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도 공산주의도 아닌 거저 후히 주어 나누는 하나님 왕국 (신 15:1-11절)

매 칠년 마다 안식년이라는 독특한 제도를 정한 것은 토지에만 국한되지 않고 빚에도 적용되어서 1절은 '매 칠년 끝에는 면제하라'고 한다.  이 매 칠년은 그만의 주기가 있어서 안식년과 동일한 개념인데, 따라서 내가 누구에게 빌려준 후 칠년이 아니라 어느 때든 정한 칠년이 돌아오는 때에 맞추어 면제가 되는 것이다.  그래서 9절은 '일곱째 해 면제년이 가까이 왔다 하고 네 궁핍한 형제를 악한 눈으로 바라보며 아무것도 주지 아니하면' 이라고 하는데, 면제년이 가까와서 이자는 고사하고 꾸어준 돈을 받지 못할 것 같아도 가난한 자에게 주기를 꺼려하지 말라는 것이다.

이런 하나님의 규례는 현재 자본주의적 시각에서 보면 마치 경제적 관념이 없는 것 같이 들리기도 한다.  이자는 자본주의의 꽃이고, 이에 따라 모든 상품이 파생되어 경제가 돌게 되어 있는데, 그러한 개념이 전무기 때문이다. 아마도 그래서 현대 유대인들은 이러한 이상적인 성경 말씀과 더불어, 혹은 지극히 현실적인 탈무드를 말씀보다 더 선호하는지도 모른다. 자본주의라는 말은 근대적 개념이라고는 하지만 돈이 등장하면서부터 이미 고대에서 이자가 실행되었고 따라서 인간 사회에서는 매우 익숙하고 당연하다고 생각되는 경제 패러다임이다.  하지만 자본주의적인 환경이 우리에게 익숙하다 해도 하나님의 왕국은 자본주의를 따르지 않는다.  

그래서 이러한 기록들은 성경의 경제관이 오히려 공산주의 개념과 비슷하다는 생각도 들게 하는데, 사실은 전혀 아니다.  공산주의 개념이 겉으로 보기에는 성경의 여러 기록과 닮아 있다 할지라도 기본적으로 하나님을 부정하며 인간의 힘으로 이상적인 사회를 건설하겠다는 것이기 때문에 미혹하며 속이는 것이다.  '유물론'이라는 말과 '이상적'이라는 말에는 사실 괴리가 있다.  이제는 전혀 현실적이지도 실행성도 없는 폐기처분된 공산주의를 아직도 이상적으로 여기며 고집하는 이들은 단지 인간의 생각이 아니라 진화론에 더불어 하나님을 대적하는 사상에 중독되어 있는 이들이다.

자본주의는 아니고, 공산주의 역시 아니라면 구약에서 말씀하는 이러한 제도는 현재 적용가능할까?  성경 특히 구약을 많이 카피한 이슬람 꾸란에서도 동족 즉 무슬림인들 간에는 이자를 받지 말고 꾸어주라는 명령이 있다.  그들도 사업이나 여러 경제활동을 위해 은행 업무가 필요한데 꾸란을 따라야 하기 때문에 그들의 융자와 그에 대한 이자에는 그래서 교묘히 법망을 피해가려는 방법들이 시도 된다.  결국 인간은 꾀를 내어 (전 7:29) 공동체 보다는 각자 개인이 이로운 것을 먼저 추구한다.  물론 개인의 이익을 건강한 방법으로 추구하는 것은 궁극적으로 공동체 전체에 이롭게 한다.  하지만 이것은 성경에서 말씀하는 것은 아니다.  성경은 먼저 하나님을, 그리고 이웃과의 나눔을 말씀한다.

5, 7, 11절에는 '가난한 자들'을 말씀하는데, 이들은 항상 존재한다.  그 이유는 여러가지인데, 부정적인 원인들 즉 게으름이나 노름에 의한 빚 혹은 사업 실패 등이 있을 수 있고, 그 외에도 사람 자체가 능력이 없거나 환경이 열악하거나 혹은 육체적 불구라면 가난해지기 쉽다.  따라서 이러한 이들에게는 도움이 필요하다.  사지 멀쩡하고 일을 할 수 있는데도 게으르다면 그러한 이들에게는 무상으로 무조건적인 재정 도움 보다는 훈련이나 교훈이 필요한데, 따라서 이러한 말씀에 순종하기 위해서는 전반적인 사회적 성숙이 전제된다.

주님께서 처음 선포 하셨던 말씀의 핵심은 바로 '하나님 왕국'이었는데, 이를 위해서는 '회개하라' 즉 생각의 패러다임을 바꿔야할 것을 말씀하셨다.  우리의 생각의 패턴과 가치관이 바뀌지 않으면 깨닫지도 볼 수도 없는 것이 하나님의 왕국이다.  그런데 이러한 가치관이 바뀐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데, 따라서 우리에게 요구되는 것은 '거듭나는' 것이다 (요 3:3, 5).  세상의 패러다임에 안주하며 고집하면서 거듭났다고 하는 것은 아마도 고민해봐야 할 문제일 것이다. 주님은 우리에게 '거저 받았으니 거저 주라'고 말씀한다.  또 '주라 그리하면 너희에게 줄 것이니 곧 후히 되어 누르고 흔들어 넘치도록 하여 너희에게 안겨 주리라'고도 말씀하신다.  자본주의 사회에 살면서 그 혜택을 누리고 있다 해도 우리가 살고 추구해야 하는 것은 하나님의 왕국이다.  하나님께서 이미 거저 주셨기 때문이다.

주님, 지구 반대편의 형제들이 고난을 당하며, 또 동시에 바로 옆 이웃도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이 모든 이들에게 베푸는 것은 불가능함을 압니다.  다만 '네가' 라고 말씀하신 그 말씀에 믿음의 귀로 들을 때 그 시간 주님의 명령에 순종할 수 있음을 압니다.  우리에게 채우시며 또 채우실 것을 믿고 베푸는 하루 되게 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