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합 사랑, 아가페 사랑 (신 11:1-12)
원어로는 1절이 '사랑하라 weahabta (붜아합타, 그리고 너는 사랑하라)'로 시작한다. 생각해 보면 신적존재를 사랑하라는 종교가 있었던가? 신격에 대해 두려워하고 복종하라는 말은 아마도 많은 종교에서 찾아볼 수 있겠지만, 이렇게 하나님을 사랑하라고 명하는 종교는 찾기 힘들듯 하다. 2절부터 11절까지 많은 말씀이 있지만 결국 그 모든 것은 1절 여호와 하나님을 사랑해야 하는 이유들임을 말씀하는 것 같다. 특히 1절 후반의 '그가 주신 책무와 법도와 규례와 명령을 항상 지키라'는 말은 이 '사랑'과 연결되는데, 단지 명령을 무조건적으로 지켜야 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함'으로 해야 함을 말씀한다.
이 히브리어 사랑 'aheb (읽을 때는 아합)' 이라는 말은 창세기 22장 2절에 '여호와께서 이르시되 네 아들 네 사랑하는 독자 이삭을 데리고 모리아 땅으로 가서 내가 네게 일러 준 한 산 거기서 그를 번제로 드리라'고 처음 등장하는데, 놀랍게도 이 구절은 그리스도의 죽으심과 관계가 있다. 아브라함은 성부와 관련되고 이삭은 독생하신 그리스도 성자를, 그리고 야곱은 우리를 변화시키시는 성령과 관계되는데, 이삭 외에도 아브라함에게는 이미 이스마엘이 있었지만 오직 이삭만 인정되어 그의 독자가 되는데, 아브라함은 이삭을 사랑했다. 마찬가지로 하나님 아버지께서는 그 사랑 (아가페 혹은 동사형 아가파오) 하신 독생하신 그리스도를 우리에게 주셨다. 우리가 하나님을 사랑하고 그 명령을 지킬 수 있는 것은 마치 이스라엘 백성에게 여러 기적을 통해 사랑을 베푸셨던 것 처럼 하나님께서 먼저 우리를 사랑하셨기 때문이다.
주님의 일방적인 사랑과 또 일방적인 언약은 결과적으로 양방적인 관계를 세우는 것이 그 목적인데, 주께서 우리를 사랑하시듯 우리도 주를 사랑하는 것이고 또 우리도 서로 사랑하는 것이다 (요 13:34). 이것은 바로 '새 계명'인데, '새 언약' 안에 있는 계명이다. 시간적으로나 질적으로나 위치적으로 모두 새로운 것인데, 왜냐하면 원래부터 있던 것이었기 때문이다. 이 아가페 사랑은 우리를 더욱 주님을 의지하도록 그 약속하신 땅으로 인도하시는데, 그 땅은 '하늘에서 내리는 비를 흡수하는 땅'이라 말씀한다 (11절). 즉 비가 오지 않으면 살 수 없는 땅인데, 비가 오면 땅이 그 비를 흘러 보내지만 않고 흡수를 해서 (원어로는 '마시다'라는 의미) 생명을 피우게 한다. 그래서 더욱 하나님을 의지하게 만드는 땅이다. 주님께서는 요 15:2 '무릇 내게 붙어 있어 열매를 맺지 아니하는 가지는 아버지께서 그것을 제거해 버리시고 무릇 열매를 맺는 가지는 더 열매를 맺게 하려 하여 그것을 깨끗하게 하시느니라' 즉 주님께 붙어 있는 자들에게 더욱 더 주님을 의지하며 더 열매를 맺게 하시려고 가지치기를 하신다 말씀하셨다.
흥미로운 것은 '네 하나님 여호와께서 돌보아 주시는 땅이라 연초부터 연말까지 네 하나님 여호와의 눈이 항상 그 위에 있느니라'고 12절은 기록하는데, 하나님께서는 그의 백성을 사랑하시지만 또한 이 땅을 매우 특별히 여기신다. 그것은 이 땅이 그리스도를 예표하기 때문인데, 요 11:42은 '항상 내 말을 들으시는 줄을 내가 알았나이다' 라고 요 3:35와 5:20은 '아버지께서 아들을 사랑하사'라고 기록한다. 국가를 이루려면 주권과 영토와 국민이 필요한데, '왕국'으로서 이 땅에 오신 주님께서는 바로 '주권'과 '영토'이시다.
이 좋은 땅과 비교해서 전에 살던 애굽이 '너희가 파종한 후에 발로 물 대기를 채소밭에 댐과 같이 하였'다고 기록하는데 (10절), 애굽 땅은 인위적으로 수로를 만들거나 매해 나일강의 범람으로 비옥해진 삼각주에 농사를 지었지만, 따지고 보면 그 모든 것도 인간의 힘은 매우 미약한 것에 지나지 않았다. 그럼에도 그들은 인간의 지혜를 믿고 참되신 여호와 하나님을 믿지 않았다. 이 두 땅은 오늘날 우리에게도 동일한데, 풍족해 보이는 애굽에서 종살이를 하는 것과, 거기에서 나와 홍해와 요단을 건넘으로 완전히 좋은 땅으로 들어가 주님을 섬기는 것 둘 중 하나다. 이미 우리를 강을 건넜고, 그 아가페 사랑으로 인도함 받았다.
주님, 이 모든 것들을 행함에 있어 아가페 안에서, 그리고 아가페 때문에 하게 하소서. 주님의 아가페가 우리를 강권하게 하소서. 시기심이나 두려움 혹은 남을 의식하는 마음에서 우리를 구원하시고 오직 주의 사랑에 매이게 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