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도, 장로, 감독, 집사, 성도 (딛 1:1-9)

원어에서는 '바울(은)'으로 시작해서 3절까지 말하다가 4절에는 '디도(에게)'로 시작된다. 특히 발신자인 자신에 대해 1-3절까지 길게 쓰는데, 바울은 자신에 대해 예수 그리스도의 사도임을 확실히 밝힌다. '내가 너를 크레테에 남겨 둔 목적은 네가 부족한 것들을 바로잡고 또 내가 너를 세운 것 같이 각 도시에서 장로들을 임명하게 하려 함이니 (5절, 킹제임스흠정역)' 라고 기록하는데, 아마도 당시 사람들 중에는 '바울이 누구기에 감독을 임명하고 장로들을 세울 수 있는 권위를 디도에게 주는가?' 라고 물을 수도 있었겠다. 바울은 다른 것이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의 사도이기 때문에 감독 혹은 장로들을 임명할 수 있음을 말한다.

바울은 디도에 대해 고후 8:23에 '디도로 말하면 나의 동료요 너희를 위한 나의 동역자요 우리 형제들로 말하면 여러 교회의 사자들이요 그리스도의 영광이니라'고 평을 했다. 4절 원어는 '나의 아들'이 아니라 단지 '아들'로 되어 있는데, 바울은 디도를 '동일한 믿음'을 통해 하나님으로 부터 낳음 받은 '아들'이며 앞 고후 8:23 처럼 평한다. 특별하고 특출난 다른 믿음이 아니라 주님 주신 이 '공통된' 혹은 '동일한' 즉 '코이네 신앙'으로 말미암는데, 이러한 보편적이고 근본된 믿음 없이는 성도가 될 수도, 집사 혹은 장로 혹은 감독은 물론이고 사도나 동역자가 될 수 없다.

이러한 디도에게 바울은 그레데 섬에 남겨 놓고 부족한 점들을 고치고 도시 마다 장로들을 세우기를 부탁하는데, 그 기본적인 바탕과 가이드라인은 '내가 그대에게 명한대로 (임명, 디아타소)'이다. 디도는 바울이 자신에게 했던 것 처럼 자신과 같은 적합한 이들을 장로로 세우면 되었다.

이러한 장로들의 자질에 대해 6절은 '책망할 것이 없고 한 아내의 남편이며 방탕하다는 비난을 받거나 불순종하는 일이 없는 믿는 자녀를 둔 자라야 할지라'고 하는데, 갑자기 7절부터는 '감독'을 얘기한다. 6절의 '장로들'은 복수지만 7절부터 나오는 '감독'은 단수라서 이 장로의 직분과 감독의 직분이 다른 것으로 여겨질 수 있다. 하지만 빌 1:1에는 '예수 그리스도의 종 바울과 디모데는 빌립보에서 그리스도 예수님 안에 있는 모든 성도들과 또한 감독들과 집사들에게 편지하노니 (킹제임스 흠정역)'라고 기록하며 '장로들' 대신 '감독들'이 나오는데 이 '빌립보 교회'는 갈라디아 처럼 여러 지역의 많은 교회들이 아니라 빌립보라는 한 도시에 있던 단일 교회이다. 한 교회 안에 여러 명의 소위 '감독 (우리가 지금 생각하는)'이 있을 수 없다. 따라서 '장로'는 교회를 '섬기고 다스리는' 직분임에 비해 '감독'은 교회에 대해 '부족함을 고치고 (바른 신앙에서 이탈하지 않도록) 감시하는' 직분이며 이를 행하는 이는 같은 이들임을 알 수 있다.

이것은 장로들을 세우도록 권위를 부여받은 디도 자신이 이러한 감독의 자격을 먼저 갖추어야 함을 의미하며 따라서 단수로 나온다. 그 자격이 7-9절까지 열거되는데, 딤전 3장의 장로들에 대한 것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분명한 것은 여기에 '신학교' 학위에 대한 명령이나 조언은 없다는 것이다. 정통성을 지닌 신학교 학위가 있으면 나쁘지 않겠지만 그 보다는 우선 참된 '인간'이 되고, 인간성 자체가 변화되며, 가장 중요하게 '신실한 말씀을 그대로 지키고 있는 (현재진행형 이태동사)' 사람이라야 한다는 것이다.

7절은 조금 쉽게 들리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고 더우기 갈수록 그 자격이 더 어려워지는 감이 있는데, 먼저 '감독은 하나님의 청지기로서 책망할 것이 없고' 부분의 원어에는 '그러므로 반드시'가 앞에 있다. 그냥 책망할 것이 없거나 제 고집대로 하지 않는 것이 좋고 아니면 말고가 아니라 '반드시' 그렇게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더우기 8절 '거룩하며'의 원어는 '호시오스'로 행 2:27 '이는 내 영혼을 음부에 버리지 아니하시며 주의 거룩한 자로 썩음을 당하지 않게 하실 것임이로다'와 계 15:4 '오직 주만 거룩하시니이다' 등에 쓰인 말인데, 그 거룩함의 어떠함이 주님의 그것과 동일해야 한다는 의미다. 특히 9절은 '미쁜 말씀의 가르침을 그대로 지켜야 하리니 이는 능히 바른 교훈으로 권면하고 거슬러 말하는 자들을 책망하게 하려 함이라' 고 하는데, 요즘 이러한 장로들이 과연 있을까 의문이다. 요즘은 물론이고 당시에도 디도가 이러한 이들을 발견하거나 양육하는 것은 매우 쉽지 않았을 것이다.

딤전 3장에는 위 '감독' 혹은 장로의 자격에 대해 말한 후 집사에 대해서도 말하는데, '이와 같이 집사들도 정중하고 일구이언을 하지 아니하고 술에 인박히지 아니하고 더러운 이를 탐하지 아니하고 (8절)' '이에 이 사람들을 먼저 시험하여 보고 그 후에 책망할 것이 없으면 집사의 직분을 맡게 할 것이요 (10절)' '집사들은 한 아내의 남편이 되어 자녀와 자기 집을 잘 다스리는 자일지니 (12절)' 등이 명시된다. '섬기는 자'라는 의미의 '집사'가 되는 자격도 이렇게 쉽지 않다. 우리의 받은 바 직분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 한다.

주님, 직분은 고사하고 주님을 정말 사랑하며 따르는 이들을 발견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주님의 몸된 교회 엨클레시아는 세워져야 하며 이를 위해 공동체로 모여야 하고 그 가운데 섬기며 또한 이끌고 가르치며 다스리는 이들이 필요합니다. 오늘도 성령께서 우리 가운데 귀한 이들을 세우소서. 세우심을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