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적 개혁 vs 영적 개혁 (히 9:1-10)

1절의 '세상에 속한 성소'라는 말이 이상해서 원어를 보니 '속한'이라는 말은 없고 '세상 (코스미콘)'은 대격 (혹은 목적격)으로 되어 있어서, '세상에 대한' 혹은 '세상을 위한' 정도가 되겠다. 구약 즉 옛 언약 혹은 '첫째의' 것도 분명 거룩해서 특히 죄의 문제를 확실히 해결하지 않고 지성소에 들어가면 즉사할 것임을 경고했었다.

2-7절은 첫 언약에 의한 성소 혹은 장막의 내용과 그 섬기는 예법에 대한 설명인데, 첫째 휘장 즉 외부로부터 성소로 들어가는 휘장 안으로는 제사장들이 항상 들어가서 섬길 수 있었지만, 둘째 휘장을 지나야 들어갈 수 있는 지성소는 대제사장이 혼자 그것도 일 년에 단 한번 들어가는데 백성은 물론이고 자기 자신을 위한 희생 제물의 피 없이는 들어갈 수 없었다. 이러한 사실들로 비추어 보아 8절은 '이로써 그 거룩하신 그 영은 첫째 장막이 세움을 소유하고 있는 (때)까지는 지성소로의 길이 아직 드러나지 않았음을 나타내고 계시다'라고 하는데, 개역에는 '성소'라고 되어 있지만 원어는 복수로서 앞 3절 지성소 'holy of holies'의 뒷부분과 같다. 즉 이 얘기는 지성소로 온전히 들어가는 길에 대해서는 온전한 실체를 경험하기 보다는 단지 맛만 볼 수 있었다는 의미다.

그래서 9절은 '그것은 현재를 위한 모형이었으니, 그에 따라 예물과 희생제물을 드려도 양심에 관해서는 섬긴 자를 온전케 할 수 없었도다 (한글킹제임스)' 라고 하는데 (이 구절은 킹제임스흠정역 보다 한글킹제임스가 더 원어에 가깝게 번역됨) '양심'을 언급한다. 모든 제사 의식이나 희생 제물은 정해진 예식을 따라 행해지면서 결론적으로 마음에 약간의 위안과 구약 법에 따른 일시적 자유를 주었지만, 양심까지 해방해 줄 수는 없었다. 그 이유는 앞에 말했지만 일 년에 단 한번 지성소에 들어가는 일도 그렇고 대제사장 역시 들어가면서 그 마음 속에는 '나도 죄로 가득한 인생인데..'라는 양심의 가책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11절은 '그러나 그리스도께서는'으로 시작한다.

10절은 이러한 모든 것들이 결국 '육신' 혹은 '육체'의 것이고 '개혁의 때까지 부과되고 있다'라고 한다. '개혁 διόρθωσις'이라는 단어는 성경에 단 두곳에만 있는데, 여기 외에 행 24:2-3 '바울을 부르매 더둘로가 고발하여 이르되 벨릭스 각하여 우리가 당신을 힘입어 태평을 누리고 또 이 민족이 당신의 선견으로 말미암아 여러 가지로 개선된 것을 우리가 어느 모양으로나 어느 곳에서나 크게 감사하나이다'에서는 '개선'으로 번역되었다. 말쟁이 변호사 더둘로는 벨릭스에게 (상대적으로 자신들을 문화적 후진국으로 자처하며) 로마의 선진 문물로 인해 유대 민족이 여러 가지로 '개선'되었다고 아첨했는데, 같은 단어이지만 세상에 대해서 쓸 때는 '개혁'이 아니라 '개선'이 된다. 세상은 '개혁' 처럼 완전히 뒤바뀌는 것에 대해서는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종교적 개혁도 역시 한번이 아니라 지속해야 하는 '개선'이 되어야 하는데, 소위 '종교 개혁'을 통해 구교의 여러 비성경적인 것에서 벗어나 신교가 등장했지만, 신교 역시 역사를 거치면서 낡아진 것들을 그리워 한다면 이는 진정한 개혁이 아니다. 그래서 종교로서의 기독교는 계속적인 개혁 즉 개선이 요구된다. 이것은 시대에 따라 세상의 것들을 조금씩 용납하고 세상 가치를 따른다는 얘기가 아니라 오히려 더욱 세상과는 구분되어야 한다는 의미다. 이것이 바로 '지성소'의 어떠함이다.

진리와 생명에 속한 개혁은 첫째 것이 폐하고 둘째 것이 세워진 단 한번이면 족한, 즉 완전한 것이고 이는 주님께서 이루신 개혁이다.

주님, 개혁함으로 가져오신 둘째 것에 대해 우리가 더 알기 원하고 이에 대해 더 분명해 지기 원합니다. 옛것으로 돌아가지 말게 하시고, 옛것을 그리워하지 않게 하시며, 우리의 양심까지 해방을 주시는 둘째 것을 더 붙들기 원합니다. 폐해지고 사라지는 것에 대해 성령께서 보이시는 그 증거를 볼 수 있게 하소서. 우리의 모든 종교적인 열심이 그치고 주 안에서 안식을 배우기 원합니다.  주님께서 이루신 한번의 개혁을 통해 이제 우리는 지속적으로 개선하기 원합니다.