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식의 신비 (신 5:12-21)
안식일에 관한 명령은 독특한 동시에 매우 신비롭다. 따지고 보면 오늘날 전세계적으로 (물론 예외도 있을 수 있지만) 칠일을 한 주간 삼고 그 중 하루를 쉬는 것도 이 안식일이 근원이다. 그 이전에는 보름 주기 혹은 절기 등이 있었지만 '쉰다'는 개념은 별로 없었다. 특히 과거 애굽에서 노예 생활을 하던 이스라엘 백성들에게는 이 하루를 쉰다는 것은 매우 특이한 일이었고 어쩌면 처음에는 적응하기 쉽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이 안식(일)은 창세기 2장 2절부터 나오는데, 하나님께서 모든 창조 (혹은 재창조 혹은 회복)을 마치시고 안식하셨다 라고 기록되었다. 따라서 이 안식 '샤바트'는 항상 무언가 일을 '마치다' 혹은 '완성하다'와 함께 가며, 단지 '쉰다'라는 의미만 있는 것이 아니라 '그치다'라는 의미도 있다. 모든 일들을 완성하면 더 이상 할 것이 없기 때문에 일을 그치고 쉬는 것인데, 그래서 안식은 이 하나님의 창조 사역과 더불어 그리스도께서 모든 것을 이루신 공로와 깊은 연관이 있다. 여호와 하나님은 창조하셨지만, 그 창조에는 말씀이신 그리스도께서 함께 하셨고, 창조주이신 그리스도께서는 우리를 새로운 피조물로 만드시며 만물을 새롭게 하신다. 이것은 그리스도의 구속 사역은 온전하고 더 이상 추가나 보정할 것이 없음을 단언하는데, 여기에 무언가를 더하려 하는 것이 바로 안식을 깨는 것이고 주의 공로를 부인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참된 안식의 의미다. 안식은 그냥 일주일 중 하루를 노는 개념이 아닌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안식일에 관한 계명이 다른 어떤 계명 보다 훨씬 더 길다. 단지 '안식일을 기억하며 거룩하게 지키라'면 충분했을지도 모르지만, 이 안식일은 하나님의 창조와 완성은 물론이고 (시간상) 앞으로 그리스도의 구속 역시 알려주는 매우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안식(일)을 지키라는 명령은 우리에게 참 안식을 주시고 참 안식이 되신 그리스도의 구원을 취하라는 의미이다. 13절은 '엿새 동안은 힘써 네 모든 일을 행할 것이나'로 되어 있는데, 사실 죄인된 인생은 엿새 동안도 참된 일, 생명의 일은 행할 수가 없다. 생각해 보면 아담에게는 창조되자마자 안식이었는데, 하나님께서는 엿새 동안 열심히 모든 것들을 만드셨지만 정작 아담은 그 모든 것을 창조되어진 바로 후 누렸다. 따라서 우리가 엿새 동안 힘써 하는 모든 일들 역시 하나님의 그 만드신 (회복의) 역사를 기억하는 것 뿐이다. 우리는 그리스도 안에서 매일 안식을 누리기 때문이다.
흥미롭게도 12절 '안식일을 지키라'는 부분은 명령형이 아니라 평서문으로 되어 있는데, 그래서 '안식일을 지킨다'이다. 13절 '일하라'와 14절 '일하지 말라'는 앞선 사항들과 마찬가지로 미완료 형태인데, 안식일을 지키는 것은 명령을 넘어 당연한 것임을 말씀한다. 이 안식 없이는 살 수 없기 때문이다. 주 없이 어찌 살까..
그런데 16절 '네 아버지와 어머니를 공경하라'는 확실한 명령형이다. 이것은 1절 '들으라 이스라엘' 처럼 분명한 명령형으로 되어 있는데, 삶에서 우선적으로 해야할 것이 있다면 바로 부모를 공경하는 것이다. 이것은 '순종' 이상을 의미하는데, 마음 없이도 순종은 할 수 있지만 공경은 하기 힘들다. 오늘날은 많은 부모들이 본래의 부모상을 잃고 오히려 방황하기 때문에 이러한 것이 쉽지 않다해도 하나님께서 사람 사이에 명하시는 첫번째가 바로 부모를 공경하는 것인데, 그것은 부모를 거슬러 올라가면 결국 아담, 그리고 모든 것의 근원이신 하나님을 만나기 때문이다. 그래서 부모를 공경하는 것에 대해서는 약속이 분명히 따르는데, 그것은 '네 하나님 여호와가 네게 준 땅에서 네 생명이 길고 복을 누리리라'는 하나님을 섬길 때와 같은 복을 누린다.
그 후 따르는 모든 사람들 간의 명령은 다시 미완료형으로 되어 있다. 사는 가운데 이러한 명령들을 어기기도 하지만 결국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위해 죽으시고 그의 영이 우리와 함께 하심으로 언젠가는 하나님의 어떠하심을 닮아 이 모든 것들을 온전히 지킬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렇다고 현재를 막 살 수는 없는데, 다시 말해 미완료 형이기 때문에 현재를 포함한다. 이러한 모든 명령들은 언약의 형태를 띠지만, 분명히 명령이기도 하기 때문에 우리는 오늘의 삶 속에서 순종해야 한다.
주님, 그리스도 안에 참된 안식, 모든 것을 이루신 그 안식이 있음을 봅니다. 다 이루셨다 하신 말씀을 믿고 의지합니다. 그리스도 안에서 우리는 더 이상 무언가를 추가로 해야 할 것도 할 수 있는 것도 없음을 선포합니다. 다만 주님을 믿고 그 모든 것을 누립니다. 주님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