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에 관계 없이 오직 주의 사랑과 언약으로 택하신 거룩한 백성 (신 7:1-11)
여호와 하나님께서는 이스라엘 백성이 언약의 땅에 가서 거기 있는 일곱 족속을 진멸하라 명하신다. 이러한 명령은 오직 이스라엘에게만 하신 것이기 때문에 구약의 이러한 명령을 오늘날 특정 민족이나 지역에 적용하려는 것은 매우 악한 일이다. 혹시 어떤 천사가 나타나서 비슷한 명령을 한다면 그것은 마귀일 것이다. 하지만 이스라엘은 선민 혹은 성민이기 때문에 그 땅을 점령하면서 기존 일곱 족속들을 진멸할 뿐만 아니라, 그들과 언약하지 말고 불쌍히 여기지 말고, 그들과 혼인하지 말고, 그들이 만들어 놓은 잡다한 것들을 모두 헐고 깨뜨리고 찍고 불사를 것을 말씀한다. 민족이 섞이면 그들의 종교나 세계관도 섞이기 때문인데, 주님께서는 그의 백성이 온전히 거룩한 민족으로 남아 있기를 바라셨다.
흥미로운 것은 7-8절인데, 영번역본이든 한글 번역본이든 모두 7절 뒷부분을 '너희는 오히려 모든 민족 중에 가장 적으니라' 정도로 번역했다. 하지만 원어를 보면 꼭 그렇지도 않은 것 같은데, 원어는 7절을 '너희가 다른 민족들 보다 수가 많아서 여호와께서 너희에게 끌리신 것이 아니고, 너희들이 모든 민족들 (중에) 가장 작기 때문에 너희를 택하신 것도 아니다' 정도의 뉘앙스가 있다. 즉 큰 민족이라 하나님 보시기에 아름다와서 끌리신 (카샤크 - 감정 등이 붙다, 이끌리다)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숫자가 적어서 앞으로 크게 키워보시려고 특별히 선택하신 것도 아니라는 의미다. 사실 애굽에서 이미 '큰 민족을' 이끌어 내셨다고 하는데 (창 46:3, 수 17:14), 하나님께서 이스라엘을 택하신 것은 온전히 그 은혜를 인해서이다. 그래서 8절은 '여호와께서 다만 너희를 사랑하심으로 말미암아, 또는 너희의 조상들에게 하신 맹세를 지키려 하심으로 말미암아 자기의 권능의 손으로 너희를 인도하여 내시되 너희를 그 종 되었던 집에서 애굽 왕 바로의 손에서 속량하셨나니' 라고 기록한다. 이 '사랑'은 '아하바ㅎ'로 '아합'의 명사형인데, 주의 아가페가 과거 이스라엘 백성을 택하셨고, 그 동일한 아가페가 이제 이방인 우리 역시 택하셔서 거룩한 왕국이 되게 하셨다 (벧전 2:9).
이 아하바ㅎ가 또한 '조상들에게 하신 맹세' 즉 언약의 근원이기도 한데, 이는 또한 인애 '헤세드' 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9절). '사랑'을 의미하는 '아합'이라는 단어가 마치 헬라어 '아가페' 처럼 매우 비밀스러운 단어라면, '친절, 인애, 배려, 긍휼, 은혜' 등을 의미하는 이 '헤세드'는 조금 더 우리의 피부에 와닿는 말이다. 그래서 신약 고후 13:13은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은혜와 하나님의 사랑과 성령의 교통하심이 너희 무리와 함께 있을지어다' 라고 기록하며 성부 성자 성령에 대해 아버지는 '아가페', 아들은 은혜, 그리고 성령은 교통이라 말씀하는데, 순서가 '주 예수 그리스도' 즉 성자가 먼저 온 것은 비밀스럽고 감추웠던 아가페가 우리에게 은혜로 체험되어진 것은 그리스도께서 나타나심으로 인해서이기 때문이다. 그리스도의 은혜가 나타나셨고, 그로 인해 하나님의 사랑을 깨달았으며, 궁극적으로 현실에서 성령의 교통하심을 살고 있는 것이다. 과거 숫자에 관계 없이 오직 주의 사랑과 언약을 기반으로 이스라엘을 택하신 주님께서 오늘도 숫자에 관계없이 주를 사랑하며 성찬에 참여함으로 주의 죽으심을 기억하는 신실한 백성들을 사랑하신다.
주님, 주의 그 택하심에 이끌리며 기꺼이 능동적으로 그 안에 들어가기 원합니다. 실수를 하더라도 회개하고 다시 일어나서 주님을 따르는 것을 멈추지 않게 하소서. 우리의 어떠함이 아니라 오직 주의 사랑과 은혜 그리고 언약을 기억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