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귀 뚫림 (신 15:12-23)
오늘 말씀 중 동족 히브리인을 종으로 쓸 때에 대한 내용은 출애굽기 21장에 더 자세히 기록되어 있다. 신명기에 와서는 그 내용이 많이 생략되었는데 그 이유가 무엇일지 궁금하지만 중요한 점은 그 어떤 이유에든 동족이 종으로 팔렸을 때 그(혹은 그녀)를 6년만 일하게 하고 7년째에는 안식년으로 그를 해방해야 한다. 즉 어떤 값에 팔리든지 그 몸값은 6년인데, 종으로 팔리기는 했지만 착취를 해서는 안되고 더우기 7년째 그를 해방할 때는 지난 6년 동안 품꾼의 삯의 배의 일을 한 것으로 보기 때문에 주인 소유의 양 무리, 타작마당, 그리고 포도주 틀에서 후히 주라 명한다. 지금으로 말하면 퇴직금인데, 말이 종이지 어떤 면에서 지금 보다 더 나은 고용 계약이다. 이것은 동족 (원어로 형제 혹은 친척) 이기 때문이다.
주인이 이렇게 대우를 잘해 주어서 종이 그 주인을 좋아하거나 혹은 출애굽기 21장 기록처럼 결혼을 해서 가족이 생겼는데 그 가족은 주인의 소유이기 때문에 그를 떠나지 못하고 남아서 계속 섬기려 하면 송곳으로 그의 귀를 뚫으라 기록한다. 귀만 뚫는 것인지 아니면 귀걸이를 하라는 것이지 분명하지 않지만, 아무튼 귀가 뚫린 이들은 평생 종 되었음을 다른 이들이 금새 알아 볼 수 있었다.
거듭난 그리스도인들에게는 여러 정체성이 있는데, 죄성은 아직도 존재해서 우리를 괴롭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리스도의 피로 인해 완전히 의롭게 되었으며, 하나님의 자녀이고, 그리스도의 종이며, 거룩한 족속이며 하나님의 왕국이며 백성이고, 왕족이며 제사장 등 복합적인 모양이 공존한다. 세상과 원수에 대해서는 하나님의 자녀로서의 권위가 있지만 그리스도에 대해서는 그의 종이라는 정체성은 우리의 삶의 주인이 그리스도이심을 말해준다. 주님의 그 좋으신 (토브, tob, 형용사 '좋다'의 towb에서 유래) 어떠하심으로 인해 내가 평생 주님을 주인으로 섬기리라 다짐할 때 우리도 다시는 회복될 수 없도록 즉 무를 수 없도록 우리의 귀를 뚫게 된다. 과거 유대인들이 이미 할례를 받았지만 할례는 드러나지 않는 은밀한 것에 비해 귀가 뚫리는 것은 분명히 드러나서 누구든 알 수 있는 것이다.
이 시대 그리스도를 주인으로 섬기며 평생 그의 종이 된 우리의 나타나 보이는 귀 뚫림은 무엇일까? 여자들 혹은 요즘은 남자들도 치장을 위해서 귀를 뚫고 귀걸이를 하지만, 그리스도인들의 그 종됨을 나타내는 표식은 이 '좋다 tob'라는 말에서 찾을 수 있을 듯 하다. 종이 되어 귀를 뚫은 것은 그 종이 주인을 사랑 혹은 좋아하기 때문이다. 그것은 그 주인이 먼저 종에게 좋게 대해 주었기 때문인데, 우리의 창조주 하나님은 좋으신 분이시고, 그리스도의 은혜는 좋은 것이며, 그 인도하심 역시 좋은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좋은 것의 결과는 바로 기뻐하는 것인데, 기분 좋은 일이 생기면 당연히 기뻐하는 것이지만, 특히 신약에는 먼저 주님께서 박해 받음에 기뻐하고 즐거워하라 하셨고 (마 5:12) 사도들도 주의 이름을 위해 능욕 받음을 기뻐했으며 (행 5:41), 바울은 그리스도의 기본이 기뻐하는 것이고 (고후 6:10), 계속해서 형제들에게 기뻐하라 말한다 (고후 13:11, 빌 2:18, 빌 3:1, 살전 5:16). 베드로 역시 힘든 상황이 올 때 우리가 잠간은 근심할 수 있지만 우리의 정체성은 다시 오히려 크게 기뻐하게 한다고 말한다 (벧전 1:6).
주님, 때에 따라 불평도 하고 근심도 하고 화도 내지만 이러한 것들이 나의 죄의 기질임을 압니다. 다시 한번 귀 뚫린 주님의 종으로서 나의 삶이 주님으로 인해 크게 기뻐하는 하루 되게 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