 나다나엘은 주님을 알지 못했던 것이 분명하지만 주님께서는 나다나엘을 보시자 즉시 이렇게 말씀하신다. 그래서 나다나엘은 놀라서 '나를 어디로부터 알고 계십니까?' 라고 묻는데, '나를 어떻게 아십니까?' 와는 조금 다른 뉘앙스이다. 어떻게 pos는 방법에 관련된 말이라면, '어디로부터 pothen'는 공간에 관계된 말이다. 즉 이 말은 '혹시 방금 내가 어디에 있었는지 아십니까?'라는 말을 암시하는데, 그래서 주님은 '빌립이 그대를 부르기 전, 그대가 무화과나무 아래에 있는 것을 내가 보았소' 라고 말했다. 빌립이 그를 부르는 것도 알기 힘든 것이지만, 이미 그 전에 나다나엘이 무화과나무 아래 있는 것을 주님께서 보셨다는 말씀인데, 여기 '있다'는 현재진행형으로 시간적으로는 과거의 일이었지만, 주님께서 그가 무화과나무 아래 있을 때 함께 하셨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다나엘이 무화과나무 아래에서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아마도 기도를 하며 메시야의 오심을 바랬을 것이다. 그래서 주님께서는 '참된 이스라엘인'이라고 하셨다. 주님의 대답에 나다나엘은 '랍비여 당신은 그 하나님의 그 아들이십니다 당신은 그 이스라엘의 왕이십니다'라고 답할 수 밖에 없었다. 처음에 그는 격을 갖추어 '랍비여'라고 부르지만 단지 랍비가 아니라 그가 기다리던 바로 '그 하나님의 그 아들' 그리고 '그 이스라엘의 왕'이심을 고백했다. '그 하나님의 그 아들'에는 전치사가 각각 있지만, '그 이스라엘 왕'에는 단지 '이스라엘'에만 전치사가 붙었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이미 이스라엘에는 분봉왕 헤롯이 있었고 빌라도도 있었기 때문에 이 '그 이스라엘의 왕'은 메시야를 지칭하는 말이 된다. 나다나엘은 이미 베드로가 고백하기도 전에 주님을 이렇게 시인했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주님께서는 이에 대해 베드로의 고백의 경우와는 다르게 '내가 그대를 무화과나무 아래에서 보았다고 그대에게 말했기에 그대가 믿고있소? 이것들보다 더 큰 것을 볼것이오' 라고 말씀하신다. 주님이 이렇게 말씀하신 것 처럼 그 후에 제자들과 사람들은 주님의 여러 기적과 이적과 표적을 목격했는데, 51절은 거기 있던 제자들에게 '아멘 아멘 내가 그대들에게 말하고 있다 그대들은 하늘이 열렸음을, 그리고 그 사람의 그 아들 위에 하나님의 천사들의 올라가며 내려가고 있음을 볼 것이다' 라고 말씀한다.

베드로의 고백에 대해 주님께서는 처음으로 '교회'를 언급하시지만, 지금 나다나엘의 고백에 대해서는 사역 초기이기 때문에 51절의 말씀을 하신다. 문제는 과연 이러한 일이 제자들에게 이루어졌는가 하는 것이고, 그 의미는 무엇이며 또 현재를 사는 나에게는 어떤 영향이 있는가 하는 것이다. 먼저 '진실로 진실로'는 원어로 '아멘 아멘'이다. 이렇게 아멘을 두번 말씀하신 경우는 그리 많지 않고 따라서 매우 중요한 것을 강조하시는 것인데, 그 따라오는 내용이 당시 말씀을 듣고 있던 제자들에 앞으로 '하늘의 열림'과 '그 사람의 그 아들 위에 하나님의 천사들의 올라가며 내려가고 있음'을 보게 될 것을 말씀한다. 먼저 '하늘의 열림'을 볼 것인데, 성경의 기록에 의하면 주님께서 침례를 받으실 때 하늘이 열렸었고 (마 3:16, 눅 3:21) 그 외에는 행 7:56의 스데반 순교할 때, 그리고 행 10:11 베드로에게 온갖 짐승들을 담은 보자기가 내려올 때 등이다. 그런데 다시 보니 이 '열리다'는 완료형으로 되어 있어서 이미 하늘이 열린 것을 보게 될 것이라는 의미다. 제자들은 하늘이 그들 앞에 열리게 됨을 보게 될 것이라는 의미가 아니라, 이미 하늘이 열렸음을 인식하게 horao 된다는 의미다. 주님의 성육신 사건은 이미 하늘이 열렸다는 것을 증명하는데, 거룩하신 하나님께서 육신으로 오셨기 때문이다. 하늘이라는 차원이 땅이라는 차원에 이르렀다. 다만 이러한 이미 이루어진 사실을 제자들은 보게 혹은 인식하게 될 것인데, 믿음으로 사는 사람들은 이 땅 위에 살지만 하늘이 열렸기 때문에 '위의 것을 찾'는다 (골 3:1).

주님께서는 또한 '그 사람의 그 아들 위에 하나님의 천사들의 올라가며 내려가고 있음을 볼 것이다' 라고 말씀하시는데, 순서가 '올라간다'가 먼저이다. 하나님의 천사는 하늘에 있기 때문에 '올라가며'가 있기 위해서는 이미 내려와 있음을 말하고, 또 이렇게 내려온 천사들은 다시 올라가고 또 다시 내려옴을 말씀한다. 이러한 말씀은 신약 여기 단 한번 나오는데, 구약 야곱의 꿈을 상기시킨다. '꿈에 본즉 사닥다리가 땅 위에 서 있는데 그 꼭대기가 하늘에 닿았고 또 본즉 하나님의 사자들이 그 위에서 오르락내리락 하고'라고 창 28:12에는 기록하는데, 역시 '오르락'이 먼저 나온다. 야곱은 꿈에 '사다리'를 통한 천사들의 오르락 내리락을 보았지만, 주님께서는 과거 그러한 꿈의 실재가 되셔서 주님 위에 천사들이 오르락 내리락 함을 말씀하시는데, 주님께서 성육신 하심으로 하늘과 땅을 잇는 사다리가 되셨기 때문이다. 보통 '위'라고 할 때는 hupo를 쓰지만 여기에는 epi를 썼는데, '위'라는 뜻 외에도 '~에'를 뜻하기도 한다. 주님은 당신 자체가 사다리처럼 하늘과 땅을 연결하시는 매개체, 중보가 되시는데, 이러한 주님을 우리는 볼 수 있어야 한다.

주님, 자신을 사람의 아들로 말씀하셨음을 기억합니다. 저도 사람으로 하늘과 땅을 연결하시는 주님을 붙잡음으로 하늘과 연결되기 원합니다. 주님 안에서 저는 이미 열린 하늘과 연결되며 아버지께로 올 수 있음을 믿습니다. 주의 백성들을 하늘에 두시고 위의 것을 추구하게 하옵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